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기획연재] 19화 '강렬함'을 사랑한 아티스트 SOOSO 황선윤 작가, 완벽한 충돌의 균형을 찾는 스파이시한 열정

끝없는 변형의 공간, 수만 번의 가위질로 창조하는 '종이 콜라주'의 세계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만 두지 않는 것, 경계를 넘어 자유로움을 찾다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이 곧 예술의 시작…낯선 삶에서 발견하는 특별한 영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스스로를 검열하던 시간을 지나, 캔버스 위에 억눌렸던 내면의 열정을 자유롭게 쏟아내는 작가가 있다. The Imaginary Pocus가 [창간특집기획연재] 아티스트 아카이브 시리즈로 만난 열아홉 번째 주인공은 ‘강렬함을 사랑한 아티스트’ 시각예술가 SOOSO 황선윤 작가다.

 

평범한 일상 속 파편들에 매운 소스 한 방울을 떨어뜨려 낯선 감각을 빚어내는 그는, 스스로를 거창한 예술가이기보다 세상에 신선한 자극을 전하는 스파이시 소스라 소개하며 대중에게 다가간다. 흔들림 없는 선택과 치열한 노동으로 완성해 낸 그의 강렬하고도 매혹적인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반짝이는 여름》SOOSO 황선윤 작가 [2024 Paper collage & Acrylic paint 53 × 80cm] 본격적으로 생명의 절정이라 생각하는 존재인 꽃과 추상적 이미지를 결합하기 시작한 콜라주 작품 = 작가 제공

 

아름다움에 숨겨진 불편한 틈, 충돌과 선택의 미학
SOOSO 황선윤 작가의 예술적 뼈대를 이루는 핵심 철학은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만 두지 않는 것"이다. 생명의 절정과 형태를 잃은 것이 충돌하는 지점을 예리하게 포착해, 이질적인 긴장감 속에서 묘한 조화를 이끌어낸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핵심은 바로 자연스러움이다.

 

매체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대에 그가 정의하는 진정한 예술성의 기준 역시 단호하다. 작가는 "진정한 예술성은 결국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붓을 들든, AI 프롬프트를 입력하든 그 순간 무엇을 포함시키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를 결정하는 건 여전히 인간이거든요"라고 강조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를 넘어, 그 선택 안에 진심이 있느냐 없느냐가 예술과 단순한 결과물을 나누는 기준이 된다는 통찰이다.

 

일상의 검열을 깬 감정의 폭발, 소멸 대신 발견한 변형
그의 삶과 예술을 관통하는 제1의 키워드는 단연 강렬함이다. 과거 상업 미술인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던 그는 "내가 누군가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려야 하는 걸까, 아니면 온전히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려야 하는 걸까"라며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남의 눈치를 많이 보던 성향 탓에 일상에서도 "내가 이렇게까지 해도 되는 걸까, 이런 말을 해도 되는 걸까"라며 지나친 자기 검열에 시달렸다.

 

그러다 마침내 억눌린 감정이 터져 나왔다. "무언가 표현하고 싶은데 스스로가 만든 검열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어요. 어느 순간 제가 느끼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그림을 그렸을 때 처음으로 온전한 자유로움을 느꼈습니다"라는 고백처럼, 강렬함은 온전한 해방이었다. 이 경험은 세상을 보는 눈마저 바꿨다.

 

"이전엔 사라지는 것들이 그냥 슬펐어요. 근데 지금은 형태가 흩어진 자리에서도 무언가 남는다는 걸 알아요. 강렬했던 것은 사라져도 이미지로 남거든요"라며 세상을 소멸이 아닌 끝없는 변형의 공간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평범한 하루에 떨어뜨린 스파이시 소스 한 방울, 낯선 공존의 틈
그의 캔버스는 무미건조한 일상에 떨어지는 신선하고 매력적인 매운 소스 한 방울과 같다. "매일 먹는 음식도 매운소스 한 방울이 더해지면 전혀 다른 맛이 되잖아요. 제 그림 하나가 '어, 이거 뭔가 다르다'는 느낌으로 잠깐 멈추게 만드는 그런 순간의 기억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꽃 옆에 스마트폰이 놓여있는 풍경, 나무 사이로 보이는 빌딩처럼 이질감조차 무뎌진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그의 작품은 그 공존을 다시 한번 낯선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작은 틈을 열어준다. "꼭 거창하거나 대단한 감동이 아니어도 그저 평범한 일상에 작은 균열을 내는 것, 익숙함 속에서 낯설고 기묘하면서도 어떤 색다른 감정을 잠깐 느끼게 하는 것"이 그가 전하고 싶은 핵심이다.


