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학습, 농촌에서 멈추다
과거를 회상해보면 전통적인 교실은 칠판, 분필, 교과서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교육 현장은 점점 디지털화되고 있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학습이 필수적으로 전환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학습이 중심이 되었고, 이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수요를 크게 증가시켰습니다. 그러나 모든 국가와 지역이 같은 속도로 이 변화를 따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작은 히말라야 왕국 부탄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줍니다.
부탄의 농촌 학교들은 디지털 격차라는 높은 벽 앞에서 분투하며, 기술의 발전이 모든 곳에서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2026년 4월 8일자 Kuensel Online 보도에 따르면, 부탄 교육부는 2026년부터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ICT(정보통신기술) 시험을 재도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고등 교육 및 고용 시장에서 필수적인 디지털 기술을 강화하려는 정부의 열의를 반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결성과 인프라 부족, 정책의 불명확성이라는 장애물이 이러한 계획의 실현을 더디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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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부탄 농촌 지역의 학교들은 이러한 어려움이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4년 연간 교육 통계에 따르면 부탄의 전체 학교 중 약 23.2%는 10Mbps 미만의 인터넷 속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기준에서 보면 놀라울 정도로 낮은 수치입니다.
참고로 한국의 평균 인터넷 속도는 100Mbps를 훨씬 상회하며, 대부분의 학교에서 기가비트급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부탄에서 인터넷 속도가 낮으면 수업 중 연결이 끊기거나, 교사와 학생 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더욱이 일부 교사들은 수업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휴대폰 데이터를 사용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는 열악한 교육 환경의 단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교사들이 맡은 책임을 보여주는 감명 깊은 장면이기도 합니다.
부탄 학교의 ICT 현실이 던지는 질문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안정적인 인터넷 연결만이 아니었습니다. 2024년 교육 통계 자료에 따르면, 약 230개 학교는 기본적인 안정적 인터넷 연결조차 부족하며, 327개 학교는 ICT 랩 시설이 아예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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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345개 학교는 적절한 디지털 기기가 부족해 온라인 학습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탄 남서부 푼촐링 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단 한 곳의 ICT 교실만 운영되며, 그 안에서도 작동 가능한 컴퓨터는 10대 중 6대뿐인 심각한 상황입니다. 나머지 4대는 고장 상태로 방치되어 있으며, 수리를 위한 예산이나 기술 인력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러한 물리적 기기 부족은 학습의 기회를 제한하며 학생들이 디지털 세계에 진입하는 데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기술 습득을 방해합니다. 한 학급당 30~40명의 학생이 6대의 컴퓨터를 나누어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디지털 역량 교육은 요원한 일입니다.
교사 부족 문제도 디지털 학습 확장에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부탄 전역에 ICT 교사는 단 50명뿐이며, 특히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ICT 교사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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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디지털 교육을 도입하려는 정책이 현장에서 실행되지 못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으로, 정책과 현실 간의 괴리를 잘 보여줍니다. ICT 교사가 없는 학교에서는 다른 과목 교사들이 디지털 교육을 겸임해야 하는데, 이들 역시 충분한 훈련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아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정부 주도 네트워크(GIN)'와 '디지털 드루키율(Digital Drukyul)' 플래그십 프로그램 같은 이니셔티브는 긍정적인 시작이긴 하지만 지역 간의 인터넷 속도와 인프라의 격차를 해소하는 데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정책과 현실이 상호작용하며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내기에는 더 많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일부는 이런 상황에 대해, 부탄의 독특한 지리적 특성과 경제적 여건을 고려할 때 정부가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반론을 펼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부탄은 험난한 히말라야 산악 지형으로 인해 인터넷을 포함한 기본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어려움이 큰 국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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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밀도가 낮고 학교들이 산간 오지에 흩어져 있어 광케이블 설치나 통신탑 건설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됩니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환경 탓으로 돌리는 것은 미래 세대를 놓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부탄이 국민총행복(GNH, Gross National Happiness)이라는 독특한 발전 지표로 유명한 나라라 하더라도, 21세기 교육은 디지털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나라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연결됩니다. 행복 지수가 높더라도 디지털 교육 기회의 불평등은 장기적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기술이 지역 간 교육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만큼, 디지털 교육은 단순히 과제 이상으로 중대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한국 교육이 배울 수 있는 교훈
한국도 디지털 학습을 도입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국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동일한 수업을 위해 고성능 기기와 빠른 인터넷을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누리고 있는 우리는 부탄의 사례를 바라보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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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디지털 기술의 교육적 활용이 일상화된 모습이지만, 이는 경제적 여건, 정책 지원, 사회적 이해가 맞물려 이루어낸 결과입니다. 한국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교육정보화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고, 모든 학교에 초고속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를 보급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 한국의 학생 1인당 컴퓨터 보급률은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에 속하며, 대부분의 교실에서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은 항상 발전하며 그 속도에 모든 이들이 발맞출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 내에서도 도시와 농촌, 부유층과 저소득층 사이의 디지털 격차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닙니다. 부탄 사례는 디지털 학습 환경 내에서 '포괄적 접근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합니다.
결국 교육은 각 국가의 면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미래를 향한 투자입니다. 디지털 학습을 통해 교육의 격차를 줄이고 모든 학생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려는 노력은 단순히 기술을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섭니다. 우리는 부탄과 같은 국가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이해하고, 글로벌 관점에서 학습 방법과 협력 가능성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교육정보화 경험과 노하우를 개발도상국과 공유하는 국제 협력 프로그램을 확대하거나, 저비용 고효율의 디지털 교육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기술은 그 자체로 만능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의 도구일 뿐이며, 그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누가 접근할 수 있는지에 따라 진정한 변화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한국 독자로서 부탄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다음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디지털 교육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이며, 우리가 미래 세대에 어떤 환경을 제공해야 할까요? 그리고 더 나아가, 디지털 기술이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는 도구가 되기 위해 우리는 어떤 국제적 연대와 협력을 실천할 수 있을까요? 부탄의 사례는 단순히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 교육의 본질적 과제를 우리에게 던지는 거울입니다.
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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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vertexaisearch.cloud.googl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