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AirAsia 하이록스 인천' 레이스가 열렸다. 경기장 문을 들어서는 순간, 심장 깊은 곳을 두드리는 듯한 묵직한 비트의 음악과 열정의 땀 내음이 뒤섞였다. 국내 최초 3일 연속 개최라는 기록 속에 약 1만 5천 명의 레이서가 참가해 지난 대회(6천 명) 대비 2배 이상의 규모를 자랑했다.

1km 러닝과 8가지 기능성 스테이션 운동을 반복 완주하는 하이록스는 달리기 실력만으로는 완주할 수 없다. 근력, 지구력, 판단력이 동시에 요구되며, 완주 자체가 목표가 되고 그 과정이 기록으로 남는다. 자신의 한계를 넘은 사람 모두가 승자가 되는 이 구조가 직장인과 중년층을 포함한 폭넓은 연령대를 경기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내 한계를 직접 넘어보는 경험" — 더블 혼성 우승, 장서윤·정선후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할 이름은 따로 있다. 더블 혼성 50-54 부문 우승자 장서윤·정선후 팀이다. 두 사람은 특전사 출신도, 방송 스타도 아닌 평범한 직장인이다. 장서윤 씨가 하이록스를 처음 접한 건 '한번쯤 해볼까'라는 가벼운 마음에서였다. 스스로 운동을 잘한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고, 오히려 최선을 다하는 것 자체가 두려워 늘 적당히 살려고 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첫 완주의 순간, 무언가 달라졌다. 끝까지 해내기 위해 스스로를 몰아붙여 본 그 경험은 단순한 운동 이상이었다. 결과보다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 자체가 장서윤 씨에게 굉장히 큰 의미로 남았다. 그리고 그 감각은 일상으로도 이어졌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운동을 가는 것, 하기 싫은 날에도 루틴을 지키는 것, 스스로와의 약속을 계속 이어가는 것. 그런 사소한 반복들이 쌓이면서 '나도 한번 제대로 도전해야겠다'는 마음이 자라났고, 결국 포디엄까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장서윤 씨가 새롭게 발견한 건 '생각보다 끈기가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의 강점이었다. 처음엔 못하는 것도 많았고 체력도 부족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해내고 있었다. 몸이 강인해지는 변화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스스로를 믿는 마음이 커진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혼성 하이록스는 파트너 한 명이 무너지면 레이스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다. 장서윤 씨가 지칠 때 정선후 씨가 페이스를 끌어올렸고, 정선후 씨가 흔들릴 때 장서윤 씨의 존재가 그를 붙들었다. 쓰러지기 직전, 그 찰나에 옆을 보면 파트너가 있었다. 그것만으로 다시 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두 사람의 레이스는 단순한 스포츠 경쟁이 아니라, 서로를 믿고 함께 버텨내는 시간이었다.
시상식에서 두 사람이 하이록스 인천 로고가 새겨진 대형 체크무늬 깃발을 높이 들어올리는 순간, 경기장을 가득 채운 함성이 그 의미를 대신했다. 이번 우승은 오는 6월 스웨덴에서 열리는 하이록스 월드챔피언십 출전 티켓으로도 이어졌다.

장서윤 씨는 앞으로도 '계속 해내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누군가와 비교하며 조급해하기보다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을 지켜내는 것. 특별한 재능보다 사소한 선택들을 꾸준히 지켜가는 힘이 결국 사람을 멋진 결과까지 데려간다는 것을 이번 하이록스를 통해 몸소 알게 됐다고. 그래서 앞으로도 러닝이든, 새로운 도전이든 두려워도 일단 부딪혀보며 가능성을 계속 넓혀가고 싶다는 그녀의 인생 모토는 단 한 줄이다. "내 자신이 제일 소중해."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고 아끼는 사람, 그리고 언제든 다시 시작할 용기를 가진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다.
이날 경기장엔 기록과 순위를 넘어선 장면들도 눈길을 끌었다.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경기에 맞게 재단한 복장으로 나란히 출전한 신랑·신부 커플은 그 자체로 경기장의 명물이 됐다. 결혼이라는 약속을 레이스로 기념하는 방식이 낯설면서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또 한편에선 목발을 짚고 출발선에 선 여성 참가자의 모습이 조용한 울림을 남겼다. 부상을 안고도 경기장을 찾은 그 선택 앞에서, 완주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경기장을 나서는 참가자들의 얼굴엔 지침보다 충만함이 더 짙게 배어 있었다. 유명인이든 무명의 직장인이든, 이 경기장 안에서는 모두가 같은 코스를 달리고, 같은 무게를 들고, 같은 결승선을 향해 나아갔다. 2024년 첫 국내 대회 이후 이번까지 총 다섯 차례 치러진 하이록스는 이제 한국인의 새로운 자기증명의 장으로, 그리고 일상을 버티는 힘을 충전하는 공간으로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