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국에서 치킨집은 가장 익숙한 창업 아이템이었다. 퇴직 후 창업, 부부 창업, 소자본 외식 창업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나오는 업종도 치킨이었다.
하지만 이제 “치킨집 하면 기본은 한다”는 말은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가맹사업 현황에 따르면, 2025년 말 등록 정보공개서 기준 전체 가맹점 수는 37만9,739개로 성장세를 회복했다. 그러나 업종별로 보면 흐름은 다르다. 전체 프랜차이즈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치킨,피자처럼 과거 창업의 대표주자였던 업종은 더 이상 예전 같은 확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치킨이 아니라 ‘포화’다
치킨은 여전히 한국인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문제는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공급이 너무 많아졌다는 데 있다.
동네마다 치킨집이 있고, 배달앱에는 수십 개 브랜드가 경쟁한다. 소비자는 선택지가 많아졌지만, 사장님 입장에서는 광고비, 배달 수수료, 원재료비, 인건비, 임대료를 모두 감당해야 한다.
예전에는 “맛있게 튀기면 팔렸다.” 지금은 “맛있게 튀겨도 남는 게 별로 없는 구조”가 됐다.
매출은 늘어도 사장님이 웃지 못하는 이유
흥미로운 점은 치킨 업종의 평균 매출이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2024년 기준 외식 가맹점 평균 매출액은 전년보다 6.1% 증가했고, 치킨 가맹점 평균 매출액도 5.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겉으로 보면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매출 증가가 곧 순이익 증가를 뜻하지는 않는다.
치킨 한 마리를 팔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계속 늘고 있다. 닭고기, 식용유, 포장재, 베달 수수료, 플랫폼 광고비, 인건비가 모두 부담이다. 매출은 올랐지만 실제로 사장님 손에 남는 돈은 기대보다 적을 수 있다. 창업에서 중요한 것은 매출이 아니라 남는 돈이다.

치킨집 창업이 어려워진 진짜 이유
치킨집이 어려워진 이유는 단순히 경쟁이 많아서만은 아니다.
첫째, 브랜드 차별화가 어렵다.
소비자 입장에서 치킨은 맛의 차이를 느끼더라도 대체재가 너무 많다. 오늘은 A브랜드, 내일은 B브랜드를 시켜도 큰 저항이 없다.
둘째, 배달앱 의존도가 높다.
매장을 열어도 고객은 간판보다 배달앱에서 먼저 찾는다. 결국 플랫폼 안에서 노출 경쟁을 해야 하고, 광고비를 쓰지 않으면 주문이 줄어드는 구조가 된다.
셋째, 원가와 수수료가 무겁다.
음식값을 올리면 고객은 부담스러워하고, 가격을 유지하면 사장님 마진이 줄어든다. 이 사이에서 자영업자는 계속 압박을 받는다.
넷째, 창업 진입장벽이 낮아 보인다.
누구나 할 수 있어 보이는 업종일수록 경쟁자는 빠르게 늘어난다. 쉬워 보이는 창업일수록 실제 생존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이제 창업은 ‘인기 업종’ 보다 ‘구조’를 봐야 한다
치킨집의 균열은 한 업종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한국 자영업 시장 전체에 던지는 신호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많이 먹는 업종이면 창업 후보가 됐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많이 팔리는가보다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이 사업은 남는 구조인가?”
"플랫폼에 너무 의존하지 않는가?"
“고정비를 버틸 수 있는가?”
“내가 없어도 운영이 가능한가?”
“동네에서 반복 구매가 일어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인기 업종도 위험한 창업이 된다.
치킨집이 말해주는 창업의 교훈
치킨집은 망해가는 업종이 아니다. 다만 예전처럼 쉽게 들어가서 버틸 수 있는 업종도 아니다.
이제 창업자는 유행을 따라가기보다 구조를 봐야 한다.
브랜드가 유명한지, 메뉴가 대중적인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익 구조다.
치킨집의 변화는 우리에게 한 가지 사실을 보여준다.
창업아이템은 익숙할수록 냉정하게 봐야 한다.
퇴직하면 치킨집, 소자본이면 배달창업, 음식 장사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공식은 이미 낡아가고 있다.
앞으로의 창업은 “무엇을 팔 것인가”보다 “어떤 구조로 남길 것인가”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