[특집] 이란과 이스라엘의 대립 구도를 중심으로 한 최근 중동 분쟁의 구조적 본질과 함의

이스라엘과 이란은 원래 '절친'이었다? 99%가 모르는 중동전쟁의 충격적 반전

네타냐후의 강박과 하메네이의 고집, 그들이 절대로 전쟁을 멈출 수 없는 진짜 이유

미국도, 러시아도 믿지 마라! 중동의 거대한 체스판, 그 피비린내 나는 이권 다툼의 민낯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본지는 최근 갈수록 고조되는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뿌리 깊은 갈등에 대해 20개 질문을 가지고 아신대 중동연구원 김종일 교수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구조적으로 해부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다. 1979년 이슬람 혁명을 기점으로 변질된 동맹 관계, 핵무기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이권, 상호 트라우마와 내부 결속의 정치적 메커니즘을 심도 있게 짚어낸다. 나아가 은밀한 '그림자 전쟁'에서 직접 타격으로 치닫는 최근의 군사적 확전을 분석하며, 폭력이 아닌 상대의 숨겨진 욕구를 채우는 명분 있는 협상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종국에는 상대를 '체스판의 말'이 아닌 '신의 형상'으로 마주하는 긍휼만이 이 거대한 매듭을 풀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선포한다.

 

중동을 이해하는 가장 빠른 길은 정답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방송과 신문의 모든 헤드라인은 매일 폭발과 보복을 전하지만, 정작 그 이면의 구조를 묻는 목소리는 드물다. 본 기자가 오랜 기간 중동에서 살아가면서 뼛속 깊이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이 분쟁은 하나의 실이 아니라, 수천 년의 역사와 종교, 민족의 자존심과 강대국의 탐욕이 엉겨 붙어 도저히 인간의 지혜로는 풀 수 없게 된 거대한 매듭이라는 사실이다. 이제 그 매듭을 스무 개의 질문으로 한 올씩 풀어 보려 한다.

 

I. 상호 적대는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

 

Q1. 이란과 이스라엘은 정말 처음부터 원수였는가?

아니다.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했을 때, 이란은 튀르키예에 이어 이스라엘을 인정한 두 번째 무슬림 국가였다. 팔레비 왕정 아래 이란은 이스라엘에 석유를 공급했고, 이스라엘은 이란의 정보기관 구축을 도왔다. 1967년 3차 중동전쟁 때도 두 나라는 가까운 협력국이었다. 오늘의 증오는 태초의 운명이 아니라, 역사가 빚어낸 '구성물'이다.

 

Q2. 그렇다면 무엇이 모든 것을 뒤집었는가?

1979년 이슬람 혁명이다. 호메이니의 혁명은 친미를 반미로, 친이스라엘을 반이스라엘로, 세속을 원리주의로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미국은 '큰 사탄', 이스라엘은 '작은 사탄'으로 규정된다. 이란은 모든 외교·무역 관계를 끊고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한 번의 혁명이 동맹을 원수로 돌려세운 셈이다.

 

Q3. 적국이 된 이스라엘이 왜 이란에 몰래 무기를 팔았는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스라엘은 적국 이란에 은밀히 무기를 판매한다. 미국 레이건 행정부가 묵인한 이란-콘트라 사건이다. 이는 국제정치의 냉혹한 진실을 드러낸다. 이념과 종교는 깃발일 뿐, 그 아래 흐르는 진짜 동력은 언제나 국익이다. 어제의 친구가 원수가 되었듯, 오늘의 원수도 내일 친구가 될 수 있다.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II. 갈등을 굴리는 두 개의 엔진

 

Q4. '핵'이 왜 모든 것의 분기점인가?

이스라엘이 중동 전체를 상대로 우위를 지킨 비결은 이 지역 유일의 (비공식)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이다. 이란이 핵 문턱을 넘으면 그 균형이 무너지고, 사우디 같은 경쟁국의 연쇄 핵무장까지 부를 수 있다. 그래서 이스라엘에 이란의 핵은 한낱 '안보 위협'이 아니라 '존재의 위협'으로 읽힌다.

 

Q5. 호르무즈 해협은 왜 세계의 목줄인가?

이란은 세계 4위 원유, 2위 천연가스 매장량을 가진 자원 대국이다. 무엇보다 세계 원유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한다. 이 길목이 막히면 글로벌 공급망이 즉시 마비된다. 실제로 2026년 전쟁 이후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고, 아시아 일부 지역은 연료난을 겪는다. 테헤란의 포성이 서울의 주유소 가격표를 흔드는 까닭이 여기 있다.

 

III. 두 영혼의 내면을 들여다보다

 

Q6. 이스라엘은 왜 세계의 비난에도 멈추지 못하는가?

