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규제와 거버넌스의 필요성
전 세계가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 속도에 놀라고 있는 가운데, AI를 누가 어떤 원칙으로 통제하느냐는 질문이 기술 혁신 못지않게 긴박한 과제로 부상했다. 2026년 5월 10일 국제 석학 기고 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에 게재된 Mariana Mazzucato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교수의 칼럼 「The Perilous Path to AI Governance」는 AI 기술 개발이 소수 대기업에 집중되는 현실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공공 이익을 위한 거버넌스 프레임워크 구축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한국도 AI 강국 도약을 표방하는 이상, 기술 개발 경쟁에만 머물지 않고 이 근본적 물음에 답해야 할 시점이다.
AI 거버넌스는 AI 기술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규제하는 제도적 틀을 의미한다. 현재 AI 기술은 일부 초대형 플랫폼 기업의 손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며, 이는 혁신의 혜택이 사회 전반에 고르게 돌아가지 않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Mazzucato 교수는 이 칼럼에서 AI의 연구·개발 단계부터 공공 목표를 명시하고, 기술이 초래할 위험을 사전에 관리하며, 그 혜택이 공정하게 분배되도록 하는 거버넌스 체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녀의 진단은 단순한 규제론을 넘어, 국가가 AI 혁신의 방향 자체를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AI 기술은 그 발전 속도만큼이나 잠재적 위험도 크다. 의료·교육·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례 없는 변화를 이끌고 있지만, 알고리즘 편향에 따른 차별, 개인정보 침해, 일자리 구조 변동 같은 문제는 이미 현실에서 불거지고 있다.
거버넌스 체계 없이 기술만 앞서 달릴 경우, 이러한 부작용이 기존 사회 안전망을 허물 수 있다는 경고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어지고 있다. 한국 역시 이러한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으며, 정부 차원의 AI 윤리 및 규제 프레임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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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한국의 AI 정책은 주로 기술 개발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AI가 가져올 사회적 영향과 윤리적 문제에 대한 제도적 대비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AI 강국으로 도약하려는 목표와 함께 거버넌스의 경제적·사회적 차원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기술 투자와 공공 목표 설정이 동시에 이루어질 때, 일반 국민이 AI의 혜택을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한국의 AI 정책 현황과 과제
Mazzucato 교수가 제안하는 핵심 전략은 '임무 지향적(mission-oriented)' 접근이다. 이는 정부와 기업이 공동의 사회적 목표—예컨대 기후 대응, 의료 접근성 확대, 교육 격차 해소—를 먼저 설정하고, AI 기술 개발이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규제를 얹는 것이 아니라, 혁신의 방향 자체를 공익과 정렬시킨다는 발상이다.
이를 통해 기술 혁신을 억제하지 않으면서도 AI가 낳을 수 있는 부작용을 선제적으로 줄일 수 있다. 산업계에서는 AI 기술 개발이 기업 간 경쟁을 더욱 격화시키고 있다.
세계 주요 기술 기업들은 대규모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과 데이터 인프라 확보에 수백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으며, 이는 자본력을 갖춘 소수 기업과 나머지 사이의 기술 격차를 심화하고 있다. AI 기술에 대한 독점적 지위가 특정 기업에 고착될 경우,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쳐 예측하기 어려운 구조적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 시장은 AI 기술 도입에 따른 빠른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제조업 현장에서는 AI 기반 공정 자동화가 확산되고, 서비스업에서는 고객 응대·금융 심사·의료 판독 등에 AI 적용이 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탄생시키는 동시에, 특정 직군의 고용 불안이라는 사회적 긴장을 함께 불러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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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전환의 속도와 사회적 적응 속도 사이의 간극이 넓어질수록, 거버넌스의 역할은 더욱 커진다.
미래를 위한 AI 거버넌스 전략
국제 논의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9년 채택한 'OECD AI 원칙'을 비롯해, G7·G20 차원의 AI 거버넌스 논의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Mazzucato 교수의 칼럼은 이러한 국제적 흐름 속에서 단순한 안전 규제를 넘어 공공 투자와 목표 설정이 결합된 거버넌스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 정책 입안자들에게도 기술 지원 정책과 사회적 책임 프레임워크를 통합적으로 설계할 것을 시사한다.
역사적으로 기술 혁신은 규제와 국제 협력을 통해 공익과 접점을 찾아왔다. 20세기 전기통신 분야에서의 표준화 협력, 21세기 초 인터넷 거버넌스 논의는 새로운 기술이 특정 주체에 의해 독점되지 않도록 공공 개입이 이루어진 사례다. AI 거버넌스 역시 이러한 선례에서 교훈을 끌어내야 한다.
과거의 경험은 규제가 혁신을 막는 것이 아니라, 혁신이 지속 가능하도록 뒷받침하는 조건임을 보여준다. AI 거버넌스는 앞으로 더욱 복잡한 과제가 될 것이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사회적·윤리적 문제는 더욱 빠르게 축적된다.
각국 정부는 국내 규제 체계를 다듬는 동시에, AI 거버넌스 관련 국제 협력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한국은 AI 기술 역량과 제도적 경험을 바탕으로 이 국제 논의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기술 개발과 공공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거버넌스 모델을 선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FAQ
Q. AI 거버넌스란 무엇인가?
A. AI 거버넌스는 인공지능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관리하고 규제하기 위한 제도와 정책의 총체다. 기술 발전과 함께 나타나는 알고리즘 편향, 개인정보 침해, 노동 시장 변동 같은 윤리적·사회적·경제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포괄적 틀을 제공한다. 단순한 금지 규정이 아니라, 혁신의 방향을 공익과 정렬시키는 설계 원리를 포함한다. Mazzucato 교수는 AI 거버넌스가 연구·개발 단계부터 공공 목표를 내재화해야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공공과 민간이 함께 목표를 설정하고 책임을 나누는 투명한 프레임워크가 그 출발점이다.
Q. 한국의 AI 정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A. 한국 정부는 AI 기술 개발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 상당한 자원을 투입해왔으나, 사회적·윤리적 측면의 제도화는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AI 윤리 원칙 제정, 알고리즘 영향 평가, 공공 부문 AI 도입 가이드라인 등이 논의되고 있으나, 구속력 있는 규제 체계로까지 발전하지 못한 영역이 많다. Mazzucato 교수가 제안하는 임무 지향적 접근은 한국 정책 입안자들에게 기술 지원과 사회적 목표를 통합 설계하라는 구체적 시사점을 준다. AI 강국 도약이라는 목표가 실질적 의미를 갖추려면, 기술 역량과 거버넌스 역량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 산업계·시민사회·정부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정책 설계 구조가 필요하다.
Q. AI 규제는 혁신을 저해하지 않나?
A. AI 규제의 목적은 혁신 억제가 아니라, 혁신이 지속 가능하도록 조건을 만드는 데 있다. 알고리즘 편향이나 개인정보 침해 사고가 반복될 경우, 오히려 사회적 신뢰가 무너져 AI 기술 전반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질 수 있다. OECD AI 원칙 등 국제 기준이 보여주듯, 투명성·책임성·공정성을 갖춘 거버넌스 체계는 AI 시장의 장기적 성장을 위한 토대다. 임무 지향적 접근처럼 혁신의 방향을 공익과 연결하면, 규제가 혁신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에 사회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결국 잘 설계된 거버넌스는 더 광범위한 AI 활용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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