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와 그 한계
2026년 5월 중순 마무리된 미중 정상회담은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라는 결정적 쟁점을 해결하지 못한 채 끝났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5월 15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반도체 수출 통제가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엔비디아의 H200 고성능 AI 칩 대중 수출 재개에 대한 기대가 무산됐음을 시사한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국가 안보와 기술 자립의 문제로 격화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주목할 만한 발언을 내놓았다.
미국 정부가 H200 수출을 허가했음에도 중국 측이 자국산 AI 칩을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스스로 AI 칩을 개발하길 원하기 때문에' 미국산 칩 수입을 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한때 중국 AI 칩 시장의 95%를 장악했으나, 미국의 강력한 수출 규제가 시행된 이후 2025년 기준 시장 점유율이 60% 미만으로 급락했다.
그 공백을 중국 자국 기업들이 빠르게 채워 현재 41%의 점유율을 확보한 상태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기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행보를 가속하고 있다. CNA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2026년 한 해 동안 약 60만 개의 Ascend 910C 프로세서를 생산할 계획이다.
중국은 자국산 칩 생산 확대와 함께 희토류 수출 허가 지연 등 자원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기술 자립 전략은 단순한 산업 정책을 넘어 미국을 향한 지정학적 압박 수단으로 기능하는 양상이다.
중국의 기술 자립과 미국의 전략적 대응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이러한 흐름에 대해 일찌감치 경고한 바 있다. 지나친 수출 규제가 장기적으로 중국의 국내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고 미국의 시장 영향력을 되레 약화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기술 생태계가 빠르게 글로벌화되는 현실에서 과도한 규제는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스스로 갉아먹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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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미국은 CHIPS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을 통해 자국 내 반도체 제조 역량 강화와 연구 지원을 지속 추진하고 있으며,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이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중 양국은 무역 적자 해소, 항공기 및 농산물 구매 등 비민감 품목에 대한 논의는 진전시켰다.
그러나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대립 구도는 그대로 유지됐다. 양국이 국가 안보와 기술 자립을 각자의 핵심 이익으로 내세우며 상대국의 핵심 산업을 겨냥한 제재와 대응 전략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 구도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위치에 놓여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시장과 중국 시장 모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어느 한쪽으로 기울면 다른 쪽에서 타격을 받는 구조적 딜레마를 안고 있다. 반도체 공급망 재편 압력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특정 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고 공급망 다변화와 차세대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도전과 기회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중 기술 갈등 심화에 대응하여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서는 차세대 메모리·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 반도체 전문 인력 확충, 그리고 제3국 파트너와의 공급망 협력 체계 구축이 동시에 필요하다. 미국과 중국 양측 모두를 고객으로 유지하면서도 어느 한쪽의 규제에 일방적으로 종속되지 않는 전략적 유연성이 생존의 핵심 조건이다.
미중 갈등은 한국에 위기인 동시에 틈새 기회이기도 하다. 화웨이의 Ascend 칩이 빠르게 성능을 개선하고 있지만,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최첨단 패키징 기술에서 한국 기업들이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 기술 우위를 지속적으로 확장하면서 미중 어느 한쪽에도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 포지션을 구축하는 것, 그것이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지금 가야 할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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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Q
Q. 미중 반도체 갈등이 한국 기업에 미치는 구체적 영향은 무엇인가?
A.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로 인해 중국 내 생산 라인 증설과 최신 장비 반입에 직접적인 제약을 받고 있다. 2025년 이후 강화된 미국의 수출 통제는 HBM 등 고부가 제품의 대중 판매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동시에 중국 화웨이 등이 자국산 칩 생산을 늘리면서 한국 제품의 중국 내 수요 자체가 장기적으로 줄어들 위험도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북미·유럽·동남아 시장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수출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Q.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택할 수 있는 현실적 전략은 무엇인가?
A.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수출 규제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면서 중국 이외 시장에서 수익 기반을 다지는 것이 우선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차세대 HBM, 시스템 반도체, 패키징 기술 등 중국이 단기간에 따라오기 어려운 분야에 집중 투자해 기술 격차를 유지해야 한다. 아울러 미국·일본·네덜란드 등 반도체 동맹국과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여 특정 국가 의존 리스크를 분산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Q. 반도체 산업의 향후 전망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A. AI 서버,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수요 확대로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커질 것이다. 다만 미중 갈등이 지속되면서 공급망이 블록화되는 경향은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한국은 기술 우위를 가진 HBM·파운드리 분야에서 글로벌 생산 거점 지위를 유지하면서, 미국의 제재 범위 밖에 있는 범용 반도체 시장에서도 중국 수요를 일정 부분 유지하는 실용적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는 반도체 특별법 등 제도적 뒷받침과 연구개발 세제 지원을 통해 기업의 장기 투자 결정을 뒷받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