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라는 대지 위에 피어난 ‘복(福)’의 예술
현대 미술의 난해함 속에서 관람객들이 갈구하는 것은 결국 ‘공감’과 ‘위로’다. 개념 미술의 홍수 속에서 현서정 작가는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강력한 주제인 ‘복(福)’을 화두로 던진다. 그의 작품은 첫눈에 화려한 색채로 시선을 사로잡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소망과 생명의 경이로움이 촘촘하게 박혀 있다.
현서정 작가의 캔버스는 그 해답이 멀리 있는 이상향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일상과 자연의 순환 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거대한 기록화다.
◆민화적 언어의 재해석
현서정 작가는 전통 민화의 상징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해 관념적인 ‘복’을 생동감 넘치는 풍경으로 그려낸다. 그의 작품은 과거의 도상을 답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련된 색채와 구성을 통해 현대적으로 그려낸다. 특히 진흙 속에서도 깨끗하게 피어나는 연꽃과 물길을 유영하는 물고기는 번영과 행운의 순환을 시각화하며, 화면을 압도하는 모란과 해바라기는 부귀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작가가 수행하듯 겹겹이 쌓아 올린 꽃잎의 레이어는 복을 정성껏 쌓아가는 과정과 닮아 있어 관람객에게 깊은 시각적 풍요를 선사한다.
이 풍경 속 옹기종기 자리 잡은 마을은 복이라는 가치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네 삶터에 이미 깃들어 있음을 보여준다. 강렬한 붉은 해와 꽃나무 아래 배치된 마을은 관람객을 작품 속으로 이끄는 치유의 공간이 되며, 오방색과 파스텔 톤이 조화된 색채는 정서적 안식을 건넨다. 결국 현서정 작가의 작품은 복이란 특별한 성취가 아니라 무심히 지나친 일상 속에 이미 만개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따뜻한 축사다.
“사람들은 흔히 복이 저 멀리 있는 특별한 성취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복은 우리가 숨 쉬고 살아가는 일상의 풍경 속에 이미 활짝 피어 있다. 나는 놓치기 쉬운 소중한 가치들을 다시 발견해내어 화폭에 옮길 뿐이다”
◆이상향과 마을이 만나는 지점
현서정 작가의 작품 구성에서 핵심적인 차별점은 꽃과 자연물 사이에 배치된 ‘마을 풍경’으로, 이는 관념적인 ‘복’이 인간의 구체적인 삶의 터전에 깃들어 있음을 보여주는 장치다. 연꽃이 만개한 초현실적 풍경 속 옹기종기 자리한 마을은 거대한 꽃나무 아래 보호받는 듯한 안락함을 주며, 관람객으로 하여금 풍경 속에 직접 머무는 듯한 현대적 ‘와유(臥遊)’의 경험을 선사한다.
화면 상단의 강렬한 붉은 해는 만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광원이자 어둠을 몰아내는 희망의 상징으로, 작품 속에서 ‘복의 완성’을 선언하는 역할을 한다. 태양 빛이 차별 없이 세상을 비추듯 복의 기운이 모든 존재에게 스며들고 있음을 붉은 에너지로 전달하며, 이러한 빛과 마을의 조화는 관람객에게 온기 가득한 축복의 공간에 들어와 있는 듯한 정서적 충만함을 제공한다.
◆감각적 경험으로서의 예술
현서정 작가의 색채는 대담하면서도 따뜻하다. 오방색의 전통적 기운을 품고 있으면서도, 파스텔 톤과 강렬한 원색을 넘나드는 그의 팔레트는 관객의 시신경을 자극하여 도파민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의 구도는 전통적인 산수화의 부감법(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방식)을 따르는 듯하면서도, 주요 소재를 과감하게 클로즈업하여 현대적인 디자인적 감각을 극대화한다. 이러한 구성은 관객으로 하여금 작품의 어느 한 지점을 보더라도 그 안에서 완결된 ‘복’의 조각을 발견하게 만든다. 작가는 이를 통해 ‘단순히 보는 그림이 아니라, 그 향기와 기운 속에 파묻히는 경험’을 제안하는 것이다.
◆현서정 작가가 바라보는 복의 풍경
현서정 작가의 ‘복의 풍경’은 결국 작가 자신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자, 관람객 각자가 잃어버렸던 일상의 소중함을 되찾아주는 지도와 같다. 그의 캔버스 위에서 피어난 꽃들은 지지 않는 생명력이 되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희망의 씨앗으로 심어질 것이다.
“작품 속 마을과 꽃들은 제가 꿈꾸는 이상향이자 우리 모두의 안식처다. 관람객들이 제 그림이라는 정원을 거닐며, 마음속에 시들지 않는 희망의 씨앗 하나를 품고 돌아가길 바란다”
꽃으로 피어난 복의 풍경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깨닫는다. 행복은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현서정 작가의 예술이 지닌 진정한 가치는 바로 그 발견의 기쁨을 우리에게 돌려준다는 데 있다.
♣현서정 작가
-영남대학교 조형대학원 졸업
-개인전 &초대전 27회, 국내외 아트페어 51회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작품 소장
-한국미술협회, 울산미술협회, 예미회, 대구환경미술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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