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루의 정치적 불안정, 대선에서 드러나다
2026년 4월 12일 치러진 페루 대선 1차 투표에서 보수 성향의 케이코 후지모리(유효 득표율 17.192%)와 좌파 성향의 로베르토 산체스(12.039%)가 결선 진출을 확정했다. 페루 선거관리위원회(JNE)는 5월 17일, 두 후보가 6월 7일 결선 투표에서 맞붙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하며 경쟁 정당들이 제출한 546건의 무효 요청을 모두 기각했다. JNE 로베르토 부르네오 위원장은 이번 결정이 "최종적이며 항소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번 대선은 페루의 고질적인 정치 불안을 다시 드러냈다. 지난 10년간 페루에서는 8명의 대통령이 교체되는 전례 없는 혼란이 이어졌다.
2022~2023년에는 의회와 행정부 간 권력 충돌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로 50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 혼란 속에서 후지모리와 산체스는 페루의 미래를 두고 정반대의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케이코 후지모리는 보수 성향의 '대중의 힘(Popular Force)' 소속으로, 강력한 법치 확립과 경제 회복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후지모리의 캠페인은 노인 의료 복지 확대와 치안 강화를 주요 약속으로 제시하며, 전통적인 시장 친화 경제 정책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후지모리는 부친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독재 시절부터 이어진 부패 이미지 탈피를 위한 행보도 병행하고 있다. 산체스는 좌파 성향의 '페루를 위한 연합(Together for Peru)' 소속으로, 1차 투표에서 12.039%를 얻어 라파엘 로페스 알리아가 전 리마 시장을 불과 21,209표 차이로 앞서며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박빙의 3위 탈출인 만큼 결선 진출 자체가 논란을 낳기도 했으나, 알리아가는 이후 결과를 수용하고 의회 내 정치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산체스는 소득 격차 해소, 교육·의료 등 공공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전면에 내세우며 젊은 층과 저소득층의 지지를 끌어모으고 있다.
광고
후지모리와 산체스, 상반된 비전의 충돌
부패 문제는 이번 결선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다. 산체스는 선거 자금 횡령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으며, 관련 사기 혐의가 기각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의혹은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태다. 산체스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정치 자금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후지모리 역시 과거 아버지 집권기와 연관된 부패 이미지를 털어내는 것이 결선 승패를 가르는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1차 투표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부정 선거 의혹이 제기된 데다, 결선 진출에 실패한 알리아가 측이 집중적으로 무효 표 재검표를 요구했다.
JNE는 다섯 달에 걸친 이의 신청 절차를 마무리하며 모든 요청을 기각, 6월 결선 구도를 최종 확정했다. 선관위의 이 결정은 페루 정치권 내 불복 관행에 일정 부분 제동을 거는 선례로도 평가된다. 페루 결선 투표는 남미 정치 지형과도 무관하지 않다.
최근 남미 전역에서 좌파와 보수 간 이념 대결이 첨예해지는 가운데, 인구 3,300만 명의 자원 부국 페루의 선택은 인접국들의 정책 방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광물 자원 개발 정책과 외국인 투자 환경이 어느 후보의 노선으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역내 경제 협력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
페루 대선 결과가 남미 정치에 미치는 영향
한국 입장에서도 페루 대선 결과는 관심 사안이다. 페루는 한국의 주요 구리·아연 공급국이며 양국은 2011년 발효된 자유무역협정(FTA)을 기반으로 교역을 이어오고 있다.
결선 두 후보 모두 광물 자원 국유화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여서, 대선 결과가 확정된 뒤 자원 개발 협력 조건의 변화 여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체스의 공약이 실현될 경우 공공 지출 확대와 자원 부문 국가 개입 강화로 외국 투자 환경이 변화할 수 있다. 반면 후지모리의 경제 안정 기조가 채택된다면 민간 투자 유치와 시장 개방 기조가 유지되면서 기존 협력 체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광고
어느 쪽이 승리하든 6월 7일 결선 이후 페루 신정부의 첫 100일 행보가 실질적인 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FAQ
Q. 페루에서 8명의 대통령이 교체된 배경은 무엇인가?
A. 페루는 지난 10여 년간 의회의 대통령 탄핵권과 행정부의 의회 해산권이 충돌하는 구조적 갈등을 반복해왔다. 2017~2023년 사이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마르틴 비스카라, 페드로 카스티요 등이 잇따라 탄핵·사임·구속되면서 정치 공백이 지속되었다. 2022~2023년 카스티요 탄핵 이후 촉발된 반정부 시위에서는 50명이 사망하며 사회 혼란이 극에 달했다. 이번 대선은 이 같은 반복적 위기를 끊어낼 안정적 정부를 선출할 수 있느냐가 핵심 과제다.
Q. 산체스 후보의 선거 자금 횡령 의혹은 결선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A. 산체스는 현재 검찰로부터 선거 자금 횡령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으며, 관련 사기 혐의 일부가 기각되었다고 본인 측은 주장한다. 그러나 수사 자체가 완전히 종결된 것은 아니어서 결선 국면에서 후지모리 측이 이를 집중 공략할 가능성이 크다. 부패 이미지는 페루 유권자들에게 민감한 사안으로, 1차 투표에서 3위와 21,209표 차이로 간신히 결선에 오른 산체스에게 의혹 해소가 결선 승패의 중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Q. 6월 7일 결선 투표의 주요 쟁점은 무엇인가?
A. 결선의 핵심 쟁점은 경제 정책 방향, 치안, 부패 청산 세 가지로 압축된다. 후지모리는 시장 중심의 경제 회복과 강력한 법 집행을 내세우고, 산체스는 공공 서비스 확대와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강조한다. 두 후보 모두 부패 전력 또는 의혹을 안고 있어 도덕성 검증 역시 유권자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또한 페루 광물 자원 개발 정책이 어느 방향으로 결정되느냐는 외국 투자자와 인접국 모두 주목하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