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도 침수도 가난한 집부터 덮쳤다… “기후위기 시대, 집이 생존을 결정한다”

기후재난 최전선에 선 쪽방·반지하·고시원… 주거권이 곧 생명권이라는 경고

“최저주거기준으론 부족하다”… 기후위기 대응형 주거 기준 대수술 요구

동자동에서 반지하까지… 가장 낮은 곳으로 향하는 재난의 흐름

▲‘기후위기시대 최소한의 집’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기후위기와 주거권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사진=환경정의

기후위기가 일상화되면서 주거공간의 의미가 ‘사는 공간’을 넘어 ‘생존을 지키는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현행 최저주거기준이 면적과 방 개수 중심에 머물러 있어, 폭염과 침수 등 기후재난 시대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폭염과 집중호우, 한파 같은 기후재난이 일상이 되면서 주거환경이 생존과 안전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사회적 취약계층이 거주하는 쪽방, 반지하, 고시원, 옥탑방 등은 기후위기의 영향을 가장 먼저 체감하는 공간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5월 22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기후위기시대 최소한의 집’ 토론회에서는 주거기준 개편과 기후 대응형 정책 필요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이날 참석자들은 “기후위기는 환경 문제가 아니라 주거와 복지, 생존 문제”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발제자로 나선 한국도시연구소 김기성 책임연구원은 “기후재난은 모두에게 발생하지만 피해는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라며 “취약한 주거환경에 놓인 계층이 더 큰 위험에 노출된다”라고 말했다.

 

빈곤사회연대 이원호 집행위원장은 현행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면서 “현재 최저주거기준은 방 개수와 면적 위주로 설계돼 있다”며 “기후위기 시대에는 단열과 에너지 효율, 침수 예방, 냉방 설비, 재난 인프라 접근성까지 기준에 포함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특히 주거기준의 최소 면적 문제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1인 가구 기준 14㎡는 현재 인구구조 변화를 반영하기 어렵다”며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30㎡ 수준의 공간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현장에서는 기후 취약주거 사례도 공개됐는데, 토론 자료에 따르면 일부 거주자는 난방비 부담으로 겨울철 난방을 거의 사용하지 못하고, 여름에는 에어컨 사용 시간을 최소화하는 생활을 이어가는 것으로 나타났고, 한 참여자는 “정말 더울 때만 3~4분 정도 에어컨을 켠다”며 “전기요금이 부담돼 오래 사용하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비닐로 창문 안팎을 모두 막아도 추위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는 에너지 비용 부담이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생활환경과 건강 문제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북주거복지센터 김선미 센터장은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공간’이 여전히 제도 밖에 존재하고 있다”며 “보이지 않는 주거 취약계층을 찾아내고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법률 전문가들도 기준의 실효성 확보를 요구했다. 재단법인 동천 김윤진 변호사는 “현재 제도는 선언적 성격이 강하다”며 “‘노력해야 한다’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국가 의무 체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의가 단순한 주택 규격 조정이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 주거권의 재설계’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주거공간이 더 이상 물리적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안전과 건강, 생존을 보장하는 사회적 인프라 역할까지 요구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작성 2026.05.26 19:57 수정 2026.05.2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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