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목표와 생물다양성의 충돌
지구를 지키려는 인간의 노력은 역설적일 때가 많습니다. 탄소 중립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지구의 온도를 낮추려는 시도가 오히려 생태계에 새로운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는 최근 분석 결과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고민을 안겨줍니다.
우리는 정말 지구를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까요?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전 세계적 노력이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2015년 체결된 파리 협정에 따라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목표로 설정되었고, 이를 위해 탄소 배출량 감축과 탄소 제거 기술이 주요 정책 수단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 중 특히 큰 문제가 되는 부분은 '대규모 토지 이용' 방식입니다. 나무를 심어 탄소를 흡수하거나, 바이오 에너지 작물을 대규모로 재배하는 방식이 생물다양성을 심각히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인류가 화석 연료 사용과 토지 이용 변화 등으로 연간 약 42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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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미 배출된 탄소를 직접 제거하는 기술적·생태적 전략 없이는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 기후 과학계의 중론입니다. 이에 따라 조림 사업과 에너지 작물 재배 등 대규모 토지 이용 전략이 채택되고 있습니다.
특히 나무는 대표적인 탄소 흡수원 역할을 하며, 이런 이유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대규모 조림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는 이러한 조림 방식에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탄소 제거를 위해 투입되는 막대한 면적의 토지입니다. 나무를 심거나 바이오 에너지 생산을 위한 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은 수백만 제곱킬로미터의 토지를 필요로 하며, 이는 야생 생물의 서식지 확보와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다국적 공동 연구팀의 보고서에 따르면, 탈탄소 시나리오와 생물다양성 지도를 대조한 결과, 탄소 제거를 위해 할당된 토지 구역 중 상당 부분이 생태계 보전이 시급한 핵심 지역과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기후 피난처(climate refuge)'로 불리는 지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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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피난처란 기후 변화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아 생물종들이 피신하여 생존할 수 있는 생태적으로 중요한 지역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지역은 미래 생물다양성 보전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는데, 분석 결과 전 세계 기후 피난처 중 최대 13%가 탄소 제거를 위한 조림과 작물 재배 지역과 겹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기후 변화로 인해 서식지를 잃은 생물종들이 마지막으로 의지할 공간마저 인간의 탄소 중립 정책으로 인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장 심각한 사례로는 사바나와 초원 지역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이러한 생태계는 본래 나무 밀도가 낮아야 유지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바나는 드문드문 자리한 나무와 풍부한 초본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러한 환경에 적응한 고유한 생물종들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탄소 흡수를 목적으로 이 지역에 억지로 나무를 심어 숲으로 만들 경우, 사바나와 초원 특유의 서식 환경이 파괴되고 해당 생태계에 의존하는 희귀 생물종이 멸종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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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생태계 타입 전환(ecosystem type conversion)'이라 부르며, 탄소 저장량은 증가할지 몰라도 생태적 가치는 오히려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경고합니다.
탄소 흡수 정책이 초래한 의도치 않은 결과
서아프리카 등 일부 대륙에서는 바이오 에너지 작물을 대규모로 재배하기 위해 계획된 토지에서 비슷한 문제가 확인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지역의 특정 작물 재배 예정지가 희귀종 밀집 서식지와 중첩되면서, 탄소 흡수를 통해 얻을 단기적인 이익이 장기적으로는 생태적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됩니다. 바이오 에너지 작물은 옥수수, 사탕수수, 유채 등 단일 작물을 대규모로 재배하는 방식이 일반적인데, 이는 토양 고갈, 수자원 감소, 서식지 단편화 등의 부작용을 동반합니다.
결과적으로 해당 지역의 생물다양성은 급격히 감소하게 됩니다. 이는 곧 2022년 채택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와 같은 국제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생물다양성 보호 목표를 심각히 저해할 수도 있다는 경고로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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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BF는 2030년까지 육상 및 해양 지역의 최소 30%를 효과적으로 보전하고, 훼손된 생태계의 30%를 복원하며, 멸종 위기종의 멸종률과 멸종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합니다. 그러나 탄소 중립 정책이 생물다양성 보전 지역과 충돌한다면, 이러한 목표 달성은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정책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입장을 살펴보면, 탄소 중립이라는 전 세계적인 목표를 달성해야 생태계가 장기적으로 보호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기후 변화가 가속화되면 전 지구적인 생태계 붕괴가 일어날 수 있으며, 이는 부분적인 생물다양성 손실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단기적인 생물다양성 손실이 우리 모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대가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또한, 다수의 연구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지금과 같은 탄소 배출 수준이 유지된다면 지구 생태계는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에, 해결책으로 여겨지는 조림이나 에너지 작물 재배를 포기할 수 없다고 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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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반론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많습니다. 생물다양성의 손실은 단기적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는 점이 그 근거 중 하나입니다. 생물다양성은 전체 생태계, 즉 인간과 지구의 생존을 지탱하는 근본 체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일부 종이 사라지는 것이 결코 단순한 '숫자 감소'의 문제가 아닙니다.
생태계는 복잡한 상호작용의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 종의 멸종은 연쇄적인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식물의 멸종은 그것에 의존하는 곤충, 조류, 포유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이는 다시 먹이사슬 전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조림 사업이 잘못된 지역에서 이루어질 경우 초기에는 탄소 흡수에 기여할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생태계 붕괴와 토지 황폐화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는 점도 반박의 논거로 제시됩니다. 부적절한 수종 선택, 단일 수종 대규모 식재, 토양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조림 등은 장기적으로 산불 위험 증가, 병충해 확산, 토양 영양분 고갈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외래 수종을 이용한 조림 사업이 토착 생태계를 교란하고 침습종 문제를 일으킨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미래 환경정책,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다양한 논의가 오가는 가운데,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기존의 탄소 제거 중심 정책에 생물다양성 보호 개념을 통합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즉, 단순히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넘어서, 생태계 전문가와의 협력 하에 생물다양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조림 및 작물 재배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기적인 비용 증가를 초래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생태계와 기후 모두를 지키는 방법으로 환경 보호와 조화로운 해법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해결책으로는 '자연 기반 해법(Nature-based Solutions)'의 신중한 적용이 제시됩니다.
이는 기존 생태계의 복원과 보호를 통해 탄소 흡수와 생물다양성 보전을 동시에 달성하는 접근법입니다. 예를 들어, 훼손된 산림을 복원할 때 토착 수종을 사용하고 자연적인 천이 과정을 존중하며, 초원이나 습지 같은 비산림 생태계는 그 자체로 보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탄소 제거 전략을 수립할 때 생물다양성 핫스팟 지도, 기후 피난처 정보, 토착 생물종 분포 데이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을 피하는 공간 계획이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직접 공기 포집(Direct Air Capture), 해양 기반 탄소 제거, 탄소 광물화 등 토지 사용을 최소화하는 기술적 대안의 개발과 확대도 중요합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아직 경제성과 규모 면에서 한계가 있지만, 지속적인 연구 개발과 투자를 통해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탄소 제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보완적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는 지구를 위한 우리의 끊임없는 열망에서 비롯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중요한 가치를 간과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가 택하는 선택 하나하나가 지구 생태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리고 '진정한 지속 가능성'을 위해 어떤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지 고민해볼 시점입니다.
기후 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은 대립되는 목표가 아니라 함께 추구해야 할 상호보완적 과제입니다. 탄소 중립과 생물다양성 보전 사이의 균형 잡힌 지구를 향한 첫 발걸음, 이제는 우리 모두가 이 복잡한 과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통합적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최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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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vertexaisearch.cloud.googl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