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5대 은행들이 전체 인력의 30% 이상을 해외에 두고 있음에도, 수익의 90% 이상을 국내 시장에 의존하는 구조가 계속되고 있어 '내수 중심 은행'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와 중국 등 주요 해외 네트워크에서 수천억원 규모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특히 4대 은행 해외점포 중 약 3분의 1이 동남아시아 8개국에 집중되어 있으나, 이 지역 점포들의 자산 건전성은 취약한 반면, 수익은 상대적으로 선진 금융시장에 치중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는 은행들이 직접 해외 지점을 개설하거나 현지 중소은행 인수를 통해 체질개선을 시도하는 초기 글로벌 진출 전략의 한계를 드러낸다. 최근에는 금융지주 차원에서 해외점포들을 독립 자회사로 분리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동남아 지역 집중된 해외점포의 부실 위험 및 경제 영향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2024년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8곳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총 2836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그중 KB국민은행이 보유한 인도네시아 KB뱅크가 102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이 741억원, 중국 우리은행이 527억원, 하나은행 중국 법인이 393억원 규모의 손실을 보였다.
특히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 중국, 브라질, 유럽, 필리핀 등 다수 지역에서 적자를 기록하여 4대 은행 중 가장 많은 해외점포가 적자를 냈다. 신한은행도 캐나다 현지법인에서 약 2억원의 소규모 손실을 보고했다.
해외점포가 다수 몰려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은 전체적으로 자산의 건전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약세를 보인다. 2024년 말 기준, 국내 은행 해외점포 중 31.6%가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8개국에 몰려 있다.
이 8개국 내 점포 자산 규모는 약 575억 달러(한화 약 854조원)로, 전체 해외점포 자산의 약 27%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악화 또는 대규모 부실채권 발생 시 글로벌 순이익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취약점이 존재한다. 실제 인도네시아의 부실채권 비율은 7.82%에 달했으며, 캄보디아도 6.15%로 높았다. 반면 미국(1.32%), 중국(0.85%), 베트남(0.51%), 일본(0.26%) 등 다른 국가 점포들은 부실채권 비율이 1% 미만이다.
또한 대출금은 총 자산의 55%에 이르는 1193억 달러(약 178조원) 규모에 달해 현지 경기 변동 및 차주의 상환 능력 저하가 곧바로 자산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우리은행의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은 2024년에 56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으나, 지난해 발생한 금융 사고와 부실채권 여파로 2025년에는 적자 전환했다.
신용장 사기 등 무역거래 관련 금융 사고는 고액 대출 부도 및 수천억원의 대손충당금 누적의 원인이 된다. 국내 은행들이 해외점포를 대부분 100% 지분 소유하고 있어, 한 곳의 위기가 전체 은행 실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M&A 체질개선’에서 ‘지분투자·배당’ 중심으로 진화하는 해외 진출 전략
금융권에서는 현지 규제 당국의 불시 제재와 체질 개선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특정 국가에서는 감독당국이 예기치 않은 과태료 부과나 제재를 수시로 시행하는 상황이며, 미국과 같이 금융감독 강화가 진행 중인 시장에서는 실시간 대응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인수 합병 후 통합 과정에서도 현지 대형·우량 금융사 인수가 아닌 경우 통합 효과가 미흡한 실정을 보여준다.
중소형 현지 금융사를 인수해 현지화, 체질 개선, 수익성 확보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축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신한은행도 1986년 일본 오사카에 첫 해외 점포를 낸 뒤 23년에 걸쳐 2009년에 두 번째 해외 법인을 설립했으며, 베트남과 일본에서 2024년에 각각 2591억, 1792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으나 이는 장기 투자와 꾸준한 체질 개선의 결과다.
최근 금융그룹들은 각 계열사 해외 네트워크를 국가별 또는 권역별로 관리하며, 해외점포 순이익을 은행 전체 실적에서 분리하는 별도의 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리스크 관리 체계를 세분화해 시장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하고자 한다.
한편, 해외 진출 방식에도 변화가 관찰된다. ‘인수 후 직접 운영’ 모델에서 ‘지분 투자 후 배당 수익’ 모델로 전환하는 추세로, 하나은행은 베트남 BIDV에 지분 15%를 투자해 2대 주주가 되고 매년 배당을 받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에 투자해 상장 성공 후 투자이익을 반영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IT 기술 및 영업 노하우를 현지 은행에 전수하여 기업 가치를 높이고, 지분 투자 수익과 배당을 통해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