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할수록 더 지친다”… 직장인 여성 10명 중 7명, 번아웃 경고등 켜졌다

30·40대 여성 고용률은 역대 최고 수준… 현실은 ‘소진’과 ‘버티기’의 연속

과중한 업무·가사·돌봄 부담 속 커리어 기대감까지 약화

“지금 가장 필요한 건 휴식과 돈”… 여성 직장인의 일·삶 균형 현주소

지난 6개월간 번아웃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질문에 대한 분석 그래프

30·4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실제 노동 현장에서 체감하는 삶의 질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성 고용률은 꾸준히 상승했지만 일과 가정, 개인의 삶을 동시에 책임져야 하는 부담이 누적되며 상당수가 심리적·육체적 소진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와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30~39세 여성 고용률은 2014년 56.2%에서 2024년 76.8%로 증가했다. 10년 사이 20%포인트 넘게 상승한 수치다. 과거 경력단절이 집중됐던 연령대의 노동시장 참여가 확대되면서 여성 직장인 규모 자체는 크게 늘어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수치 상승 이면에는 다른 현실이 존재했다. 리서치·데이터 인텔리전스 기업 피앰아이가 가정의 달을 맞아 전국 만 30~49세 직장인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5.1%가 최근 6개월 사이 번아웃이나 심각한 소진 상태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세부적으로는 ‘1~2회 경험’이 42.6%로 가장 많았고, ‘3회 이상 반복적으로 겪었다’는 응답이 17.2%로 집계됐다. 특히 ‘현재도 소진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응답도 15.3%에 달했다. 반면 번아웃을 경험한 적이 없다는 응답은 24.9%에 그쳤다.

 

현재 자신의 업무 컨디션에 대해서도 피로감이 지배적인 분위기가 확인됐다. ‘다소 피로감을 느끼는 상태’라는 응답이 46.5%로 가장 높았고, ‘상당히 소진된 상태’ 19.0%, ‘한계에 가까운 상태’ 3.6%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69.1%가 사실상 소진 상태에 놓여 있다는 의미다. 반면 ‘매우 활기차고 의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2.8%에 불과했다.

 

삶과 커리어 전반에 대한 만족감 역시 낮은 수준이었다. 만족도가 ‘보통 이하’라고 응답한 비율은 62.1%로, 만족한다는 응답 37.9%를 크게 웃돌았다. 일상 속 피로감이 단순 업무 스트레스를 넘어 삶 전체의 만족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현상은 직장과 가정, 개인 생활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현실과 맞물려 있다.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일·가정·개인 생활을 병행하는 데 큰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상당히 부담스럽다’는 응답이 32.4%, ‘매우 부담스럽다’는 응답이 18.7%로 집계되며 전체의 51.1%를 차지했다. 사실상 직장인 여성 2명 중 1명 이상이 다중 역할 수행에 압박을 받고 있는 셈이다.

 

번아웃을 유발하는 핵심 원인으로는 ‘과중한 업무량과 시간 압박’이 22.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노력 대비 인정 부족이 14.9%, 성장 정체와 커리어 발전 기회 부족이 14.4%로 뒤를 이었다. 조직 내 인간관계와 일·사생활 경계 붕괴 역시 각각 11.3%로 조사됐다. 높은 자기 기대치와 가족 돌봄 부담도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흥미로운 점은 회복 방식에서도 드러났다. 번아웃에서 벗어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충분한 수면과 휴식’이 33.5%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 21.0%, ‘운동과 산책 등 신체 활동’ 14.0%, ‘믿을 수 있는 사람과의 대화’ 8.5% 순이었다. 외부 활동이나 사회적 관계보다 개인적 휴식과 정서적 거리 확보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 것이다.

 

조사에서는 커리어에 대한 기대감 약화 현상도 확인됐다. 응답자의 58.3%는 여전히 성실한 노력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향후 임원급 성장에 대해서는 ‘굳이 원하지 않는다’가 39.8%, ‘원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가 35.0%로 조사됐다. 두 응답을 합하면 74.8%에 달한다.

 

이는 국내 기업 환경에서 여성 리더 비율이 여전히 낮은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성장 의지가 존재하더라도 실제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낮아지면서 커리어 목표 자체를 축소하는 흐름이 나타난 것이다.

 

향후 3~5년 커리어 계획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는 응답은 5.5%에 불과했다. 가장 많은 응답은 ‘막연하게 생각만 해봤다’ 39.1%였고, ‘대략적 방향만 있다’는 응답도 38.3%에 달했다. 스스로 커리어 방향성을 명확하게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직무를 맡게 된 이유 역시 자발적 선택보다는 환경적 요인이 우세했다. ‘조직 배치나 상황 때문에 맡게 됐다’는 응답이 41.1%, ‘특별한 선택 없이 유지해왔다’는 응답이 36.2%로 나타났다. 반면 스스로 원해서 선택한 직무라는 응답은 17.0%에 머물렀다.

 

직장을 계속 다니는 이유 또한 현실적 요소가 컸다. ‘생계 유지와 경제적 안정’이 41.7%로 가장 높았고, ‘익숙해서’ 21.5%, ‘다른 선택지가 마땅치 않아서’ 16.7%가 뒤를 이었다. 적극적인 성장 동기보다 생존과 안정이 우선순위가 된 셈이다.

 

현재 삶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를 묻는 질문에서는 ‘충분한 휴식과 경제적 여유’가 48.6%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자기 수용과 자기 인정, 자신을 이해하고 지지해줄 관계, 조직문화 개선, 명확한 커리어 목표 등이 뒤를 이었다.

 

피앰아이 조민희 대표는 “이번 조사는 여성 직장인들이 인정받고 성장하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음에도 반복되는 소진 속에서 스스로 기대치를 낮추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며 “휴식과 경제적 안정이 가장 절실한 요소로 꼽힌 점은 현재 노동 환경이 개인의 의욕보다 생존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여성 고용 확대라는 긍정적 흐름 이면에 누적된 번아웃과 삶의 피로가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일과 가정, 개인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 여성 직장인들의 커리어 기대감과 삶의 만족도가 함께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기업 차원의 조직문화 개선과 유연근무 확대, 실질적인 돌봄 지원 정책이 병행될 경우 여성 인재의 지속 가능한 경력 유지와 조직 생산성 향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여성 고용률 상승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노동시장 참여 확대가 곧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반복되는 소진과 불안정한 커리어 전망, 현실 중심의 직장 유지 구조는 여성 직장인들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고용 확대를 넘어 일과 삶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피앰아이 소개

피앰아이는 2012년 창립 이후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지원해온 리서치 및 데이터 인텔리전스 기업이다. 온라인·오프라인 리서치와 AI 기반 데이터 분석 역량을 바탕으로 소비자, 시장, 사회 변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하며 더 나은 의사결정을 돕고 있다. (사진제공)

작성 2026.05.24 23:10 수정 2026.05.24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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