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운명도 스스로 쟁취하는 조선 걸크러시 스토리
책 소개
“담장을 넘는 건 도둑뿐만이 아니야, 내 운명도 내가 넘지!”
그녀의 이름은 ‘장미’.
『장미 이야기』는 조선 궁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로맨스 어드벤처 소설이다. 드라마 「궁」을 연출한 한국 드라마의 감각적 혁명가 황인뢰 감독이 처음 선보이는 장편 소설로, 사랑의 설렘과 재치 있는 유머, 그리고 짜릿한 모험이 어우러진 새로운 조선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한문소설 『지봉전』에서 모티브를 얻어 출발했다. 여기에 다양한 서사를 엮어 현대적인 감각의 이야기로 다시 빚어냈다. 작가는 이를 ‘슬갑소설’이라 부른다. ‘슬갑膝甲’은 겨울에 무릎을 덮는 가죽 가리개를 뜻하지만, 어느 도둑이 그 용도를 몰라 머리에 쓰고 돌아다녔다는 일화에서 유래해 남의 이야기를 능청스럽게 빌려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방식을 가리킨다. 『장미 이야기』 역시 고전의 재치와 서사를 바탕으로 새롭게 태어난 작품이다.
주인공 장미는 틀에 갇히기를 거부하는 소녀다. 몰락한 가문의 후손이지만 주눅 들지 않고, 거리에서 스스로의 방식으로 세상과 맞선다. 당돌함과 기지, 그리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지닌 그녀의 선택은 결국 궁궐이라는 또 다른 세계로 이어진다.
그곳에서 펼쳐지는 것은 단순한 궁중 이야기가 아니다. 숨겨진 비밀과 긴장감 넘치는 사건들, 그리고 쉽게 닿을 수 없는 감정들이 교차하며 이야기를 더욱 깊게 만든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바꾸려는 한 소녀의 도전. 장미의 경쾌한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새 여성성이 주도하는 마술 같은 사랑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저자 소개
지은이
황인뢰 감독
올드팬에게는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창밖에는 태양이 빛났다」, 「연애의 기초」 등의 작품으로 기억되고, 40대 이하의 젊은 팬에게는 「궁」 시리즈나 「심야식당」 등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그의 찐팬이라면 그의 보석 같은 단편들을 빼놓고 그를 말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매혹」, 「샴푸의 요정」 같은 전기 작품부터, 「누군가를 사랑하려는 이유」, 「도시에서의 사랑」, 「고독의 기원」, 「간직한 것은 잊혀지지 않는다」와 같은 중기의 작품들, 그리고 2000년대 이후 선보인 「한뼘드라마」 같은 실험적이면서 유니크한 단편작들이야말로 “드라마의 감각적 혁명가”로 기억되는 황인뢰표의 진수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TV 화면을 스크린으로 격상시켰다”, “TV 드라마의 수준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단순한 서사 구조가 아니라, 행간의 의미를 읽게 만드는 연출 스타일”, “사랑의 본질을 묻는 지적인 멜로”, “황인뢰의 카메라는 펜보다 더 섬세하게 기억을 기록한다”
세간의 평은 그렇다 치고, 그의 작품이 뿜어내는 독보적인 ‘영상미’와 ‘도시적 고독’은 지금 다시 봐도 시대를 앞서간 세련미가 느껴진다. TV 드라마 연출에서 익은 그의 서사의 힘이 카메라가 없는 소설로 무대를 달리했다. 때론 능청스럽고, 때론 유쾌하며, 때론 진지하다.
1977년 MBC PD로 입사해 방송과 인연을 맺은 이후, TV 드라마, 영화,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출판사 서평
낯선 듯 새로운, 조선 궁궐 이야기
조선 궁궐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라면 흔히 권력 다툼과 음모, 엄숙한 분위기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장미 이야기』는 그 익숙한 기대를 살짝 비껴간다. 이 작품은 궁궐이라는 공간 속에서도 웃음과 설렘, 그리고 인간적인 온기가 살아 숨 쉬는 또 다른 세계를 펼쳐 보인다. 무겁기만 했던 역사적 배경 위에 경쾌한 리듬을 더해, 한층 더 가볍고 매력적인 이야기로 독자를 이끈다.
고전에서 출발한 ‘슬갑소설’의 매력
『장미 이야기』는 조선 후기 한문소설 『지봉전』을 비롯한 다양한 고전 서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단순한 재현에 그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이야기의 조각들을 능청스럽게 엮어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빚어내는 ‘슬갑소설’의 방식을 취해, 익숙한 소재를 낯설고 신선하게 변주한다.
이러한 구성은 고전이 지닌 이야기의 힘을 유지하면서도, 현대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는 속도감과 감각을 동시에 만들어낸다.
조선의 걸크러시, 장미
이야기의 중심에는 ‘장미’라는 인물이 있다. 그녀는 조선이라는 시대적 한계에 머무르지 않는 인물이다. 자신의 선택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해진 규범에 순응하기보다 스스로 길을 만들어 나간다.
