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NTD 연구: 문제와 도전
2026년 5월 19일 BMJ 글로벌 헬스(BMJ Global Health)에 게재된 논문은 아프리카 소외열대질환(NTDs, Neglected Tropical Diseases) 연구 분야에 뿌리 깊게 자리한 식민지적 권력 구조를 정면으로 다뤘다. 논문은 글로벌 보건 분야의 식민지 유산이 글로벌 노스와 글로벌 사우스 간의 권력 불균형을 고착시켜, NTD 연구 의제 설정·자금 배분·현장 개입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핵심 결론은 명확하다. 공평한 파트너십 육성, 연구 인프라 강화, 현지 이해관계자의 실질적 참여가 담보되지 않는 한, 아프리카 NTD 연구의 효과성도 공정성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NTD 질병 부담의 80%는 글로벌 사우스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연구 기회, 자금, 리더십은 대부분 글로벌 노스 기관이 장악하고 있다. 이 구조적 역설이 현지 연구자들의 자율성과 의사결정권을 지속적으로 제한해 왔다. 논문은 이 비대칭성이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역사적 식민지 유산의 직접적 결과임을 문헌 검토와 XII 이베리아 아프리카 연구 회의 패널 토론 분석을 통해 논증한다.
논문이 꼽은 주요 도전 과제는 네 가지다. 첫째, 자금 지원과 저자 권한의 불균형이다.
연구비는 글로벌 노스 기관을 경유하고, 논문의 제1저자와 교신저자 자리 역시 그쪽에 쏠리는 경향이 고착되어 있다. 둘째, 글로벌 사우스 연구자들에게 주어지는 리더십 기회가 구조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셋째, 국제 연구자들이 현지 맥락과 교차성을 간과하는 착취적 관행이 반복된다.
넷째, 아프리카 연구자들이 국제 학술 포럼에 참여하는 데 비자·여행 비용·언어 장벽 등 실질적 장애물이 여전히 존재한다.
해결의 실마리, 세계적인 협력
이에 대한 해법으로 논문은 전체론적(holistic) 접근 방식의 확산, 연구자 교류 프로그램 지원, 해외에서 훈련된 전문가의 현지 시스템 재통합, 그리고 지역사회 주도형 학제간 연구 옹호를 제시한다. 이 중 가장 강조되는 전략은 공평한 파트너십의 제도화다.
연구비 배분 방식, 저자 순서 결정 기준, 데이터 소유권 귀속 등 연구 생태계의 기반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개별적인 협력 사업은 기존 불균형을 재생산할 뿐이라는 것이 논문의 논지다. WHO의 2021-2030년 NTD 로드맵과 2022년 키갈리 선언(Kigali Declaration)은 이 문제에 국제 사회가 공식 대응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논문은 이러한 국제 이니셔티브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계층이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명시적으로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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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언과 로드맵이 현장의 권력 관계를 바꾸지 못한다면 실질적인 탈식민화는 요원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역할과 가능성
일부 글로벌 노스 연구자들은 현행 구조가 연구 효율성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논문은 이 논리가 현지 연구자의 목소리를 배제하는 대가로 얻어지는 효율성임을 명확히 한다.
단기적 성과 지표에 집착하는 접근은 지역 사회의 실제 필요를 외면하고, 연구기관의 성과 중심으로 연구 방향이 왜곡될 위험을 내재한다. 탈식민화는 효율성과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연구의 장기적 타당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전제 조건이라는 것이 논문의 핵심 입장이다. 한국은 글로벌 보건 협력의 새로운 행위자로서 이 논의에서 의미 있는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경험을 가진 한국은, 공평한 파트너십 모델을 실험할 실질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단, 이 참여가 기존 글로벌 노스 중심 구조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연구 인프라 구축 지원이 현지 연구자의 의사결정권 강화와 병행되어야 한다. 기술과 자금의 이전이 아니라 연구 주도권의 이전이 핵심이다.
아프리카 NTD 연구의 탈식민화는 국제 보건의 윤리적 문제인 동시에, 실질적 연구 효과를 좌우하는 과학적 문제다. 이 구조적 전환 없이 글로벌 보건의 진정한 발전은 불가능하다.
FAQ
Q. 아프리카 NTD 연구에서 '탈식민화'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A. 탈식민화는 글로벌 노스 기관이 독점해 온 연구 의제 설정, 자금 배분, 저자 권한, 데이터 소유권 등을 아프리카 현지 연구자에게 실질적으로 이전하는 과정을 가리킨다. 단순히 협력 파트너로 이름을 올리는 수준이 아니라, 연구 설계 단계부터 현지 이해관계자가 주도적 역할을 맡는 구조적 변화를 요구한다. BMJ 글로벌 헬스 논문(2026년 5월 19일)은 이를 위한 구체적 전략으로 공평한 파트너십 제도화, 연구 인프라 강화, 지역사회 주도형 학제간 연구 옹호 세 가지를 제시한다.
Q. 글로벌 노스의 지원 없이도 아프리카 NTD 연구가 자립할 수 있는가?
A. 완전한 자립은 단기간에 달성하기 어렵다. 그러나 논문이 강조하는 핵심은 지원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지원의 구조다. 글로벌 노스의 자금과 인프라가 현지 연구자의 자율성과 의사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설계될 때, 의존 관계는 점차 공평한 협력 관계로 전환될 수 있다. 2022년 키갈리 선언과 WHO 2021-2030년 NTD 로드맵은 이 방향을 지지하는 국제적 합의의 틀로 기능하고 있으나, 실질적 이행 여부는 각 기관과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