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습권'이란 무엇인가
생성형 AI 모델이 방대한 창작물을 학습 데이터로 흡수하는 시대, 창작자들은 아무런 보상 없이 자신의 작품이 AI 훈련에 쓰이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법적 개념이 있다.
MIT 슬론 스쿨(MIT Sloan School of Management)의 토마스 말론(Thomas Malone) 교수가 제안한 '학습권(learnrights)'이다. 말론 교수는 MIT 슬론 미디어 편집자 브라이언 이스트우드(Brian Eastwood)와의 인터뷰에서 이 개념을 공개했다.
학습권의 핵심은 창작자가 자신의 콘텐츠가 AI 모델 훈련에 사용될 경우 라이선스를 부여하고 수익을 공유받을 권리를 갖는다는 것이다. 현행 저작권 체계가 생성형 AI 시대의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습권 법제화 논의는 창작 생태계와 AI 산업 모두의 지속 가능성을 가르는 분기점이 되고 있다. 현재 저작권법 체계는 전통적인 창작물 보호에는 일정 부분 유효하지만, AI 훈련 데이터 활용이라는 새로운 현실 앞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말론 교수는 "현행 저작권법은 AI 시대의 새로운 도전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직접 비판했다. 그의 경고는 단순한 법률 기술적 지적을 넘어선다. 창작물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할 유인 자체가 줄어들고, 결국 AI 모델 개선에 필요한 원본 데이터의 공급도 감소할 것이라는 논리다.
창작자 보호와 AI 발전이 상충하는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연결된 문제라는 시각이다. 말론 교수가 특히 강하게 비판한 지점은 AI 기업들의 이중적 태도다.
영리 목적의 AI 기업들은 자신들의 지적 재산권을 엄격히 보호하면서도, 타인의 저작물은 허락 없이 훈련 데이터로 활용해 왔다. 이 모순을 해소하는 출발점으로 학습권이 제시된다. 학습권이 법적으로 제도화될 경우, 창작자는 자신의 작품 활용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고, AI 기업은 합법적이고 안정적인 데이터 공급원을 확보하게 된다.
창작자와 AI 개발자 양측 모두에게 실질적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다.
창작자와 AI 기업 간의 균형
학습권 개념이 실질적인 제도로 자리 잡으려면, 음악·영화·문학·사진 등 콘텐츠 산업 전반에 걸친 명확한 적용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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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분야마다 창작물의 특성과 활용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 규정보다는 산업별 세분화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라이선스 산정 기준, 수익 배분 방식, 분쟁 해결 절차 등 구체적 설계 없이는 법안이 선언적 수준에 그칠 위험도 있다.
한국에서도 이 논의는 무관하지 않다. AI 기술 도입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국내 콘텐츠 산업과 AI 기업 간의 데이터 활용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콘텐츠 산업과 빠르게 성장하는 AI 스타트업 생태계를 동시에 보유한 국가로서, 창작자 보상 체계와 AI 데이터 정책을 선제적으로 정비할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학습권과 같은 새로운 법적 프레임워크에 대한 검토를 서두르지 않으면, 국내 창작자들은 글로벌 AI 기업의 데이터 수집 대상이 되면서도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
한국에서의 '학습권' 도입 필요성
물론 학습권 도입에 대한 반론도 제기된다. 규제가 AI 연구의 속도를 늦추거나 기업의 데이터 활용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다. 라이선스 협상 비용과 행정 부담이 중소 AI 기업에게 불균형한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법 제정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간 합의 도출이 쉽지 않아 입법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반론은 학습권 도입 자체를 부정하는 근거라기보다, 설계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결국 학습권 논의의 핵심은 창작 생태계 없이는 AI 모델의 미래도 없다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명제로 귀결된다. 창작자에게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지 않으면 고품질 창작물의 공급이 줄고, 이는 AI 모델의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 기술 발전을 원하는 AI 기업의 이해관계와 권리 보호를 원하는 창작자의 요구는 이 지점에서 하나의 목표를 향한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와 입법 기관이 MIT 슬론 스쿨에서 제기된 이 학술적 제안을 구체적 정책 의제로 격상시켜야 할 시점이다. 글로벌 AI 거버넌스 논의에서 한국이 단순한 규범 수용자가 아니라 제도 형성의 참여자로 나서려면, 학습권과 같은 선도적 법적 프레임워크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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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Q
Q. 학습권(learnrights)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A. 학습권은 MIT 슬론 스쿨의 토마스 말론 교수가 제안한 법적 개념으로, 창작자가 자신의 콘텐츠가 AI 모델 훈련에 활용될 경우 라이선스를 부여하고 수익을 공유받을 권리를 갖는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말론 교수는 2025년 MIT 슬론 미디어를 통해 이 개념을 공개했으며, 현행 저작권법이 생성형 AI 시대에 창작자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학습권이 법제화되면 창작자는 AI 기업으로부터 명시적 동의와 경제적 보상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게 된다. 이는 기존 저작권법의 보완재로서, AI 훈련 데이터 활용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 사용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Q. 한국에서 학습권 논의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A. 한국은 K-콘텐츠로 대표되는 세계적 수준의 창작 산업과 빠르게 성장하는 AI 스타트업 생태계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어, 창작자 보상과 AI 데이터 정책 간 충돌 가능성이 특히 높은 국가다. 현재 국내 법제도는 AI 훈련 목적의 저작물 활용에 대한 명확한 보상 기준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 국내 창작자들이 법적 공백 속에 놓여 있다. 학습권과 같은 구체적 법적 프레임워크를 선제적으로 검토하면, 창작자 보호와 AI 산업 육성을 동시에 추진하는 균형 잡힌 정책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나아가 글로벌 AI 거버넌스 논의에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Q. 학습권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의 핵심 근거는 무엇인가?
A. 반대론자들은 라이선스 협상과 수익 배분 절차가 AI 연구 및 모델 개발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협상 비용과 행정 부담이 대형 기업보다 자원이 부족한 중소 AI 스타트업에게 더 큰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콘텐츠 유형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하려면 복잡한 규제 체계가 수반되어 입법 과정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들은 학습권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논거라기보다, 구체적인 법안 설계 단계에서 반드시 반영되어야 할 현실적 변수로 보는 시각이 더 타당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