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어촌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단순히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던 전통적 산업 구조에서 탈피해, 마을 주민들이 직접 태양광 발전의 주체가 되어 에너지를 생산하고 그 이익을 공유하는 이른바 ‘에너지 민주주의’가 경기도 서해안을 중심으로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경기도는 지난 29일, 어민과 지역 구성원을 대상으로 ‘햇빛소득마을’ 구축을 위한 순회 설명회를 6월까지 집중적으로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시름하는 어촌 공동체에 자생적 경제 구조를 이식하려는 경기도의 핵심 전략이다.

단순한 발전소 아닌 '공동체 복지 엔진'
'햇빛소득마을'은 기존의 기업 주도형 대규모 태양광 사업과는 궤를 달리한다. 마을 내 공용 부지나 건물 옥상 등 유휴 공간을 활용해 주민 공동체가 직접 발전 시설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매전 수익은 특정 개인에게 귀속되지 않고, 마을 전체의 복지 증진과 공동 기금으로 환원된다.
에너지 생산이 곧 마을의 복지 재원으로 직결되는 선순환 구조다. 실제로 모델의 모태가 된 여주시 구양리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당 마을은 약 1MW급 발전 시설을 통해 매년 1억 2,000만 원 상당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이 자금은 마을 공용 식당의 식재료비로 활용되어 주민들에게 매일 따뜻한 점심을 무상 제공하고, 노인회와 부녀회의 문화 활동비, 마을 전용 ‘행복 버스’ 운영비 등으로 알차게 쓰인다.
어촌의 고질적 난제, '에너지'로 돌파구 찾다
현재 경기 연안 어촌은 기후 변화에 따른 어획량 감소와 청년 인구 유출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임동수 경기도 해양수산과장은 "어업에만 의존하던 단일 소득 구조로는 현재의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에 경기도는 태양광 발전을 ‘제2의 어업’으로 상정하고, 안정적인 연금형 소득원을 제공함으로써 어민들의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경기도는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경기어촌특화지원센터)와 손잡고 밀착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지난 23일 안산 탄도항에서 열린 첫 설명회를 시작으로, 화성 백미리와 고온리 등 주요 어촌 거점을 돌며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다. 특히 햇빛배당전국네트워크 등 민간 전문가 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기술적 문턱을 낮추고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사업을 주도할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을 강화한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정책적 결단
이번 정책은 경기도가 추진하는 '경기 RE100' 비전과도 궤를 같이한다.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단순히 환경 보호라는 당위성에 머물지 않고, 민생 경제를 살리는 실효적 수단임을 증명하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이번 설명회를 통해 수렴된 주민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인허가 절차 간소화와 정책 자금 지원 등 행정적 뒷받침을 더욱 공고히 할 예정이다.
결국 '햇빛소득마을'의 성패는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신뢰에 달려 있다. 경기도는 공동체 중심의 수익 배분 모델이 정착될 경우, 어촌으로의 인구 유입을 유도하는 강력한 유인책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다와 태양이 만나 어민들의 주머니를 채우고 마을의 활기를 되찾아주는 이 혁신적인 실험이 대한민국 어촌의 표준 모델로 자리 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경기도의 '햇빛소득마을'은 단순한 에너지 정책을 넘어선 '민생 중심의 경제 혁명'이다. 공공기관의 기술 지원과 주민의 자발적 의지가 결합된 이 모델은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지속 가능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