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의 이란 전쟁은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브렌트유 40% 폭등·SK하이닉스 1조 달러 돌파·아시아 통화 역대 최저… '에너지·달러·AI'가 부른 빛과 그늘의 큰 그림

이란 전쟁 90일, 세계 시장 지도가 새로 그려졌다 — 브렌트유 40%·SK하이닉스 1조 달러의 역설

전쟁 한복판의 사상 최고가 — 코스피·미증시·유럽증시를 동시에 떠받친 'AI'의 정체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이란 전쟁이 발발한 지 꼭 석 달째다. 2026년 5월 27일, CNN TÜRK가 정리한 '석 달의 큰 그림'은 이 분쟁이 한낱 군사 충돌의 영역을 넘어 세계 자본 시장의 지도를 어떻게 새로 그렸는지를 또렷이 보여 준다. 한쪽에서는 유가가 천정을 뚫고 일부 아시아 통화가 가파른 절벽 앞에 섰다. 다른 한쪽에서는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종목들이 별처럼 떠올랐고, 달러는 안전 자산 수요에 힘입어 다시 어깨를 폈다. 한 발의 미사일이 한 가정의 식탁 위 물가표까지 닿는 풍경 — 그 살아 있는 교과서 한 페이지가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다.

 

한 발의 발사음이 세계 지갑에 닿기까지

 

2026년 2월 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서 본격적인 무력 충돌의 막이 올랐다. 4월 8일 파키스탄의 중재로 잠정 휴전에 합의했으나, 5월 들어 저강도 교전이 다시 살아나며 시장의 불확실성은 좀체 가라앉지 못한다. 충돌이 처음 점화된 무렵 유가는 전쟁 직전 수준의 거의 두 배까지 폭등한다. 주요 경제국들은 공급 압박을 누르기 위해 전략 비축유에서 도합 4억 배럴을 황급히 풀고, 대체 공급망을 가동했다. 그럼에도 에너지 시장의 긴장은 마치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유가 40% 상승과 AI 반도체의 역설

 

전쟁 발발 이래 브렌트유 가격은 약 40% 상승한다. 원유가 배럴당 100달러 선 위에 머무는 사이, 전 세계 인플레이션과 금리 전망이 일제히 흔들린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같은 시각 펼쳐진다. 글로벌 증시가 도리어 탄탄한 자태를 잃지 않는다.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 부근을 맴돌고, 대한민국의 코스피(KOSPI) 지수는 신기록 문턱까지 치고 오른다. 유럽 증시 또한 역대 최고치에 바짝 다가선다. 그 견인차는 단연 인공지능(AI) 산업이다.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 1조 달러의 벽을 끝내 넘어섰고,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등 메모리·반도체 종목들이 동반 강세를 이어 간다. 한쪽에서는 미사일이 날아가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AI 칩이 별처럼 떠오른다.

 

명품과 항공의 추락, 아시아 통화의 비명

 

명암은 또렷이 갈린다. S&P500 항공 지수는 6% 넘게 무너졌고, 글로벌 명품 소비주를 묶은 지수는 약 10% 흘러내린다. HSBC 프라이빗 뱅크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빌렘 셀스는 소비 중심 업종은 비중을 줄이는 전략으로 대응한다고 진단한다. 통화 시장의 풍경도 다르다. 미국 달러는 안전 자산 수요에 힘입어 약 1.5% 강세를 굳혔고, 미 국채 금리 상승이 그 어깨를 받친다. 

 

다만 러셀 인베스트먼츠의 반 루는 중장기적으로는 달러가 다시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반대편에서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통화들은 직격탄을 맞는다. 인도 루피, 인도네시아 루피아, 필리핀 페소가 줄줄이 역사적 최저점을 시험한다. 스리랑카 중앙은행은 깜짝 100bp(1%포인트) 금리 인상으로 비명을 다스리고, 풍부한 에너지 비축에 기댄 중국 위안화만이 그나마 안정을 유지한다.

 

한 발의 미사일, 한 가정의 난방비

 

유럽 또한 떨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유로존 경제 활동은 2년 6개월 만에 가장 가파른 위축을 겪고, 유럽 중앙은행(ECB)은 금융 취약성에 거듭 경고등을 켠다. 영국 기업들은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활동이 둔화되고 원가 압박이 거세진다"라고 토로한다. 한 발의 미사일이 한 가정의 식탁 위 물가표를 바꾸고, 한 척의 유조선이 지구 반대편 직장인의 월급 명세를 흔드는 시대다. 우리는 모두 같은 호흡 한 자락 아래 살아간다. 세계 시장의 큰 그림 위에 새겨진 숫자 하나하나가, 결국 한 사람의 한 끼와 한 잠자리에 가닿는 무게임을 우리는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작성 2026.05.28 02:15 수정 2026.05.28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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