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오피스 자산 구조 칼럼
1화 | 연봉은 높은데, 왜 자산은 남지 않을까
연봉이 높으면 자산도 자연스럽게 쌓일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많이 벌면 많이 남는다는 생각은 너무도 당연하게 들린다.
그래서 소득이 낮을 때보다 소득이 높아지면 불안도 줄고, 미래도 더 안정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나 역시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상담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은 늘 비슷했다. 분명히 많이 벌고 있는데, 왜 자산은 생각보다 남지 않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였다.
이 질문은 특정한 사람만의 고민이 아니었다. 연봉 1억 원이 넘는 직장인도 그랬고, 매출이 안정적으로 나오는 사업가도 그랬다. 상가나 건물을 보유한 자산가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바깥에서 보면 이미 충분히 가진 사람처럼 보이는데, 정작 본인은 늘 자산의 축적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느꼈다. 처음에는 소비 습관이나 지출 통제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같은 질문을 오랫동안 반복해서 듣다 보니, 본질은 개인의 씀씀이보다 훨씬 깊은 곳에 있다는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소득의 크기가 아니라, 돈이 흘러가는 구조에 있었다.
많은 사람은 자산이 남지 않는 이유를 더 적게 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해법도 늘 비슷하다.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벌고, 더 높은 수익률을 찾는 쪽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소득이 커질수록 세금 부담도 함께 커진다. 생활 수준 역시 소득을 따라 올라가기 쉽다. 눈에 보이지 않게 고정비는 커지고, 지출은 일상이 된다. 그렇게 남은 돈은 다시 개인 명의 자산으로 흩어지고, 시간이 지나 자녀에게 이전하려 하면 또 다른 비용과 부담이 따라붙는다.
겉으로는 많이 벌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돈이 머무는 자리가 없는 경우가 많다. 들어오는 돈은 분명히 늘었는데, 그것이 어디에 쌓이고 어떤 형태로 남아야 하는지에 대한 설계는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연봉은 올라갔는데 자산은 기대만큼 커지지 않고, 매출은 늘었는데 가족의 미래는 여전히 막연하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수입의 크기가 아니라 흐름의 방향이다. 돈은 벌었다고 남지 않는다. 남도록 설계해야 비로소 자산이 된다.
실제로 자산을 잘 축적한 사람들은 질문부터 다르게 한다. 이들은 어떻게 더 벌 수 있을지를 먼저 묻지 않는다. 그보다 먼저 지금의 소득 구조가 자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인지부터 점검한다. 돈이 어디서 들어오는지, 어디서 빠져나가는지, 누구의 이름으로 쌓이고 있는지, 그리고 훗날 다음 세대로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를 먼저 본다. 수익보다 구조를 먼저 보는 사람만이 자산을 오래 지킬 수 있다.
이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 크게 벌어진다. 같은 수준의 소득을 올려도 누구는 늘 현금흐름에 쫓기고, 누구는 점점 더 여유를 갖는다. 누구는 세금과 지출, 자산 이전 비용 앞에서 반복해서 흔들리고, 누구는 자산의 축적과 이전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움직인다. 결국 자산의 격차는 소득의 격차보다 구조의 격차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고소득자, 사업가, 자산가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절세 팁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세금을 줄이는 기술이 아니라 자산이 흩어지지 않고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절세는 목적이 아니라 결과다. 제대로 된 구조를 만들었을 때 따라오는 하나의 결과일 뿐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은 여전히 절세 자체를 목표로 삼는다. 그러다 보니 단기적인 방법에는 민감하지만, 장기적인 구조에는 둔감하다. 눈앞의 숫자는 챙기지만 10년 뒤 가족의 자산 흐름은 놓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가족 단위의 자산 구조 설계가 중요해진다. 개인 중심의 소득과 자산 관리만으로는 일정 수준 이상에서 한계가 분명해진다. 소득이 커지고 자산이 늘어날수록, 그것을 관리하고 이전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가족법인, 지배구조 설계, 소득 분산, 자산 이전 계획, 승계 로드맵은 따로따로 존재하는 개념이 아니다. 이것은 하나의 큰 그림 안에서 함께 움직여야 하는 요소들이다.
가족법인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많은 사람이 가족법인을 단순한 절세 수단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실제로 중요한 것은 법인이라는 형식 자체가 아니다. 핵심은 가족 안에서 자산이 어떤 구조로 축적되고, 어떤 원칙으로 관리되며, 어떤 방식으로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는가에 있다. 법인은 그 구조를 담는 하나의 그릇일 뿐이다. 그릇만 만들었다고 자산이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운영 원칙이 있어야 하고, 역할 구분이 있어야 하며, 장기적인 방향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소득이 높은 대표가 개인 명의로 모든 자산을 보유하고, 자녀에 대한 이전 계획도 없이 수년을 보내면 겉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 구조는 여러 한계를 드러낸다. 세금 부담은 커지고, 자산은 개인에게 집중되며, 이전 시점이 닥쳤을 때 선택지는 오히려 줄어든다. 반대로 초기에 가족 단위 구조를 염두에 두고 설계한 사람은 다르게 움직인다. 소득과 자산의 흐름을 미리 나누고, 명의와 역할을 정리하고, 향후 승계 가능성까지 고려한 구조를 만들어 둔다. 같은 돈을 벌어도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고소득 직장인과 사업가는 어느 시점부터 같은 질문을 반드시 해야 한다. 지금의 소득 구조가 앞으로도 나와 가족을 지켜 줄 수 있는가. 지금 쌓이고 있는 자산은 단지 보유에 머무는가, 아니면 다음 세대로 이어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리고 지금의 의사결정은 단기 절세에 머물러 있는가, 아니면 장기 자산 시스템을 만드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이 질문을 피하면 당장은 편할 수 있다. 그러나 자산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돈은 오늘도 들어오고, 오늘도 빠져나간다. 설계되지 않은 자산은 늘 흩어지기 쉽다. 반면 구조를 갖춘 자산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단단해진다. 그래서 자산 관리의 출발점은 상품이 아니라 구조여야 하고, 절세보다 먼저 흐름을 봐야 하며, 개인보다 가족 단위의 시스템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
나는 오랫동안 고소득 자산가, 사업가, 건물주, 고소득 직장인의 자산 구조를 상담해 오면서 한 가지를 반복해서 확인했다.
자산은 우연히 남지 않는다. 소득이 높다고 저절로 축적되지도 않는다. 결국 남는 자산은 설계된 자산이다. 흐름을 이해하고, 구조를 만들고, 그 구조를 가족 단위의 시스템으로 연결한 사람만이 자산을 오래 지킬 수 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질문은 단순하다. 더 벌 수 있는가가 아니라, 지금의 구조로 정말 남길 수 있는가다.
내 돈은 어디서 들어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그 흐름은 우연에 맡겨져 있는가, 아니면 설계되어 있는가.
그리고 지금 내가 쌓고 있는 것은 소득인가, 자산인가.
자산의 격차는 결국 구조에서 시작된다.
지금 내 돈의 흐름을 한 번쯤 도면처럼 펼쳐보길 권한다.
그 질문 하나가 자산의 방향을 바꾼다.

로드맵 패밀리오피스 대표 이성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