그들의 내면에는 '트라우마'라는 거대한 유령이 산다. 2천 년의 유랑과 홀로코스트, 600만 동족의 죽음 위에 세워진 나라이기 때문이다. '다시는(Never Again)'은 구호가 아니라 DNA에 새겨진 생존의 명령이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기습은 안방의 안전 신화를 산산조각 냈고, 무너진 억지력을 복원하려는 강박이 이성의 제동장치를 풀어 버린다. 여기에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생존까지 얽힌다.

 

Q7. 이란은 왜 압박할수록 더 단단해지는가?

'페르시아 문화'와 '시아파 이슬람'이 빚어낸 '불굴'의 정체성 때문이다. 외부 압박이 강해질수록 내부가 결집하는 '비대칭적 결속'이 작동한다. 시아파는 역사적으로 소수파로 핍박받아 온 한(恨)을 품었고, 이슬람 혁명의 성공은 그들에게 '더는 소수가 아니다'라는 자부심을 안겼다. 그래서 이란은 혁명의 끈을 결코 놓지 못한다.

 

Q8. 그렇다면 이란은 하나의 목소리로 뭉쳐 있는가?

절대 아니다. 광장에서는 미국을 규탄하지만, 골목 카페에서는 청년들이 스마트폰으로 세계와 접속한다. 리알화 폭락과 살인적 물가에 바자르 상인들은 "우리는 자부심을 먹고 살 수 없다"라고 한숨짓는다. 국민 70%가 30대 이하인 이 나라에는 혁명의 명예와 일상의 빵 사이를 가르는 거대한 균열이 흐른다. 이 균열이야말로 오늘의 이란을 이해하는 열쇠이다.

 

IV. 충돌의 연대기: 그림자에서 직접 참수까지

 

Q9. '그림자 전쟁'이란 무엇이었는가? 

1979년 이후 양국은 공식 전쟁 대신 은폐된 전쟁을 벌였다. 이스라엘은 스턱스넷 사이버 공격, 이란 핵 과학자 연쇄 암살, 시리아 내 혁명수비대 기지 공습으로 핵 개발을 저지했다. 이란은 유조선 공격과 대리 세력을 통한 보복으로 응수했다. 서로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채 그늘 속에서 칼을 겨눈 시대이다.

 

Q10. '저항의 축'은 어떻게 작동했는가?

이란은 직접 충돌 대신 대리전을 택했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예멘의 후티를 후원하며 이스라엘 국경을 끊임없이 흔드는 '저항의 축'을 구축했다. 자기 얼굴을 숨긴 채 여러 전선에서 적을 압박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가자 전쟁을 거치며 이 동맹군들은 차례로 약화된다.

 

Q11. 2024년 4월, 무엇이 처음으로 깨졌는가?

이스라엘이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혁명수비대 고위 지휘관을 제거하자, 이란은 4월 13일 사상 처음으로 자국 영토에서 이스라엘로 300발이 넘는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한다. 1979년 이후 45년 만의 직접 충돌이다. 미국·영국·프랑스·요르단이 요격을 도왔고, 이스라엘은 6일 뒤 이스파한을 정밀 타격한다. '그림자 전쟁'의 암묵적 선이 마침내 무너진 순간이다.

 

Q12. 2025년 6월 '12일 전쟁'은 어떤 전쟁이었는가?

이스라엘이 '일어서는 사자' 작전으로 이란의 핵·군 시설을 강타하고 고위 지휘관과 핵 과학자를 다수 제거한다. 6월 22일에는 미국이 B-2 폭격기를 동원해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의 핵시설을 직접 타격한다. 이란은 미사일로 보복하고, 12일간의 격전 끝에 휴전이 성립한다. 양측 모두 승리를 선언하지만, 힘의 균형추는 돌이킬 수 없이 흔들린다.

 

Q13. 2026년 2월 28일, 성역은 어떻게 무너졌는가?

핵 협상이 재개되던 바로 그 와중에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최고지도부를 정조준한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사망하고 40명이 넘는 고위 인사가 목숨을 잃는다. 그의 아들 모즈타바가 후임 최고지도자로 승계한다. 47년간 누구도 범접 못 한다고 믿었던 성역이 무너지며, 지도부를 직접 노리는 '직접 참수(Direct Decapitation)'가 새로운 교전 규범으로 자리 잡는다. 협상 테이블 위에서 내리꽂힌 칼은 군사적 파괴를 넘어 외교적 신뢰마저 베어 버린다.

 

V. 확장의 논리와 국제 역학

 

Q14. '미션 크립(Mission Creep)'이란 무엇이며 왜 위험한가?

임무(Mission)가 살금살금 기어간다(Creep)는 뜻이다. "짧고 제한적인 작전"으로 시작한 개입이 '보호→타격→점령→체제 전복'으로 끝없이 몸집을 불리는 현상이다. 소말리아·아프가니스탄·이라크가 모두 같은 매뉴얼을 따랐다. 끓는 물 속 개구리처럼 서서히 진행되기에 멈출 시점을 놓친다. 이번 중동 사태 역시 이 덫의 한복판에 서 있다.

