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꼭지 틀면 흙탕물? '화성·오산' 경계선 32개 업체의 7년 눈물, 경기도가 닦았다

지하수 고갈에 공장 멈출 뻔... 지자체 칸막이 행정 깨부순 ‘골든타임’ 중재

기술적 난제와 비용 갈등 넘어선 ‘협치’... 화성 문학배수지 활용해 내년 물길 시원하게 열린다

경기도, 시군 경계지역 상수도 보급 사업 연계 도비 지원... 1,400만 도민 ‘물 복지’ 사각지대 제로화 선언

 

 

대한민국 경제의 실핏줄인 중소 제조업체들이 밀집한 화성시와 오산시의 경계 지역. 이곳에 입주한 업체들은 지난 수년간 ‘물 전쟁’ 아닌 전쟁을 치러왔다. 지척에 현대식 상수도 관로가 지나가지만, 행정 구역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정작 수돗물을 공급받지 못하는 ‘행정적 갈라파고스’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경기도가 직접 ‘해결사’로 등판하면서, 수년째 꽉 막혔던 물길이 마침내 터지기 시작했다.

 

[에버핏뉴스] 경기도, 수년 묶인 화성·오산 경계 ‘상수도 미공급’ 민원 해결 회의 사진=경기도

 

■ "기다리다 말라 죽을 판"… 지하수 고갈에 멈춰 선 기업 현장의 비명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화성시 정남면 괘랑리 일대 약 32개 제조업체는 공업용수는 물론 최소한의 생활용수까지 지하수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인근 개발과 지층 변화로 지하수가 급격히 고갈되면서 생존권에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다. 당시 기업들은 지자체에 상수도 공급을 간절히 호소했으나, 돌아온 것은 “행정 구역상 협의가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답변뿐이었다.

 

이곳은 화성시와 오산시의 행정 경계가 맞닿아 있는 특수 지역이다. 상수도 관로를 끌어오기 위해서는 양 시의 막대한 예산 분담과 설치 방식에 대한 합의가 필수적이었으나, 지자체 간의 견해 차이는 평행선을 달렸다. 특히 황구지천이라는 하천과 제2순환고속도로라는 거대 구조물이 지형을 가로막고 있어 기술적으로도 난도가 매우 높은 ‘난공사 구간’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2023년 추가 민원이 빗발쳤음에도 불구하고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았다.

 

■ 경기도의 ‘송곳 중재’… 시군 칸막이 행정 허물고 실무진 머리 맞댔다


자칫 장기 표류할 뻔한 이번 민원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경기도의 강력한 중재 역량이었다. 도는 지난 2월부터 화성과 오산 구간을 직접 발로 뛰며 현장 실사에 나섰다.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는 의지였다.

그 결과물로 지난 3일, 경기도 상하수과를 중심으로 화성시와 오산시 관계자들이 모인 ‘상수도 공급방안 마련을 위한 끝장 토론’이 열렸다. 경기도는 이 자리에서 기술적 제약을 극복할 대안으로 ‘화성시 문학배수지’를 활용한 최적의 공급 노선을 제시했다. 또한, 지자체의 예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가 직접 ‘급수취약지역 상수도 보급 사업’과 연계하여 도비를 지원하는 파격적인 중재안을 내놓았다. 경기도의 지원 사격에 지지부진하던 시군 협의는 급물살을 탔고, 마침내 내년도 착공이라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확정됐다.

 

[에버핏뉴스] 경기도, 시군 경계지역 상수도 보급 사업 연계 도비 지원... 1,400만 도민 ‘물 복지’ 사각지대 제로화 선언 사진=ai생성이미지

 

■ 단순한 수도 공사 넘어 ‘물 복지 주권’ 확립… 경계 지역 협력 모델 구축


이번 중재 성공은 단순한 민원 해결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지자체 간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경계 지역의 고질적인 문제를 광역자치단체가 선제적으로 개입하여 풀어낸 ‘초광역 협치’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김종배 경기도 상하수과장은 “수돗물은 누구나 차별 없이 누려야 할 보편적 복지이자 인권”이라며, “앞으로도 행정 구역의 경계에 가로막혀 기본적인 혜택에서 소외되는 도민이 없도록 ‘물 복지 사각지대’를 샅샅이 찾아내고 재발 방지를 위한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이번 사례를 매뉴얼화하여 향후 유사한 경계 지역 분쟁 해결의 표준으로 삼을 방침이다.

 

물은 생명이다. 하지만 행정 구역이라는 선(Line) 하나에 의해 그 생명줄이 끊겨 있던 현실은 우리 지방자치제도의 뼈아픈 단면이었다. 경기도의 이번 중재는 ‘칸막이 행정’을 넘어선 ‘실용주의 행정’의 승리다. 내년에 설치될 상수도 관로는 단순한 물길이 아니라, 지자체 간의 신뢰와 도민을 향한 책임감을 잇는 소통의 길이 될 것이다.

작성 2026.04.05 14:37 수정 2026.04.05 14:37

RSS피드 기사제공처 : 에버핏뉴스 / 등록기자: 한지민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