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국적법 개정이 만들어낸 구조적 딜레마
병역을 마친 한국계 미국인이 50세에 복수국적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면, 지금껏 65세까지 기다려야 했던 상당수 재외동포의 삶이 달라진다. '65세에서 50세로'라는 허용 연령 하향 방안이 2025년부터 재외동포청 안팎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있으며, 이를 계기로 복수국적 제도 전반을 둘러싼 쟁점이 다시 부각되었다. 이 논의는 단순한 행정 편의 개선이 아니라, 병역 의무·국적 이탈·글로벌 인재 유치라는 세 가지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을 정확히 드러낸다.
한국은 원칙적으로 단일 국적만을 허용하는 나라다. 그러나 2010년 5월 4일 개정된 국적법은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이라는 조건부 장치를 달아 복수국적을 일부 허용하기 시작했다.
이 개정으로 외국 국적을 보유한 채 한국 국적도 유지하려는 이들에게 법적 통로가 열렸지만, 동시에 병역 의무를 지닌 남성에게는 엄격한 제약이 뒤따랐다. 핵심 논점은 여기에 있다. 복수국적을 허용하되 병역 의무와의 연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이 제도는 재외동포 포용 정책이 될 수도, 반대로 병역 기피의 우회로가 될 수도 있다.
현행 국적법 체계를 이해하려면 2010년 개정 이전과 이후를 구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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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전에는 자발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한 한국인은 자동으로 한국 국적을 상실했다. 개정 이후에도 이 원칙은 유지되었지만, 특정 범주의 사람들에게는 예외가 인정되었다. 65세 이상에서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 국적 회복 절차를 통해 복수국적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고, 이때도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이 필수적으로 요구되었다.
제도는 열렸지만 조건은 까다로웠다. 이 구조가 지금까지 유지된 핵심 이유는 병역 의무와의 충돌을 막기 위해서였다. 병역 문제는 이 제도의 가장 민감한 축이다.
복수국적을 보유한 남성은 병역 의무 이행 이전에는 한국 국적 포기, 즉 국적이탈(nationality renunciation) 신고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는 외국에서 태어난 복수국적자가 성년이 되기 전 국적을 이탈해 병역을 피하는 경로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설계다.
나아가 2016년 5월 29일 개정 국적법은 한 가지 요건을 추가했다. 직계존속(부모)이 영주 목적 없이 외국에 체류하는 상태에서 태어난 자녀는 병역 의무를 이행한 이후에만 국적이탈 신고가 가능하도록 규정을 강화한 것이다.
이 조항은 단순한 여행이나 단기 체류 중 외국에서 출산한 경우까지 포함해, 자녀의 이중국적 보유 기간을 병역 의무와 묶어두는 효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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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조항이 2022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constitutional inconsistency) 결정을 받으면서 논란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헌법상 평등 원칙 등과 충돌한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관련 규정이 개정 절차를 밟게 되었다. 헌재 결정은 병역 의무와 국적이탈의 연계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연계 방식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거나 비례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이 결정은 입법자에게 더 정교한 설계를 요구하는 신호이기도 했다. 단순히 출생지나 부모의 체류 목적만으로 국적이탈을 제한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헌재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2021년에는 법무부가 또 다른 논쟁을 촉발했다. 외국인 영주자(permanent resident)의 자녀에 대해 간이 국적 취득 제도를 추진하는 내용의 국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것이다.
이 방안은 한국에 장기 거주하는 외국인 가정의 자녀가 보다 쉽게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였으나, 병역 기피 우회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사회적 논쟁을 불렀다. 반대 측은 간이 취득 이후 병역 의무 이전에 다시 국적을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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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의 개정안은 결국 사회적 합의를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한 채 논란 속에 머물렀다.
병역 이탈 차단 장치, 헌재 결정까지 이어진 논쟁
이런 배경 위에서 재외동포청이 추진한 복수국적 허용 연령 하향 방안을 평가해야 한다. 현행 65세에서 50세로 낮추는 이 방안은 병역을 마쳤거나 면제된 동포만을 대상으로 한다.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 제도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설계다. 재외동포청의 논리는 명확하다.
병역 의무를 다한 동포가 고령이 되어서야 겨우 복수국적을 인정받는 구조는 글로벌 인재 유치나 재외동포와의 연대라는 정책 목표와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50세는 여전히 경제적으로 왕성한 활동기이며, 이 시기에 복수국적을 허용함으로써 한국과의 유대를 강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 이 방안의 출발점이다.
이 방안에 반론이 없지는 않다. 일각에서는 허용 연령 하향이 원칙의 완화로 이어져 결국 병역 기피 유인 구조를 넓힌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이 반론은 방안의 설계를 정확히 읽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재외동포청이 추진한 방안은 '병역 의무를 마친 이후'라는 조건을 명시하고 있어, 병역 이탈 통로와는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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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문제의 핵심은 다른 곳에 있다. 65세라는 기준선이 설정된 이후 수십 년간 제도가 경직되었고, 그 사이 세계 각지의 한국계 인재들이 한국과의 공식적 법적 연대 고리를 잃어온 것이다.
50세로의 하향은 뒤늦은 조정이지, 과도한 완화가 아니다. 복수국적 제도가 단순히 법률 기술적 문제에 머물지 않는 이유는, 이것이 한국이 어떤 사회를 지향하는지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단일 국적 원칙을 고수하며 공동체의 경계를 엄격히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전 세계에 흩어진 한국계 인재와 가족들을 제도적으로 품을 것인지는 이민·외교·안보 정책 전반과 맞닿아 있다.
2010년 국적법 개정이 그 첫 문을 열었고, 2022년 헌재 결정이 설계의 정교화를 요구했으며, 재외동포청의 연령 하향 논의가 그 연장선에서 이루어졌다. 이 흐름을 되돌리기는 어렵고, 되돌려야 할 이유도 충분하지 않다.
병역 의무라는 가장 민감한 축을 흔들지 않으면서, 한국이 재외동포와 맺는 법적 연대를 얼마나 두텁게 설계할 수 있는가. 그 답을 구체적인 입법으로 제시하는 것이 지금 한국 사회에 놓인 과제다. Q.
병역 의무를 마치지 않은 복수국적 남성은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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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현행 국적법에 따르면 복수국적자 남성은 병역 의무가 종료된 이후에만 한국 국적 포기(국적이탈 신고)가 가능하다.
직계존속이 영주 목적 없이 외국에 체류하는 상태에서 태어난 경우 이 제한이 더욱 엄격하게 적용되었으나, 2022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관련 조항은 개정 절차를 밟게 되었다.
복수국적 허용 연령 50세 하향, 해법인가 미봉책인가
Q. 재외동포청이 추진한 복수국적 허용 연령 50세 하향은 누구에게 적용되는가.
A. 병역을 마쳤거나 면제된 재외동포 남성을 대상으로 하며,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현행 65세 기준을 50세로 낮추는 방안으로, 2025년부터 재외동포청 안팎에서 논의되었으나 아직 공식 입법이 완료된 사항은 아니다.
Q. 2022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국적이탈 제한 자체를 위헌으로 본 것인가. A.
그렇지 않다. 헌재는 병역 의무와 국적이탈을 연계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거나 비례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지, 연계 자체를 위헌으로 본 것은 아니다.
이 결정은 관련 조항의 개정을 촉구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보다 정교한 입법 설계를 요구하는 취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