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人터뷰] “좋은 직업보다 중요한 것은 판단 기준”… 수의사 박근필이 말하는 진로의 기준

수의사가 마주한 전문직의 현실과 지속성

글쓰기가 만든 두 번째 커리어의 가능성

좋은 직업보다 먼저 세워야 할 진로 판단 기준

 

전문직은 흔히 안정적인 직업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현실은 훨씬 복합적이다. 커리어온뉴스는 현직 수의사이자 작가로 활동 중인 박근필 작가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전문직의 현실, 직업의 지속성, 진로 판단의 기준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사진=박근필 작가

박 작가는 수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배경부터 병원 운영 경험, 글쓰기를 통한 삶의 전환, 청소년 진로 강연 현장에서 마주한 고민까지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그는 “좋은 직업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느냐”라며 진로의 중심에는 결국 ‘남’이 아닌 ‘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의사라는 선택은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첫 번째 대답이었다
박근필 작가는 수의사를 처음부터 꿈꾼 것은 아니라고 했다. 여러 진로를 떠올리던 끝에 고등학교 2학년 때 수의사의 길을 선택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영향으로 다양한 동물과 함께 자라며 동물이 삶의 일부가 됐고, 사육사와 수의사 사이에서 고민하다 ‘치료하고 살리는 일’이 자신의 적성에 더 가깝다고 판단했다. 그는 “지금 돌아보면 수의사를 선택한 일은 단순한 직업 결정이 아니라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첫 번째 대답이었다”고 말했다.

 

수의사는 동물을 살리기 위해 사람을 설득해야 하는 직업이기도 하다
대중은 수의사를 동물을 치료하는 전문직으로 생각하지만, 실제 현장은 훨씬 치열하다고 했다. 진료 과정에서 공격성을 보이는 반려동물을 상대하는 일도 쉽지 않지만, 더 중요한 것은 보호자와의 관계라고 설명했다. 박 작가는 “보호자의 동의 없이는 검사도 치료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수의사는 동물을 살리기 위해 사람을 설득해야 하는 직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때로는 그 과정이 큰 스트레스로 돌아오지만, 보호자의 감사 한마디가 소진된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직이라는 이름표가 영원한 안전지대를 보장하는 시대는 끝났다
그는 전문직 역시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보호자와의 관계에서 오는 감정 소진, 병원 운영 과정에서의 경영 부담, 그리고 인공지능 도입 같은 변화가 전문직의 현실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약 10년 가까이 자신의 동물병원을 운영했던 경험에 대해 그는 “수의사로서의 실력과 사업 역량은 전혀 다른 영역이었다”고 돌아봤다. 결국 매출 부담과 심신의 소진 끝에 병원을 정리했고, 현재는 페이닥터로 일하며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박 작가는 “전문직이라는 이름표가 영원한 안전지대를 보장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며 “앞으로는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대체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글쓰기는 나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게 했다
수의사이면서 동시에 작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에 대해 그는 마흔 무렵 찾아온 삶의 질문을 이야기했다. ‘이대로 계속 살아도 괜찮은가’, ‘은퇴 이후의 삶은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라는 고민 속에서 책과 글쓰기를 만나게 됐고, 그것이 삶의 전환점이 됐다고 했다. 박 작가는 “글쓰기는 단순히 작가라는 직함만 준 것이 아니라 나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게 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글쓰기를 통해 사소한 것에 더 깊이 주목하게 됐고, 좋지 않은 일조차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제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다
청소년 대상 진로 강연에서 가장 많이 듣는 고민은 “제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모르겠어요”라는 말이라고 했다. 그는 학생들이 학교와 학원, 숙제와 시험에 쫓기며 정작 자신을 탐구할 시간을 갖기 어렵다고 봤다. 그래서 그는 두 가지를 강조한다고 말했다. 하나는 ‘나에 대한 탐구’이고, 다른 하나는 ‘경험’이다. 자신이 무엇을 할 때 즐거운지, 어떤 일을 오래 해도 지치지 않는지 질문해보고, 동시에 실제로 해보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에 대한 탐구와 경험, 이 두 바퀴가 함께 굴러가야 진로라는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진로 판단의 기준은 남이 아니라 나에게 두어야 한다
박 작가는 진로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보다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라고 강조했다.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부모가 권하니까 선택하는 방식으로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시선을 외부에서 내부로 돌려야 한다”며 진로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라고 권했다.
“이 선택을 하면 나는 행복할까?”
또 직업을 선택하던 시절로 돌아간다면 “이 선택이 정말 오롯이 나를 위한 것인가”를 먼저 묻고 싶다고 했다. 이어 “진로를 결정하는 순간 처음도 끝도 항상 ‘나’가 중심에 있어야 한다”며 “그 사실을 자신은 늦게 알았지만, 청소년들은 조금 더 일찍 깨닫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근필 작가는…]
현직 수의사이자 작가, 커리어 스토리텔러로 활동하고 있다. 청소년 진로·직업 안내서 『방구석에서 혼자 읽는 직업 토크쇼』를 포함해 총 4권의 저서를 출간했으며, 진로·직업·문해력·사고력을 주제로 학생과 공직자 대상 강연도 이어오고 있다.

 

 

작성 2026.03.13 11:10 수정 2026.03.13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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