 

《봄이 전해주는 소식》SOOSO 황선윤 작가 [2024 Acrylic paint, Paper collage 22 × 27cm] 만개한 꽃의 찬란한 생명력과 규정할 수 없는 추상적 조각들을 엮어낸 대표작 = 작가 제공

 

사진 속 질감을 발굴하는 치열한 노동, 완벽한 충돌의 균형
초기 디지털 툴로 창작을 시작했던 작가는 현재 디지털로는 느낄 수 없는 물감과 종이의 질감을 찾아 가위를 쥐는 피지컬 아트, 즉 종이 콜라주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에서 질감이 느껴지는 형태를 직접 찾아 오려내는 이 작업은 고된 수행을 동반한다.

"콜라주에서 가장 어려운 건 충돌의 균형이에요. 너무 충돌하면 그냥 불편한 그림이 되고, 너무 조화로우면 강렬함이 죽어요"라며 고뇌를 밝힌 그는, 머리로 계산되지 않는 균형점을 찾기 위해 눈이 알 때까지 끊임없이 종이를 붙이고 떼어낸다.

 

"이미지 조각을 실제로 붙이기 전까지는 어떤 느낌을 주는지 전혀 알 수 없거든요. 그러다 딱 제 눈에서 아 이거다 하고 판단되는 순간 마치 보물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그렇게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를 제대로 표현했을 때 아름다움이 주는 쾌감이 창작을 이어가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외로움을 다독인 열한 살의 스케치북에서 2026 뱅크아트페어로
수줍음 많고 말주변이 없어 친구가 없던 초등학교 4학년 소녀는 친근한 만화 그림을 통해 세상과 처음 소통했다. "아이들은 어렵고 복잡한 그림보다는 친근한 걸 좋아하잖아요.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그린 게 아니라 그냥 제가 좋아서 그렸던 건데 친구들이 그걸 정말 좋게 봐주더라고요."

 

혼자서 조용히 그렸던 그림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은 그에게 외로움을 채우는 벅찬 충만함으로 다가왔다. 이 따뜻한 온기를 자양분 삼아 성장한 그는 2024년 URBAN BREAK 단체전, 2025년 The Spring Preview by 50 Artists 단체전, 2025년 KBS 사이니지 전시 I&AI 나를 만나다 등 다양한 무대에서 대중과 호흡해왔다. 현재는 한층 더 도약할 2026년 5월 뱅크아트페어를 목표로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만개한 생명과 극적 서사가 피어난 3점의 캔버스
작가의 예술적 철학이 가장 농밀하게 담긴 대표작 세 점은 생명의 절정과 형태를 잃은 것의 충돌을 시각적으로 증명한다.

 

첫째, <반짝이는 여름>은 본격적으로 생명의 절정이라 생각하는 존재인 꽃과 추상적 이미지를 결합하기 시작한 콜라주 작품이다. 강렬한 꽃들, 뜨거운 햇빛, 장마의 습기, 비가 갠 뒤 꽃 위에 맺힌 반짝이는 물방울 등 작가가 느끼는 여름의 여러 순간을 하나의 화면에 입체적으로 담아냈다. 이 시도는 이후 작업의 중요한 방향성이 되었기에, 작가 스스로에게도 작업의 전환점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대표작으로 꼽힌다.

 

둘째, <봄이 전해주는 소식> 역시 만개한 꽃의 찬란한 생명력과 규정할 수 없는 추상적 조각들을 엮어낸 대표작이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개나리꽃과 추상적인 형태를 함께 배치하여, 봄이 시작될 때 느껴지는 생동감과 풍요로움을 담고자 했다. 작가에게 꽃은 생명이 가장 충만한 순간을 보여주는 존재이며, 이 작품은 그러한 생명의 움직임과 계절의 감각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비교적 선명하게 담겨 있다.

 

셋째, <빛과 밤>은 앞선 두 작품과는 달리 특정 이미지와 추상적 형태들을 치밀하게 배합해, 마치 고전 연극처럼 강렬하고 극적인 스토리를 그림으로 전해주고 싶었던 작품이다. 특히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모아온 패션 매거진의 이미지들을 본격적으로 작업 안에 가져와 재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밤에 열리는 축제의 화려함과 신비로움, 그 안에 감춰진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추상적인 형태와 강한 색채로 풀어내며, 오랫동안 좋아해 온 시각적 취향이 비로소 하나의 작업 언어로 굳건히 자리 잡기 시작한 지점을 보여준다.

