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솔잎 칼럼] 앞선 기술을 가졌는데도 실패하는 기업들의 공통점

코닥과 제록스 사례가 보여주는 기술 사업화 실패의 구조

기술은 있어도 시장이 되지 않는 이유, 사업 설계의 공백

IP 전략과 사업 모델 설계는 왜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가

아신특허법률사무소 남솔잎 대표 변리사

 

기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기업의 성패는 기술의 수준 자체보다 그 기술을 어떤 사업 구조로 연결하느냐에 따라 갈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기술력 자체는 충분했음에도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만들지 못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 사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이 있다. 기술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기술을 시장 전략과 연결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판단이 늦어졌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기업이 코닥(Kodak)이다. 코닥은 1975년 세계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 원형을 개발한 기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기술 자체만 놓고 보면 디지털 전환 시대를 가장 먼저 준비한 기업 가운데 하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코닥은 디지털 기술을 보유하고도 여러 경영적 이유로 상용화 전환을 충분히 빠르게 추진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당시 코닥의 핵심 수익은 필름과 인화 사업에서 나왔고 디지털 기술은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기회였지만 단기적으로는 기존 사업을 잠식할 수 있는 변수이기도 했다.

 

이처럼 기존 수익 구조와 신기술 사이의 긴장은 기술 기반 기업에서 자주 나타난다. 특히, 기존 사업이 강력한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는 경우 새로운 기술은 성장 동력인 동시에 자산 잠식(Cannibalization Risk) 가능성을 가진 요소로 인식되기 쉽다. 코닥의 사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자주 해석된다. 기술을 먼저 확보했더라도 그것을 새로운 사업 구조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시장은 빠르게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되었고 주요 경쟁사들은 전환 속도를 높였다. 그 과정에서 코닥의 기존 강점은 더 이상 충분한 방어막이 되지 못했다. 이는 기술 확보와 기술 사업화 사이의 시간 차가 기업 경쟁력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비슷한 맥락의 사례는 컴퓨터 산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970년대 미국의 제록스 PARC(Xerox Palo Alto Research Center)는 오늘날 개인용 컴퓨터와 네트워크 환경에 큰 영향을 준 여러 기술을 개발한 연구 조직으로 자주 언급된다.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 마우스, 이더넷과 같은 기술이 대표적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술 자체보다, 그 기술이 어떤 사업 구조와 연결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제록스는 복사기 사업에서 강한 입지를 갖고 있었지만 PARC에서 개발된 기술들을 새로운 시장의 중심축으로 확장하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신중했다. 이후 애플은 PARC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GUI 기반 개인용 컴퓨터를 상용화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GUI 생태계 확산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사례는 기술의 존재 자체가 시장 지배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술을 시장에 적합한 제품과 서비스로 연결하는 기술 사업화(Technology Commercialization) 과정이 함께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코닥과 제록스 사례를 함께 보면, 기술 기반 기업의 실패는 대체로 세 가지 구조적 요인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첫째, 기존 수익 모델을 보호하려는 판단이 새로운 기술 전환의 시점을 늦추는 경우다.

둘째, 연구개발(R&D)과 사업화 조직 사이의 연결 구조가 충분히 설계되지 않은 경우다.

셋째, 기술을 시장 전략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IP 전략이 사업 모델과 동시에 설계되지 않은 경우다.

 

특히, 세 번째 요인은 최근 기술 기반 스타트업 환경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오늘날 투자 및 인수합병(M&A) 과정에서는 기술 자체의 완성도뿐 아니라 해당 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보호되고 있는지, 경쟁사의 특허와 충돌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권리 구조가 사업 계획과 얼마나 정합적으로 설계되어 있는지가 기업 가치 평가의 중요한 요소로 다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제품 개발 초기 단계에서 충분한 자유실시(Freedom to Operate, FTO) 검토 없이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 이후 경쟁사의 기존 특허와 충돌 가능성이 드러날 수 있다. 이 경우 기업은 핵심 기능을 수정하거나 제품 출시 일정을 다시 조정해야 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추가적인 라이선스 비용 부담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이는 기술 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초기 사업 설계 단계에서 IP 전략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전형적인 리스크에 가깝다.

 

결국 기술 기반 기업에게 중요한 것은 기술의 완성도 자체만이 아니다. 그 기술이 어떤 사업 구조 안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이 함께 따라붙어야 한다. 기술은 연구 성과에 머무를 수도 있지만, 적절한 시장 전략과 권리화 구조를 만났을 때 비로소 사업 자산으로 기능하기 시작한다.

 

특히, 기술 중심 기업이라면 한 번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기술은 어떤 시장 문제를 해결하도록 설계되어 있는가

경쟁사는 이미 어떤 기술과 특허를 확보하고 있는가

우리의 기술은 장기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보호되고 확장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할수록 기술은 단순한 아이디어를 넘어, 지속 가능한 사업 자산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좋은 기술이 있어도 사업이 기대 만큼의 성과를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술을 사업과 전략으로 연결하는 과정이 충분히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기술과 사업을 함께 이해하는 변리사 또는 IP 전문가와의 논의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방향을 잡아갈 수 있다.

 

 

[남솔잎 변리사 이력]

 

現) 아신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前) 엔와이즈특허법률사무소 파트너 변리사
前) 주식회사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
前) 윤앤리 특허법인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졸업
『특허법공방 조문집(변리사 1차 시험 대비, 제2판)』 등 변리사 시험·특허법 관련 도서 다수 출간

작성 2026.03.27 16:59 수정 2026.03.2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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