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거리에서 불안하게 흔들리며 아슬아슬한 ‘중심 잡기’를 시도하던 방황의 시간을 지나, 이제는 거친 파도와 타오르는 잿더미 속에서도 기어코 생명의 빛깔을 틔워내는 작가가 있다. The Imaginary Pocus가 [창간특집기획연재] 아티스트 아카이브 시리즈로 만난 스물두 번째 주인공은 ‘무지개를 사랑한 아티스트’ 시각예술가 안주미 작가이다.
건물이 무너질 듯한 태풍의 공포 속에서 해변으로 밀려온 화분 하나를 보며 환희의 무지개를 발견했던 그녀는, 자신을 화려한 수식어로 포장하는 대신 관객의 손에 ‘미미하지만 찬란한 씨앗’ 하나를 가만히 쥐여준다. 불안을 뚫고 피어난 그녀의 무지개가 어떻게 절망을 삼키고 경이로운 생기로 번져가는지, 그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생명이라는 강렬한 빛깔, 절망을 삼키는 경이로움에 대하여
예술의 존재 이유를 묻는 시대, 안주미 작가는 고도의 기술적 진보 앞에서도 절대 변치 않아야 할 인간의 본질을 역설한다. 작가는 “기술적 진보와 도약의 과정 안에서도 잃어버리지 않는 중심, 인간의 고유한 품격으로서 생명 존중과 타인을 향한 공감의 표현으로 삶을 헤아리는 예술”에 궁극적인 가치를 둔다.
매일 아침 성경을 펼쳐 “죽을 것이 생명에 삼킨 바 되게”라는 구절을 깊이 묵상하는 그녀에게, 죽음이나 고통은 결코 삶의 끝이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 훨씬 강렬한 힘을 가지고 요동치는 ‘생명’의 에너지를 믿으며, 절망의 한가운데서도 희망을 찾아내는 따뜻한 시선이야말로 작가를 움직이는 예술적 철학의 뼈대이다.
미미하지만 찬란한 씨앗, 험난한 현실을 건너 피어난 무지개
안주미 작가의 캔버스를 관통하는 세계관은 그의 작가명 ‘쪼앗(쪼매난 씨앗)’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는 “미미하지만 찬란한 씨앗의 세계”를 의미한다. 불완전한 미완의 세계 속에서 결국 땅에 흩어져 사라질 수밖에 없는 미약한 존재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면서도, 기어코 그 한계를 넘어 희망을 품고 도약해 나아가는 빛나는 존재들을 조명한다.
특히 이 세계관의 중심에는 작가의 삶을 바꾼 실체적 빛, ‘무지개’가 자리한다. 과거 가족 여행 중 겪었던 최악의 태풍과 단전, 단수라는 공포 속에서 그녀는 바닷가로 떠밀려온 커다란 화분 위로 겹쳐지는 상상 속의 무지개를 발견했다.
재앙과도 같았던 현실 속에서 경이로운 환희를 마주한 작가는, 이후 무지개를 “삶의 험난한 현실을 견디게 하는 희망의 빛깔”이자 어둠을 밀어내는 정화의 색채로 삼아 자신의 확고한 세계관으로 구축해 냈다.
동심을 덧입은 상상, 잿더미 속에서 피어오르는 생기의 풍경
작가는 씨앗을 모티브로 삼아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작은 존재들의 서사를 시각 예술로 구현한다. 그녀의 작품 세계는 “동심의 세계를 단순한 향수가 아닌 현재의 감각으로 끌어오며, 미래 지향적으로 이야기를 해석해 나가는 일”에 집중되어 있다. 어린이들이 뿜어내는 생기와 역동성을 동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내며 변화와 성장을 향한 희망을 담는다.
산불 뉴스를 접하며 완성한 ‘붉은 나무 시리즈’는 이러한 작품 세계의 정수를 보여준다. 끝없이 타오르는 잿더미 속에서도 생명이 움트는 순간을 시각화하기 위해, 죽음을 뜻하는 화마가 아닌 강렬한 생명의 빛깔로서 붉은 나무를 그렸다. 그 아래로 무지개가 흐르고 작은 생명체들이 뛰노는 풍경은 단순한 낙관이 아닌, 상실의 고통 속에서도 생명을 긍정하는 찬란한 승화의 과정이다.

