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
비 오시는 날에도
황혼은 아름답다
석양을 기억하는 일이 사치 같아
옹졸한 생활 한 편에 가두어 두고
에돌기를 몇 번
밭은 아우성만 즐비한 틈에서라도
한숨을 빚고 어루만지면
시답잖게 느껴지던
언제 품었을지도 모를 바람이 숨을 틔우고
홀연히 다가드는 하루가 있다
주홍으로 가려진 너머
모나고 벼려진 끄트머리에 서서
기다리던 손을 내밀고
고요에 들어 멈춰 선 무채색에
한 걸음으로 다가가
말간 웃음으로 잊힌 풍경과 만난다
허무를 깬 순간이
나부시 일어나 촘촘히 다가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