이 작품은 장미를 통해 단순한 사건의 흐름을 넘어,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사랑을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진다. 그래서 장미는 과거의 인물이면서도 동시에 오늘을 사는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공감되는 존재로 다가온다.
로맨틱 코미디 장인의 첫 장편 소설
저자인 황인뢰 감독은 드라마 「궁」, 「장난스런 키스」 등으로 잘 알려진 로맨틱 코믹 드라마 연출가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감각적인 연출과 매력적인 캐릭터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장미 이야기』는 그런 그의 서사 감각이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확장된 첫 장편 작품이다.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듯 생생하게 전개되는 이야기, 빠른 호흡, 그리고 웃음과 설렘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분위기는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읽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전통과 현대를 잇는 기획의도
이 작품은 단순한 로맨스 소설을 넘어, 한국적인 정서와 문화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려는 기획에서 출발했다. 이야기 곳곳에는 전통문화의 디테일과 공동체적 가치가 녹아 있으며, 이는 오늘날 글로벌 콘텐츠가 주목받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동시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사랑, 선택, 성장을 중심에 두어, 시대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이야기를 지향한다.
여성 서사의 새로운 방향
『장미 이야기』가 특히 주목하는 지점은 ‘여성이 이끄는 이야기’다. 이 작품에서 사랑은 수동적으로 주어지는 감정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그려진다.
장미라는 인물을 통해 제시되는 주체적인 여성상은 과거의 배경 속에서도 전혀 낡지 않으며, 오히려 지금과 앞으로의 시대에 더 어울리는 가치로 다가온다. 이는 이 작품이 단순한 시대극에 머물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익숙함을 넘어서는 새로운 즐거움
『장미 이야기』는 고전에서 출발했지만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다. 전통과 현대, 유머와 감동, 로맨스와 모험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익숙한 조선이라는 배경 속에서 전혀 다른 재미를 만들어낸다.
가볍게 읽히면서도 오래 기억에 남는 이야기, 그리고 한 인물의 선택과 여정을 따라가며 느끼는 작은 설렘까지.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방식의 조선 이야기를 경험하게 한다.
추천사
고고하다는 표현이 정말 잘 어울리는 사람이 황인뢰 연출님이다. (요란하고 소란스러운) 세상의 속도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유연하고 세련되게) 자신의 기품을 지켜내는 사람, (참 요즘 같은 세상에 만나기 어려운 사람이다) 항상 겸손하게 몸을 낮추고 소년 같은 수줍은 미소를 띤 채 다른 이의 이야기에 정성껏 귀를 기울이는 황인뢰 연출님과 마주하고 있노라면 그 침묵과 여백 속에서 참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내가 읽은 소설 『장미 이야기』는 너무나 황인뢰스럽다. 꾸밈없이 담백한 문장들은 요란한 치장 없이 요상하게 사람 마음을 흔들어댄다. 어려울 것 같은 이야기를 어찌 이리 쉽고 재미있게 잘 풀어내었을까 절로 무릎을 치게 된다. 부디 많은 이들이 소설 『장미 이야기』를 통해 황인뢰라는 멋진 사람을 꼭 한번 만나보길 바란다.
_ 배우 길해연
야구에서 도루는 정당하게 훔치고 인정받는 기술이다. 나의 스승 황인뢰 감독님의 슬갑소설! 마치 9회 말 투아웃 결정적인 상황에서 짜릿한 승리를 안겨주는 창의적인 홈스틸을 떠오르게 한다. 언제나 새로운 연출 방식으로 우리를 놀라게 했던 내 인생의 스승이자 오랜 동지의 또 다른 반전에 많은 기대를 가져도 좋을 듯 하다.
_ 배우 김승우
내가 아는 황감독의 이미지는 “카메라를 든 도시의 프쉬캐”였다. 그가 만든 드라마에는 말이 빠진 여백에 도회적 감성의 영상 시가 채워져 있었다. 맑고 깨끗했고, 짧고 명료했다. 그런데 그가 카메라를 내려놓고 긴 호흡의 소설을 썼다.
“영원한 여성성이 우리를 하늘로 인도한다.”
『파우스트』의 마지막 구절이다. 괴테는 무슨 생각으로 생을 바쳐 쓴 소설의 마지막 행을 이렇게 끝맺음 했을까. 주역의 풀이로 보면, 앞으로의 시대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대 곧 양에서 음으로 바뀌는 시대이다. 바야흐로 여성성이 빛나는, 빛나야 하는 시대를 우리는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괴테가 주역을 읽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는 앞으로의 시대가 규범만을 앞세우는 거친 힘의 시대는 가고, 포용을 담은 균형 잡힌 감각의 시대가 도래해야 한다고 믿은 것으로 보인다. 소설 속 여주인공 ‘장미’의 경쾌한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새 여성성이 주도하는 마술같은 사랑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_ 소설가 서영은
일하다가 좋은 작가를 만나면 나는 늘 말한다. 연출도 하시라고. 머리 쓰는 게 비슷하다고. 누가 나한테 누가 연출 제일 잘 하는 거 같아, 이렇게 물으면 나는 늘 머뭇거림 없이 대답한다. 황인뢰라고. 슬갑소설 『장미 이야기』를 읽고 확신했다. 내 말이 맞았다고.
