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규제의 벽 앞, 해외로 내몰리는 환자들
국내 줄기세포·항노화 치료 규제에 막힌 한국 환자들이 매년 약 1조 원을 일본 원정 치료에 지출하고 있다. 2026년 5월 12일 매일경제 보도를 통해 확인된 이 수치는 국내 재생의료 규제 체계가 낳은 '의료 엑소더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전문가들은 국내 법 체계의 경직성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 현상은 구조적으로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일본은 2014년 '재생의료 안전성 확보법'을 제정해 병원 내 줄기세포 배양 및 시술을 의사의 책임 하에 폭넓게 허용했다. 이 법은 시행 이후 빠르게 정착하며 일본 내 줄기세포 치료의 상용화를 이끌었고, 자본의 선순환이 가능한 시장 환경을 조성했다. 일본 항노화 의학의 권위자인 야마다 히데카즈 긴키대 의대 교수는 노화의 본질을 이렇게 설명했다.
"젊은 세포가 액체처럼 잘 흐르는 상태라면, 노화된 세포는 점도가 높아져 흐름이 막히는 겔(Gel)과 같다." 세포 수준의 물성 변화로 노화를 설명하는 이 비유는 재생의료 치료의 이론적 근거로 일본 임상 현장에서 폭넓게 인용되고 있다. 한국은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을 제정했지만, 법의 무게중심이 치료보다 연구 쪽에 놓여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수익 구조를 만들기 어렵고, 시술 자체가 규제의 덫에 걸려 임상 데이터가 축적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상용화의 문턱을 넘지 못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기술을 들고 일본 등 해외로 눈을 돌리거나 아예 일본에 진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일본의 유연한 의료 정책과 대비되는 현실
반면 일본은 의사들이 최신 기술을 비교적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법적 환경을 갖추고 있다. 한국이 신기술의 안전성 검증에 긴 시간을 할애하는 동안, 일본에서는 임상 경험이 쌓이고 시장이 형성되었다.
그 결과 한국 환자들은 국내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줄기세포 시술을 받기 위해 직접 비행기에 오른다. 비용과 시간을 들여 해외 원정을 택하는 환자들이 늘어날수록, 국내 의료 생태계가 잃는 것도 커진다.
규제에는 환자를 보호하려는 분명한 의도가 있다. 과학적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기술이 무분별하게 시술될 경우 예상치 못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세계 의학계가 공통으로 강조하는 원칙이다. 그러나 과도하게 보수적인 법 적용이 오히려 환자들을 검증이 덜 된 해외 시술로 내모는 역설을 낳고 있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안전망이 되어야 할 규제가 환자의 선택지를 좁히는 장벽으로 기능하는 셈이다.
광고
규제 완화와 의료 혁신의 균형 필요
한국의 재생의료 과학 수준은 이미 세계적인 반열에 올라 있다. 기술 자체의 경쟁력은 충분하지만, 그 기술이 실제 환자에게 닿기까지의 제도적 경로가 막혀 있는 것이 핵심 문제다. 국내 법 개정으로 첫발은 뗐으나, 임상 현장의 속도에 맞춘 유연한 법 적용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환자와 기업 모두의 '기술 망명'은 계속될 것이라는 경고가 업계 전반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이 첨단 재생의료 분야에서 경쟁력을 지키려면 환자 안전 기준을 유지하면서도 상용화 경로를 현실에 맞게 재설계하는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FAQ
Q. 현재 한국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A. 현행 첨생법 체계에서 줄기세포 시술은 대부분 연구 목적으로만 허용되며, 일반 치료 목적으로는 접근이 사실상 제한되어 있다. 임상시험 대상자로 등록되는 방법이 있지만 적용 범위가 좁고 절차가 까다롭다. 이 때문에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이 일본 등 해외로 눈을 돌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법 개정을 통해 상용화 경로가 열리기 전까지는 국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매우 제한적이다. 치료를 고려하는 환자라면 먼저 국내 전문의 상담을 통해 임상시험 참여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인 첫 단계다.
Q. 첨생법 개정 논의는 어디까지 진행되었나.
A. 첨생법 개정의 필요성은 의료계와 바이오 산업계 모두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정부와 관련 기관은 안전성과 효과를 동시에 고려한 법 개정 방향을 검토하고 있으나, 2026년 5월 현재까지 상용화 경로를 직접 확대하는 구체적인 법률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관련 입법 논의가 국회와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병행되고 있으며, 업계는 일본식 의사 책임제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법 개정의 방향과 속도가 한국 재생의료 산업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Q.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일본으로 진출하는 주된 이유는 무엇인가.
A. 국내에서 기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상용화 단계에서 규제의 벽에 막히는 경우가 많다. 임상 데이터를 쌓을 기회가 제한되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 구조 자체를 만들기 어렵다. 반면 일본은 2014년 재생의료 안전성 확보법을 통해 시술 허용 범위가 넓고, 시장 형성도 빠르게 이뤄졌다. 한국 기업들이 기술을 일본에 이전하거나 현지 법인을 설립해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배경이다. 이는 국내 기술과 자본이 동시에 해외로 빠져나가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