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규 칼럼] 당신의 특허는 액자 속 상장인가, 시장의 무기인가

글로벌 기술 기업은 특허를 ‘권리’가 아닌 ‘시장 전략’으로 활용한다

60만 건의 출원이 쏟아지는 시대, 오픈AI와 퀄컴의 상반된 IP 생존법

기술 중심 스타트업의 생존을 가르는 IP 포트폴리오와 비즈니스 정합성

아신특허법률사무소 대표 · 서울특별시 고문변리사 최성규

 

 

2023년 이후 생성형 인공지능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AI 기술 관련 특허 출원 역시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특허청(USPTO)이 202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AI 관련 특허 출원은 2018년 이후 약 33% 증가했으며 2023년에는 AI가 전체 기술 서브클래스의 약 60%에 등장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전체 특허 출원 역시 꾸준히 늘어나 미국 특허청 기준 2024 회계연도의 전체 특허 출원 건수는 70만 건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집계되며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구글(Alphabet),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등 주요 글로벌 IT 기업은 AI 모델 구조, 데이터 처리, 컴퓨팅 인프라 등 다양한 영역에서 매년 수천 건의 특허를 쏟아내며 거대한 특허 펜스(Patent Fence)를 치고 있다. 반면, 오픈AI(OpenAI)는 이들과 달리 핵심 알고리즘을 '영업비밀(Trade Secret)'로 유지하며 전 세계적으로 수십 건 수준의 특허만을 선별적으로 출원하는 등, 기업마다 비즈니스 환경에 맞춘 철저한 계산 아래 차별화된 IP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상반된 행보는 특허의 의미가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특허는 더 이상 단순히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 절차에 머물지 않는다. 오늘날 기술 기업에게 특허는 시장에서의 협상력과 진입 장벽을 설계하는 전략 자산에 가깝다.

 

가장 자주 언급되는 사례가 통신 산업의 표준필수특허(SEP, Standard Essential Patent)다. 표준필수특허는 4G·5G와 같은 통신 표준을 구현하기 위해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특허를 의미하며 이를 보유한 기업은 생태계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실제로 퀄컴(Qualcomm), 에릭슨(Ericsson), 노키아(Nokia)와 같은 기업들은 수많은 SEP를 보유하며 통신 표준화와 단말기 제조사와의 협상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해 왔다.

 

특히 퀄컴은 5G를 포함한 모바일 통신 기술에서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상당한 규모의 라이선스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공개된 2024 회계연도 실적에 따르면 퀄컴의 전체 매출은 약 390억 달러, 이 중 라이선스 부문(QTL) 매출은 약 55억 달러로 집계되며, 라이선스 사업은 여전히 높은 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러한 전략을 단일 특허 확보에 그치지 않고 특허 포트폴리오(Patent Portfolio) 형태로 확장한다. 하나의 핵심 기술만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 기술·응용·변형까지 포함해 수십, 때로는 수백 건의 특허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런 전략은 흔히 특허 펜스(Patent Fence)라고 불리며, 특정 기술 영역을 특허로 둘러싸 경쟁사가 같은 영역에 진입하거나 유사 제품을 개발하기 어렵게 만드는 효과를 낳는다.

 

또한 기업들은 특허맵을 통한 랜드스케이프 분석을 통해 경쟁사의 연구개발 방향과 기술 트렌드를 면밀히 살핀다. 특허 데이터는 단순한 권리 정보가 아니라, 어느 분야에서 출원이 집중되고 있는지, 어떤 기업이 특정 기술에 공을 들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산업 정보다. 실제로 많은 글로벌 기술 기업들은 경쟁사의 특허 출원 데이터를 분석해 자사 연구개발의 중복을 피하고 특허침해 리스크를 줄이며 신규 시장 진입 전략을 조정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스타트업에게도 분명한 시사점을 준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를 준비할 때, 투자자들은 단순히 기술의 참신성과 성능만 보지 않는다. 해당 기술이 어느 정도 특허로 보호되고 있는지, 경쟁사의 특허와 충돌 가능성은 없는지, 그리고 IP 전략이 사업 계획과 얼마나 정합적으로 설계되어 있는지를 함께 평가한다. 실제 투자·M&A 실무에서는 핵심 특허의 범위, 라이선스 구조, 잠재적 분쟁 가능성 등이 기업 가치 평가의 중요한 요소로 다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를 준비하는 스타트업이 충분한 자유실시 분석 없이 제품 개발을 진행하다가, 나중에 경쟁사가 해당 기술 영역에서 이미 촘촘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놓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기업은 알고리즘 구조를 변경하거나 기능을 제한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출시 일정 지연과 추가 개발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이는 실제 IP 실무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전형적 위험 시나리오로, 기술 경쟁력과 별개로 특허 전략이 기업의 시장 진입 속도와 협상력을 좌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특허 전략은 단순히 “등록 가능성이 있는지”만을 검토하는 과정이 아니다.

 

이 기술이 어떤 시장과 비즈니스 모델을 겨냥하는지

그 시장에서 경쟁 기술과 플레이어는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글로벌 전개를 고려할 때 어느 국가·지역에서 권리를 확보해야 하는지

 

이러한 판단은 자연스럽게 기업의 사업 전략·제품 로드맵과 맞닿아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시점은 특허 등록 이후다. 많은 기업이 ‘출원’과 ‘등록’ 자체에 주로 집중하지만, 실제로 기업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 이후의 활용 방식이다. 등록된 특허를 기반으로 라이선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것인지, 파트너십과 조인트벤처의 협상 카드로 활용할 것인지, 혹은 경쟁사와의 교차 라이선스를 통해 소송 위험을 줄이고 시장 접근성을 높일 것인지에 따라 기업의 성장 경로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기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변리사와 IP 전문가의 역할 역시 변하고 있다. 단순히 명세서를 작성하고 절차를 처리하는 역할을 넘어, 기술·시장·비즈니스 모델을 함께 검토하며 기업의 장기 전략에 맞는 IP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파트너가 필요해지고 있다. 이는 대기업뿐 아니라 기술 중심 스타트업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하나로 귀결된다.

 

“이 특허를 누가 출원해 주는가”가 아니라,

“이 특허가 우리 사업과 시장 전략에서 어떤 역할을 하도록 설계되었는가.”

 

기술 경쟁이 가속화되는 시대에 특허 전략은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최성규 변리사 이력]

 

現) 아신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現) 서울특별시 고문변리사
現) 포항시 고문변리사

 

前) 특허법인 BLT 변리사
前) SYP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前) 특허법인 리앤목 변리사
前) 박장원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학사
대한변리사회(KPAA) 정회원
투자자산운용사
기업·기술 가치평가사
한국엔젤투자협회 정회원

 

작성 2026.03.17 22:47 수정 2026.03.17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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