솜과 양모로 빚어낸 포근함, 생각의 불순물을 걸러내는 사유의 시간
스토리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안주미 작가는 표현의 한계를 두지 않는다. 캔버스와 종이, 스크린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다채로운 매체를 혼합해 생동감을 부여한다. 최근 회화 작업에서는 솜과 양모를 베이스로 삼아 부드럽고 포근한 질감을 입히고, 그 위에 여러 색깔 층을 쌓아 올려 작품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솜 특유의 변형되는 성질이 동심의 감수성을 불러일으키고 색채와 어우러져 특유의 생동감을 자아낸다. 작업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치열한 사유의 과정이 존재한다. 씨앗이 발아하기까지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작가는 “내면의 지형을 다지는 작업으로 생각의 불순물을 걸러내고, 사고의 전환 과정을 기록해 나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거리의 이방인에서 동화 속 큐레이터로, 타인을 향해 뻗어간 여정
지금의 포근한 색채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지나온 길은 치열한 탐색의 연속이었다. 2000년대 초반, 서양화 전공 후 낯선 거리에 자신을 노출시키며 ‘중심 잡기’를 시도하는 불안도 높은 퍼포먼스 영상 작업을 이어갔다.
심리적 괴리감으로 인해 잠시 붓을 꺾고 직장 생활을 택하기도 했으나 곧 퇴사했고, 이후 AI Artist 이윰 작가의 작업실에서 예술그룹 활동을 시작하며 전환점을 맞았다. 공동체 안에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며 자연스럽게 마음의 평온과 치유를 얻은 그녀는 어린이들과 교감하며 비로소 내면의 순수성을 회복했다. 현재 안주미 작가는 시각 예술가이자 그림책 작가, 놀이 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그림책 <모래와 나무>(2017), <옥수수 대탈출>(2021)을 출간했으며, 2021년경부터는 NFT 컬렉션 'Beyond the Mountains', 'Grain Store' 등을 발표하며 디지털 아트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그리고 2025년, 마침내 첫 개인전 '생기의 계절'과 부산 국제 환경 예술제(BIEAF) 그룹 전시를 통해 험난한 여정 속 희망의 서사를 관객들 앞에 당당히 선보이고 있다.
캔버스 위에 펼쳐진 세 개의 이정표, 파도를 넘어 열매 맺는 산으로
안주미 작가의 예술적 정체성이 가장 선명하게 투영된 인생작 3점은 모두 2025년에 탄생한 혼합재료 수작(秀作)들이다.
첫 번째, <파도를 넘어> (39.8cm x 19.8cm, 캔버스 위 혼합재료)는 태풍 직후 떠내려온 화분을 보며 겪었던 실제 경험에 상상을 더한 작품이다. 예기치 못한 두려운 현실 앞에서도 현재에 매몰되지 않고 험난한 계절을 넘어 무지갯빛 동산을 향해 빛을 품고 전진해 나가는 작은 친구들의 눈부신 발자취를 그렸다.
두 번째, <열매 맺는 나무> (65x100cm, 나무판넬 위 혼합재료)는 무지개 동산 안에서 풍성하게 열매를 맺어가는 친구들의 모습을 통해 작가 본인의 내면적 정체성과 희망을 가장 직관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세 번째, <산마다 흐르는 희망> (114 x 46cm, 캔버스 위 혼합재료)은 관객을 향한 따뜻한 축복이다. 인간이 걸어가는 인생의 모든 여정마다 무지갯빛 생기의 계절이 영원히 머물기를 바라는 작가의 간절하고 순수한 마음을 오롯이 새겨 넣었다.

한계를 도약하게 하는 엔진, 무지갯빛 희망을 펼치는 상상의 마법
아이들과 대화하며 진짜 같은 거짓말에 온몸으로 몰입한다는 안주미 작가에게 상상력은 단순한 공상이 아니다.
이야기 기반으로 작업을 전개하는 그녀에게 상상이란 “현실의 한계를 넘어 이상향을 향해 전진하기 위해 필요한 내적인 힘을 채우고,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무지갯빛 희망을 펼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강력한 원동력이다.
상상의 힘을 통해 작가와 관객은 기꺼이 고통을 넘어서는 비상의 날개를 단다.
경계를 허문 '쪼앗랜드', 자유와 협력이 만나는 열린 마당을 꿈꾸며
안주미 작가의 시선은 캔버스 밖의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있다. 장르적 한계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 구축해 둔 ‘쪼앗랜드’의 서사와 오브제 캐릭터들을 더욱 심화시켜 독자와 교감하는 ‘인터랙티브 놀이 동화책’을 제작할 계획이다.
또한 이 세계관을 현실로 끌어와, 지역 사회 아이들이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고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개방형 창작 공간을 조성하고자 한다. 다양한 존재들이 서로 조화와 협력을 배우며 모험적 놀이를 펼치는 ‘열매 맺는 동산’을 만드는 것이 작가의 궁극적인 청사진이다.
모험하는 삶, 당신만의 색채를 만나는 여정을 향해
불안과 방황을 피해 숨지 않고 그것을 거름 삼아 싹을 틔워낸 안주미 작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만의 길을 잃고 헤매는 이들을 향해 애정 어린 목소리를 남긴다.
"매번 현실 앞에 좌절하고 방황하는 사람이지만, 요동치는 삶의 진동을 모험적 놀이의 순간으로 즐길 수 있게 되길! 누구보다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기사를 맺으며, 독자들의 가슴에 오래도록 피어날 그녀의 마지막 한 마디를 덧붙인다.
"험난한 모든 인생 여정에서 당신만의 무지개와 만나게 되기를!"

[아티스트 소개: 안주미(쪼앗)]
서양화 전공 후 2000년대 초반 퍼포먼스 영상 작업과 직장 생활의 방황을 거쳤으나, 예술그룹 활동 중 어린이들과 교감하며 내면의 안정과 순수성을 회복해 다시 예술의 길로 들어섰다. 현재 시각 예술가이자 그림책 작가(<모래와 나무>, <옥수수 대탈출>), 놀이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2021년 NFT 컬렉션을 발표하며 디지털 아트로 영역을 확장했고, 2025년 첫 개인전 ‘생기의 계절’ 개최 및 부산 국제 환경 예술제(BIEAF) 그룹 전시에 참여하며 관객들과 활발히 소통 중이다. '미미하지만 찬란한 씨앗의 세계'라는 세계관 아래 절망 속에서도 무지갯빛 희망을 긍정하며, 훗날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며 조화와 협력을 배우는 개방형 창작 공간 '쪼앗랜드'를 구축하겠다는 비전을 그려나가고 있다.
[The Pocus Archive: 아티스트 아카이브 – OO을 사랑한 아티스트]
AI가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결국 인간의 마음과 상상의 힘에 있다. 본지 The Imaginary Pocus는 창간을 맞이하여 기술만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감성과 상상 세계를 지켜가는 예술가들을 조명하는 연재 시리즈 [OO을 사랑한 아티스트]를 선보인다. The Pocus Archive는 앞으로도 자신만의 가치를 사랑하며 자신의 원하는 미래를 실현하는 아티스트들을 엄선하여 기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