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나눔] 진리가 무엇이냐

요한복음18장28-38절

진리가 무엇이냐

 

 

요한복음 18장 28-38절은 새벽의 긴장감 속에서 시작된다. 유대 지도자들은 예수를 총독 관저로 끌고 가지만, 자신들은 부정해지지 않기 위해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종교적 정결을 지키려는 모습 속에서 정의는 무너지고 있었다. 이 장면은 인간이 얼마나 쉽게 형식에 집착하며 본질을 놓치는지를 보여준다.

빌라도는 정치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그는 단순한 판결자가 아니라, 진리 앞에 선 한 인간이었다. 이 본문은 단순한 역사적 사건을 넘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동일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진리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유대 지도자들은 종교적 이유로 예수를 정죄했지만, 로마 법정에서는 정치적 죄목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를 “유대인의 왕”이라 주장하며 반역자로 몰아간다. 이는 진리를 왜곡하는 인간의 전형적인 방식이다.

빌라도는 예수에게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라고 묻는다. 이는 정치적 위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이었다. 그러나 예수는 단순히 정치적 왕이 아니라, 전혀 다른 차원의 왕국을 말한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다”라는 선언은 권력의 본질 자체를 뒤흔드는 말이었다.

이 장면은 권력이 진리를 판단하려 할 때 발생하는 긴장을 보여준다. 진리는 권력에 의해 정의되지 않지만, 권력은 끊임없이 진리를 통제하려 한다.


 

예수는 필요 이상의 변명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시에 분명하게 말해야 할 때는 침묵하지 않는다. 그는 “나는 진리를 증언하러 왔다”고 말한다. 이 짧은 문장은 그의 사명과 존재의 이유를 모두 담고 있다.

그의 태도는 방어가 아니라 선언이었다. 그는 자신을 변호하기보다 진리를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기 정당화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진리는 때로는 소리치지 않는다. 오히려 조용한 증언 속에서 더 강하게 드러난다. 예수의 태도는 진리가 힘으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빌라도는 결국 질문한다. “진리가 무엇이냐.” 이 질문은 단순한 회피일 수도 있고, 진지한 고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가 답을 기다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장면은 현대인의 모습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하지만, 정작 답을 들을 준비는 되어 있지 않다. 진리를 알고 싶어 하면서도, 그 진리가 요구하는 변화는 거부한다.

빌라도는 진리를 눈앞에 두고도 그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이는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였다. 진리는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빌라도는 예수에게서 죄를 찾지 못했지만, 결국 군중의 압력에 굴복한다. 이는 정치적 계산이 진리보다 우선된 결정이었다. 그는 진리를 외면한 채,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선택을 한다.

이 선택은 오늘날에도 반복된다. 우리는 종종 진실을 알면서도 침묵하거나, 상황에 맞게 타협한다. 불편한 진실보다 안전한 선택을 택하는 것이 더 쉬운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문은 분명히 말한다. 진리를 외면하는 선택은 결국 자신을 향한다. 빌라도의 질문은 끝내 답을 얻지 못한 채, 역사 속에 남아 우리를 향해 다시 던져지고 있다.


 

요한복음 18장 28-38절은 단순한 재판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진리 앞에 선 인간의 이야기다. 종교 지도자들은 진리를 왜곡했고, 빌라도는 진리를 외면했으며, 예수는 진리를 증언했다.

“진리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그 질문은 이제 독자 각자에게 향한다. 우리는 진리를 알고 싶어 하는가, 아니면 회피하고 싶은가.

진리는 멀리 있지 않다. 다만 그것을 받아들일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6.03.31 08:56 수정 2026.03.3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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