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인플레이션, 중앙은행 정책 전환 촉구하다

글로벌 경제와 구조적 인플레이션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

장기적 관점에서의 정책 방향

글로벌 경제와 구조적 인플레이션

 

2026년 4월 말, 하버드대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를 통해 발표한 칼럼에서 현재의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요인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로고프 교수는 탈세계화, 에너지 전환 비용 증가, 노동 시장의 구조적 변화라는 세 가지 핵심 요인을 제시하며, 전통적 통화정책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 분석은 2026년 5월 현재, 여전히 연 3% 이상의 인플레이션율을 기록 중인 한국 경제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로고프 교수가 지적한 첫 번째 요인은 탈세계화다. 2020년대 초반 코로나19 팬데믹과 지정학적 갈등을 거치며 글로벌 공급망은 급격히 재편됐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2023~2025년 사이 글로벌 교역량 증가율은 연평균 1.8%에 그쳤다. 이는 2000~2019년 평균 4.2%에 비해 절반 이하 수준이다. 각국 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와 공급망 안정을 우선시하면서 생산 거점을 본국 또는 우방국으로 이전하는 리쇼어링·프렌드쇼어링이 확산됐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국 제조업체의 해외 생산 비중은 전년 대비 2.3%포인트 감소한 38.7%를 기록했다. 생산 기지 이전과 공급망 다변화에 따른 비용 증가는 최종 제품 가격에 전가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에너지 전환 비용도 물가 상승을 부채질했다. 로고프 교수는 칼럼에서 "화석연료 중심 경제에서 재생에너지 경제로의 전환은 막대한 초기 투자를 요구하며, 이는 단기적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을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글로벌 에너지 전환 투자액이 2조 3천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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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2025년 한 해에만 47조 원을 재생에너지 인프라에 투입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는 아직 화석연료보다 높다. 한국전력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태양광 발전 평균 단가는 kWh당 128원으로, 석탄화력(62원)의 두 배를 넘었다.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비용 증가는 전기요금 인상 압력으로 이어지며,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의 원가 상승을 초래했다. 노동 시장의 구조적 변화 역시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켰다.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 확산, 조기 은퇴 증가, 저출산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주요국의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됐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미국의 구인배율(구인자 수/구직자 수)은 1.4배로, 팬데믹 이전(1.2배)보다 높았다.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고용동향에 따르면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전년 대비 31만 명 감소한 3,721만 명을 기록했다. 특히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인력 부족이 두드러졌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 2025년 중소 제조업체의 구인난 체감도는 73.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력 확보가 어려워지자 기업들은 임금을 올릴 수밖에 없었고,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명목임금 상승률은 전년 대비 4.8%로, 2010년대 평균(2.7%)을 크게 웃돌았다.

 

상승한 인건비는 제품과 서비스 가격에 반영되면서 소비자물가지수를 끌어올렸다. 로고프 교수는 이러한 구조적 요인들이 과거 경기 순환적 인플레이션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요 억제를 목표로 하는 전통적 긴축 통화정책은 공급 측면의 구조적 제약을 해소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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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과도한 금리 인상은 투자를 위축시켜 장기적으로 공급 능력을 더욱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022~2024년 사이 기준금리를 5.5%까지 끌어올렸으나, 2025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3.2%로 목표치(2%)를 상회했다. 한국은행도 2022년 8월부터 2023년 1월까지 기준금리를 3.5%로 인상했지만, 2025년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를 기록하며 목표 범위(2%)를 벗어났다.

 

고금리 정책은 가계부채 부담을 가중시키고 건설투자를 위축시켰지만, 구조적 인플레이션 압력을 근본적으로 완화하지는 못했다. 로고프 교수는 중앙은행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에서 3%로 상향 조정하거나, 공급망 안정화와 에너지 전환을 지원하는 정책 수단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25년 12월 통화정책 성명에서 "에너지 전환 관련 투자에 대해서는 기존 긴축 기조에서 예외를 둘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은행(BOJ)도 2026년 3월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 산업 공급망 확충을 위한 저리 대출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한국은행도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2026년 4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는 "구조적 인플레이션 요인을 감안할 때 중기 물가 목표 달성 경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일부 위원의 의견이 기록됐다.

