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경험평가가 매년 온다 2년에 한 번 친절했던 병원,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CS 교육이 '벌칙'처럼 느껴지는 병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CS를 누구의 일로 만드느냐가, 병원의 미래를 가른다
CS 강의를 나가면 늘 보이는 얼굴이 있다. 점심을 반납하고 온 얼굴, 퇴근을 미루고 남은 얼굴, 아침 일찍 불려온 얼굴. 강의실에 들어오기도 전에 이미 표정이 굳어 있다. 오래 이 일을 하다 보니 그 표정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게 됐다. '내가 뭔가 잘못했나.' CS 교육은 어느 순간부터 성장의 기회가 아니라, 불친절한 직원에게 내려지는 벌칙이 되어 있었다. 그 표정이 익숙해졌다는 게, 사실은 가장 무서운 일이다.
그런데 그 분위기 속에서 심평원이 오는 7월 의료평가조정위원회에 중요한 안건을 올린다.
지금까지 2년마다 시행해온 환자경험평가를 매년으로 전환하고, 결과 공개 방식도 기존 점수제에서 5단계 등급제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안건이 통과되면 등급제는 올해 7월 5차 평가 결과 공개부터, 매년 평가는 9월 6차 평가부터 즉각 적용된다. 이 평가는 2017년 처음 도입되어 지금까지 네 차례 시행됐다. 처음엔 상급종합병원과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 95개소가 대상이었지만, 평가를 거듭할수록 대상은 넓어졌고 현재는 전국 374개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이 평가를 받는다. 대상을 병원급 이하로 확대하려는 논의도 이미 시작됐다. 지금은 대형 병원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하다. 규모와 상관없이, 환자의 경험은 이제 숫자가 아닌 등급으로 공개되는 시대로 가고 있다.
벌칙처럼 느껴지는 교육이 반복되는 병원에, 이제 매년 평가가 온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또 하나의 벌칙인가, 아니면 구조를 바꿀 기회인가.
현장에서 본 CS를 이벤트처럼 하는 병원에는 공통점이 있다.
평가 시기가 다가오면 원장의 당부가 아침 조회에 추가된다. 안내문이 붙고, 교육이 잡히고, "환자분들께 좀 더 신경 써달라"는 말이 반복된다. 그리고 평가가 끝나면, 병원은 조용히 원래대로 돌아간다. 직원들도 안다. 이 분위기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CS 교육은 흘려듣는 것이 되고, 친절은 평가 기간에만 켜지는 스위치가 된다.
문제는 직원의 태도가 아니다. 그 태도를 만들어낸 구조다. 기준이 없는 곳에서는 알아서 친절하라는 말만 남는다. 잘 됐을 때는 아무 말이 없고, 문제가 생겼을 때만 교육이 등장한다. 그 구조 안에서 CS 교육은 칭찬이 아니라 지적의 언어가 된다. 직원들이 굳은 얼굴로 강의실에 들어오는 건, 그들이 불친절해서가 아니다. 그 자리가 늘 그런 맥락에서 소집됐기 때문이다.
반면, 내가 컨설팅 현장에서 만난 CS가 일상이 된 병원은 달랐다.
인사 방법이 매뉴얼로 존재하고, 전화 응대 기준이 문서로 있으며, 환자 불만이 접수되면 처리 프로세스가 작동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원장이 직접 챙기지 않았다. 현장의 중간관리자가 기준을 유지하고, 직원에게 전달하고, 문제를 먼저 발견하고 있었다. 그 병원 직원들은 CS 교육을 벌칙으로 느끼지 않았다. 기준이 있으니 그에 맞추면 됐고, 교육은 그 기준을 함께 다듬는 시간이었다.

매년 평가가 온다는 것은, 2년에 한 번 잘 보이면 되는 시대가 끝났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변화는 병원이 오랫동안 미뤄온 질문 하나를 다시 꺼내 든다. CS를 누가 관리할 것인가. 원장인가, 팀장인가.
원장은 진료실에 있다. 환자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그 경험 전체를 매일 현장에서 설계하고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중간관리자다. 그러나 많은 병원에서 중간관리자는 CS에 대한 권한도, 기준도, 교육도 없이 그 자리에 서 있다. 시스템 없이 친절을 요구받을 때, 그것은 성장이 아니라 또 하나의 벌칙이 된다.
평가 주기가 짧아진다고 병원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CS를 담당할 사람을 정하고, 그 사람이 일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것. 그것이 먼저다.
하지만 이 평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 방향으로만 움직였다. 더 넓게, 더 자주. 동네 의원이, 한의원이, 작은 재활센터가 이 흐름 밖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아직 과거의 감각이다. 규모가 작을수록 준비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래서 시작은 더 빨라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사람을 바꾸는 일이 아니다.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당신의 병원에서 CS는 누구의 일인가.
그 답이 없다면, 매년 오는 평가는 매년 반복되는 벌칙이 된다.
[필자소개]
정 경
대한병원실무전문가협회 (KAPS) 협회장. 바스제로 맵 대표 | 전문면접관 · 병원 조직 컨설턴트
24년간 물리치료사로 병원 현장을 지켰다. 직원이었고, 팀장이었고, 중간관리자였다. CS가 벌칙처럼 여겨지는 구조를 안에서 겪었고, 밖에서 설계하는 사람이 됐다. 현재 대한병원실무전문가협회(KAPS) 협회장으로 병원 중간관리자의 성장을 지원하며, 전문면접관·CS 컨설턴트로 의료기관과 기업을 대상으로 강의와 컨설팅을 병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