 

《빛과 밤 Light & Night》SOOSO 황선윤 작가 [2024 Paper collage & Acrylic Gouache 45 × 52.5cm] 고전 연극처럼 강렬하고 극적인 스토리를 그림으로 전해주고 싶었던 작품 = 작가 제공

 

AI 시대를 관통하는 인간 고유의 마스터키, 상상력
기술이 예술의 경계를 넘보는 시대에 그가 쥐고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연코 인간의 상상력이다. 작가는 "상상의 힘은 작품 세계를 구현하는 데 있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해요"라며 굳건한 믿음을 내비쳤다.

 

AI가 기존에 만들어진 이미지들을 조합하고 재창조하는 것에 그친다면, 인간의 상상력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새롭게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나아가 "설령 AI가 인간이 미처 떠올리지 못했던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하더라도, 그것이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되는 건 결국 인간이 그것을 어떻게 상상하고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그의 말은 창작자의 흔들림 없는 주체성을 증명한다.

 

평면을 넘은 입체적 감각, 아시아의 살아 숨 쉬는 생명력
강렬함의 끝을 좇는 작가의 시선은 더 깊고 다채로운 세계를 향해 있다. 현재의 종이 콜라주를 넘어, 이 강렬함을 좀 더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재료를 쓰는 것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 중이다. 특히 심혈을 기울이는 다음 목적지는 아시아의 음식과 도시 문화다.

 

작가는 "아시아 여성으로서 제가 살아온 도시와 음식 문화 안에도 강렬함이 가득해요. 고추장만이 아니라 동남아의 향신료, 야시장의 색채, 골목골목 살아있는 도시의 온도까지요"라며 포부를 밝혔다. 꽃과 자연이 생명의 절정이었다면, 아시아의 음식과 도시는 다양한 형태의 존재가 녹아든 가장 강렬하게 살아있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당신의 강렬함은 결함이 아니라 꺼내야 할 예술입니다
인터뷰 말미, 아직 자신만의 색채를 찾지 못해 길을 헤매는 이들을 향해 작가는 진심 어린 다독임을 건넸다. "삶이 예술이 되는 순간은 모든 게 조화로울 때가 아니에요. 오히려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이 충돌하는 그 불편한 순간에 오더라고요. 방황하고 있다면 지금 충돌 중인 거예요."

 

그것을 자신의 시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이 곧 예술의 시작이라는 든든한 응원이다. 오랜 자기 검열의 껍질을 깨고 나와, 마침내 강렬한 온도로 세상을 물들이고 있는 SOOSO 황선윤 작가. 그가 독자들의 마음에 던진 마지막 한 마디는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진한 여운을 남긴다. 


“저마다의 강렬함은 삶을 통해 예술로 완성됩니다.”

 

'강렬함'을 사랑한 아티스트 시각예술가 SOOSO 황선윤 작가

 

[아티스트 소개: SOOSO 황선윤] 
2024년 URBAN BREAK 단체전을 시작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며, 물감과 종이, 가위를 활용한 피지컬 아트(종이 콜라주)를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아티스트다. 자신을 평범한 일상에 신선한 자극을 더하는 ‘스파이시 소스’라 정의하며, 생명의 절정과 형태를 잃은 것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이질적인 긴장감과 조화를 캔버스 위에 구현한다. 2025년 ‘The Spring Preview by 50 Artists’ 단체전과 KBS 사이니지 전시 ‘I&AI 나를 만나다’에 참여했으며, 현재 2026년 뱅크아트페어를 준비하며 대중과 꾸준히 호흡하고 있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만 두지 않는 것’이라는 철학 아래, 관객의 익숙한 하루에 낯설고 기묘한 작은 균열을 선사하며 “저마다의 강렬함은 삶을 통해 예술로 완성됩니다.”라는 진심 어린 응원의 메시지를 건네고 있다.

[The Pocus Archive: 아티스트 아카이브 – OO을 사랑한 아티스트]
AI가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결국 인간의 마음과 상상의 힘에 있다. 본지 The Imaginary Pocus는 창간을 맞이하여 기술만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감성과 상상 세계를 지켜가는 예술가들을 조명하는 연재 시리즈 [OO을 사랑한 아티스트]를 선보인다. The Pocus Archive는 앞으로도 자신만의 가치를 사랑하며 자신의 원하는 미래를 실현하는 아티스트들을 엄선하여 기록하고 있다.

 

 

 


 

작성 2026.03.28 22:23 수정 2026.03.28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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