 

산업 생태계 차원의 대응도 요구된다. 로고프 교수는 "에너지 효율 개선, 노동생산성 향상, 공급망 디지털화 등 공급 능력을 확충하는 투자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핵심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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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2026년 '공급망 혁신 로드맵'을 발표하고 향후 5년간 62조 원을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분야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또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로 확대하고, 원자력 발전 비중도 유지하는 에너지 믹스 전략을 추진 중이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투자가 계획대로 집행될 경우 2030년 한국의 제조업 생산성은 2025년 대비 18%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확대도 산업 구조 변화를 견인하고 있다. 글로벌 지속가능투자연합(GSIA)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ESG 투자 규모는 41조 달러로, 2020년(35조 달러) 대비 17% 증가했다. 한국에서도 국민연금이 2025년 ESG 투자 비중을 전체 운용자산의 52%까지 확대했다.

 

기업들은 환경 규제 강화와 투자자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친환경 생산 설비를 도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5년 국내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45%까지 끌어올렸고, 현대자동차는 2026년 1분기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의 23%로 확대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으로 비용 증가 요인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효율 개선과 기술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전망이다. 노동 시장 개혁도 시급한 과제다.

 

로고프 교수는 "교육 훈련 시스템을 현대화하고, 이민 정책을 유연화하며, 여성과 고령층의 경제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여성 고용률(2025년 60.3%)과 고령층 고용률(65~69세 48.7%)이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2026년 '생애 전환기 재교육 지원법'을 제정하고, 40대 이상 재직자의 직무 전환 교육에 연간 3조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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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육아휴직 급여를 상향 조정하고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확대해 여성의 경력 단절을 방지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정책이 본격 시행될 경우 2030년까지 생산가능인구 감소 효과의 약 40%를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구조적 변화가 단기 성장률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6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제시하며, 고금리와 투자 재편에 따른 성장 둔화를 예상했다. 그러나 로고프 교수는 "단기적 성장률 조정은 불가피하지만, 공급 능력 확충과 생산성 향상이 이뤄지면 중장기적으로 더 높은 잠재성장률과 낮은 인플레이션을 달성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독일은 2010년대 초반 에너지 전환(Energiewende)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제조업 생산비용이 상승했지만, 2020년대 들어 에너지 효율 개선과 기술 혁신으로 경쟁력을 회복했다.

 

2025년 독일의 제조업 생산성은 유로존 평균을 12% 상회했다. 한국 경제가 이러한 구조적 전환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려면 정부·기업·노동자 간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로고프 교수는 "인플레이션 대응은 통화정책만의 과제가 아니다.

 

재정정책, 산업정책, 교육정책이 일관된 방향으로 조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2026년 5월 '경제 구조 전환 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기재부·산업부·고용부·환경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중장기 정책 로드맵을 수립 중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정부가 명확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규제 개혁을 병행한다면 민간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노총도 "노동시장 유연화는 고용 안정망 확충과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며 조건부 협력 의사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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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인플레이션 시대, 중앙은행은 더 이상 금리 조절만으로 물가를 통제할 수 없다. 로고프 교수의 분석이 시사하듯, 탈세계화·에너지 전환·노동시장 변화라는 공급 측면의 구조적 제약을 해소하지 않는 한 인플레이션 압력은 지속될 것이다.

 

한국은 이 전환기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아야 한다. 공급망 혁신, 재생에너지 확대, 인적자본 재교육에 과감히 투자하고, 통화·재정·산업정책을 통합적으로 운용한다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2026년 5월 현재, 한국 경제는 그 갈림길에 서 있다. FAQ

 

장기적 관점에서의 정책 방향

 

Q. 구조적 인플레이션이란 무엇인가?

 

A. 구조적 인플레이션은 경기 순환과 무관하게 경제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에서 발생하는 지속적 물가 상승을 의미한다. 탈세계화로 인한 생산비용 증가, 에너지 전환에 따른 초기 투자 부담,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등이 주요 원인이다.

 

전통적 긴축 통화정책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Q. 중앙은행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A. 중앙은행은 금리 조절 중심의 수요 관리를 넘어 공급 능력 확충을 지원하는 정책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 인플레이션 목표치 재검토, 전략 산업 저리 대출, 에너지 전환 투자 지원 등이 필요하다.

 

재정정책·산업정책과의 긴밀한 정책 조율도 필수적이다. Q.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A. 구조적 인플레이션은 한국에 지속적 물가 압력을 가하지만, 동시에 산업 고도화 기회를 제공한다.

 

공급망 혁신, 재생에너지 전환, 인적자본 재교육에 투자하면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성장률 둔화와 기업 비용 증가를 감수해야 한다.

작성 2026.05.03 01:43 수정 2026.05.03 01:43

RSS피드 기사제공처 : 한국IT산업뉴스 / 등록기자: 강진교발행인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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