_ 감독 안판석
책 속에서
P. 15
장미는 몰락한 양반가의 후손이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역모죄에 얽혀 멸문의 화를 당하고 풍비박산된 가문의 후예다.
그녀의 조부는 선대에 제법 여러 명의 정승을 배출했던 자기 가문에 대한 자긍심이 매우 강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역모를 모의했다는 억울한 지경에 몰리게 되었다.
P. 16
장미는 당시 두 살짜리 어린 아기였다. 그녀의 젊은 부모는 물론이고 가문 전체가 쑥대밭이 되는 와중에 용케 화를 피했다. 장미 외가에서 그녀의 모친이 시집올 때 붙여준 어린 계집종이 있었는데, 이 계집종이 소동의 혼란 중에 자신도 아기도 빠져나오는 데 성공한 것이다. 몇 가지 곡절 끝에 장미는 은퇴 기생이었던 기향의 수양딸로 입양되었다.
P. 24
장미가 흥분하면 어떻게 되는가. ‘자에는 자로’. 저지른 짓만큼 돌려준다. 장미가 못된 양반들을 벌하는 원칙이다.
P. 31
숲 가장자리 그늘에서 활 쏘는 이들의 솜씨를 구경하던 장미는 여러 무관 지망생 중에 한 남자를 단번에 알아봤다. 수수한 선비 차림인데 얼굴과 거동은 신선 세계의 사람과 같았다. 그 남자가 바로 김윤경이었다.
P. 33
“저분은 나와 운명의 연분이다. 어떡해서든 나는 저분의 아내가 되어야 해”
장미는 여종 아이를 시켜 윤경의 신원을 확보했다. 윤경이 어느 집 손인지, 약관20세까지 한 해를 남겨뒀고 아직 혼사를 치르지는 않았다는 것과, 이곳에는 어떻게 해서 와있는지 제법 상세한 정보를 얻은 것이다. 여종 아이가 알아 온 정보는 윤경과 자신이 운명의 연분이라는 확신을 더 굳히게 했다.
P. 77
나, 임금이 말한다.
용이 용답게 되려면 구름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구름이 구름답지 못하면 설사 용이 구름을 탔더라도 지렁이가 된다. 만인지상의 옥좌에 앉았거늘, 뜬구름 위의 지렁이만도 못하다.
P. 137
자귀나무잎은 낮이면 활짝 피지만 밤이면 잎사귀가 서로 합쳐져서 꼭 껴안은 듯한 모양으로 밤을 지새우는데, 이를 보고 합환목 또는 야합수라 하고 꽃을 말려서 베개에 넣어 베고 자면 부부의 금실이 좋아진다는 말이 있다. 부부간의 백년해로를 축원하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다.
P. 187
장미의 대궐 입성 순간이다. 한번 들어오면 나갈 수 없다는 구중궁궐. 그 대궐 안으로 장미가 들어오게 된 것이다. 우리의 장미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P. 193
“우리가 소속되어 있는 액정에는 궁녀 말고도 수많은 내관과 별감이 있다. 그 밖에도 궁에는 종친과 조정 관료들이 때 없이 드나든다. 혹여 만에 하나, 금령을 어기고 남녀 간에 선을 넘는 일이 발생하면, 발각 즉시 참형에 처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P. 212
소년왕과 장미. 나이도 비슷한 둘은 어느새 깊은 동질감을 확인했다. 왕은 틈나는 대로 장미를 불러 환담했다. 장미에게서 듣는 궁 밖의 생생한 민생 현황들은 자신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지식이요 정보였다. 무엇보다 왕은 장미를 통해 시장경제의 중요성을 파악했다.
P. 306
칼자루와 칼집이 대나무로 되어있고 특별한 장식이 없는 대신, 그 위에 빼곡히 한자가 인두 같은 것으로 새겨진 낙죽장도였다. 기향이 그 낙죽장도를 장미에게 건네주었다.
‘이것이 나의 출생과 관련이 있는 물건이란 말인가?’
P. 382
여인 아니 장미가 그제야 칼을 손에서 풀었다. 아버지 박현서가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는 도신에 ‘심심’이라는 두 글자가 음각된 바로 그 낙죽장도였다.
P. 406
기특하도다. 우리의 장미여. 나라님을 도와 그 영광이 온 누리에 비치거늘 제 몸은 한발 물러 소리 없이 그저 웃고만 있으니, 설백같이 희고 거울같이 맑은 그 자태를 어찌 칭찬하지 않겠는가. 기울었던 가문을 다시 일으키고 그 진한 향기로 채워 넣으니, 여자라 하여 못 할 일이 또한 무엇이란 말인가.
P. 406
이것으로 우리의 이야기가 끝난다면 섭섭할 것 같다. 아니다. 사람들이 모이면 먹고 마시는 게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다. 대척점에 서 있던 악의 축의 고별 회연으로 마치는 것을 도리어 기쁨으로 여길 일이다. 잔치를 뒤로하는 두 사람의 뒷모습 위로 오색 무지개가 떠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