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생에너지 확대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이제 단순한 보급 목표를 넘어 어디에,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책임 있게 설비를 배치할 것인지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전력 수요가 집중된 지역 인근에서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한 부지를 미리 확보하지 못하면 공급 확대는 구호에 그치기 쉽고, 사업은 개별 민원과 지역 갈등에 반복적으로 가로막힐 가능성이 크다. 이런 배경 속에서 재생에너지 공간계획을 제도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공간계획의 부재가 여러 문제를 동시에 낳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으며, 사전 검토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으면 생태적 가치가 높은 지역이나 환경적으로 민감한 구역까지 개발 논의가 선행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그 결과 사업 초기부터 주민 반발이 커지고, 인허가 지연과 사회적 비용이 누적되며, 재생에너지 전환 전반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속도와 환경, 주민 수용성은 서로 반대되는 가치가 아니라 정교한 입지계획을 통해 함께 풀어야 할 과제임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지혜 의원은 2026년 3월 30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법안 논의는 재생에너지 보급을 무작정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계획입지와 사전 검토를 통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사회적 충돌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 틀을 손보자는 데 의미가 있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두 축을 함께 달성하려면, 입지정책의 정교화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점을 국회 차원에서 공론화한 것이다.
이와 관련한 공론의 장도 마련된다. 박지혜 의원은 오는 2026년 4월 27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지자체 재생에너지 공간계획 의무화 및 탄소중립기본법 개정과제’를 주제로 국회토론회를 연다. 이번 토론회는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재단법인 숲과나눔 풀씨행동연구소, 에너지전환포럼이 공동으로 주최하며, 관련 문의는 풀씨행동연구소를 통해 가능하다.
이번 논의의 핵심은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반복돼 온 갈등 구조를 제도적으로 줄일 수 있느냐에 있다. 계획 없는 개발은 지역사회에 부담을 전가하고, 주민 수용성 저하는 다시 사업 지연으로 이어지지만 반대로 지자체 단위의 공간계획이 선제적으로 작동하면 입지 적정성을 높이고, 환경 훼손 우려를 사전에 점검하며, 사업 추진의 예측 가능성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에, 산업계에 있어서도 전력 공급 안정성과 투자 환경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탄소중립 이행이 선언을 넘어 실행 단계로 접어든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입지정책은 에너지 전환의 성패를 가를 실무적 관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설치 목표만 높여서는 성과를 담보하기 어렵고, 주민과 환경, 산업 수요를 함께 고려한 체계적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토론회는 법 개정의 방향과 사회적 합의를 동시에 점검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국회와 시민사회, 정책 현장이 한자리에 모여 제도 개선의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더 이상 발전설비 숫자만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어디에 세울 것인지, 어떤 기준으로 조정할 것인지, 지역사회와 환경을 어떻게 함께 고려할 것인지가 정책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4월 27일 국회토론회는 그 전환점을 가늠할 자리로, 탄소중립을 향한 속도와 사회적 신뢰를 동시에 확보하려면, 이제는 계획입지의 원칙을 제도에 분명히 새길 때라는 메시지가 한층 또렷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