 

Q15. 왜 일부 아랍 국가는 이스라엘 편을 들었는가?

2024년 이란의 공격 때, 같은 무슬림인 요르단은 자국 영공을 열어 이스라엘 방어를 돕고 자국에 들어온 이란 드론을 격추했다. 사우디 등 걸프 국가들도 방공·감시 능력으로 간접 지원했다. 시아파 이란의 팽창을 수니파 국가들이 더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 또한 종교보다 국익이 앞선다는 차가운 증거이다. 과거 무슬림 국가 튀르키예가 이스라엘과 전략적 동맹을 맺었던 것과 같은 이치이다.

 

Q16. 동맹이던 러시아는 왜 이란을 외면했는가?

2026년 전쟁이 터지자, 크렘린은 "이것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라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 전선과 자국 국익에 집중하기 위해 동맹의 위기를 외면한 것이다. 이 '냉혹한 프라그마티즘'은 이란에 단순한 지원 단절을 넘어 실존적 고립의 공포로 다가온다. 국제정치에 무조건적 우정이 없음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장면이다.

 

Q17. 현대 강대국에 중동은 무엇인가?

거대한 체스판이다. 미국과 유럽은 이스라엘과 걸프 왕정을 후원하고, 러시아와 중국은 이란과 시리아를 지원하며 패권을 다툰다. 석유라는 검은 황금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되었다. 이 판 위에서 이 땅의 젊은이들은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소모되는 한낱 말(馬)에 불과하다. 갈등의 가장 깊은 뿌리는 종교가 아니라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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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 그렇다면, 평화로 가는 길은 있는가?

 

Q18. 군사적 승리로 평화가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한쪽의 '승리'는 다른 한쪽의 '억압'을 뜻하고, 그 억압은 반드시 더 큰 증오가 되어 돌아온다. 불을 끄려 기름을 붓는 격이다. 폐허와 난민만 남긴 시리아·예멘의 내전이 이를 처절하게 증언한다. 칼로는 결코 이 거대한 매듭을 풀 수 없다.

 

Q19. 그렇다면 진짜 해법은 무엇인가?

'명분(名分)'을 세워 주는 협상이다. 사람은 '요구(Position)'가 아니라 그 이면에 숨은 '욕구(Interest)'를 채우려 협상한다. 1978년 캠프 데이비드 협정은 이집트에 '영토 회복', 이스라엘에 '안보'라는 명분을 동시에 안겨 반세기를 버텼다. 반면, 1993년 오슬로 협정은 양측 누구에게도 백성 앞에 내세울 명분을 주지 못해 피로 끝났다. 그러므로 중재자는 '심판'이 아니라 '극작가'가 되어, 양측이 "우리는 지지 않았다"라고 외칠 대본을 써 주어야 한다.

 

Q20. 기독교적 세계관은 이 비극에 대해 무엇을 말하는가?

가장 근본적인 진리를 선포한다. "하나님이 자기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셨다"(창 1:27)라는 말씀은, 유대인이든 페르시아인이든 그 누구도 한낱 체스판의 말이 될 수 없는 존엄한 하나님의 형상임을 선언한다. 성경은 정의(미쉬파트)와 긍휼(헤세드)을 동시에 요구하며, 십자가는 원수 된 둘 사이의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무는 화해의 길을 연다(엡 2:14). 결국 평화는, 상대를 한 인간으로 마주 보는 용기에서 비로소 시작된다.

 

스물한 번째 질문

어느덧 스무 개의 질문을 더듬어서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모든 분석의 끝에서 끝내 내려놓지 못하는 건, 어떤 통계로도 환산되지 않는 한 사람의 얼굴이다.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 우는 아이의 젖은 눈동자, 방아쇠 앞에 선 어린 병사의 떨리는 손끝, 빵 한 조각을 위해 두 손 모으는 테헤란 상인의 굽은 등. 그들은 적도 아군도 아닌, 그저 같은 흙으로 빚어진 한 사람이다. 힘으로 끊어 낸 매듭은 또 다른 매듭을 낳을 뿐이다. 진정한 평화는 종이 위 서명에서 오지 않는다. 그것은 상대의 눈을 한 인간의 눈으로 마주 보는,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용기에서 비로소 움튼다. 메마른 사막에도 꽃은 핀다. 누군가 먼저 증오의 벽돌 한 장을 내려놓고, 갈라진 땅에 눈물 한 방울을 떨굴 때. 나는 그 한 방울이 절대 헛되지 않으리라 믿는다.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작성 2026.05.28 22:53 수정 2026.05.28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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