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주판 제작의 1인자, ‘생활의 달인’이 말하는 아날로그의 힘
디지털 기기가 인간의 사고를 대신하는 시대, 역설적으로 '손가락 끝의 예술'이라 불리는 주판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찰나의 순간에 수백 개의 주판알을 틀에 박아넣는 신기(神技)에 가까운 기술로 화제가 된 ‘주판 알 끼우기 달인’을 만났다. 그는 단순히 주판을 만드는 장인을 넘어, 현대인의 무뎌진 뇌를 깨우는 전도사였다.
Chapter 1. 0.1초의 미학: 마찰과 진동이 만든 조립의 기술
Q. 방송을 통해 공개된 달인님의 조립 기술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습니다. 보통은 주판알을 하나하나 정성껏 끼우는 게 정석 아닌가요?
달인: "그렇죠. 일반적인 공정이라면 얇고 긴 주판대에 알을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야 합니다. 아래 네 알을 넣고 가림판을 댄 뒤, 다시 위에 한 알을 올리는 식이죠. 하지만 저는 수천 개의 주판알이 담긴 통에 주판 틀을 통째로 넣고 흔드는 방식을 씁니다. 슥삭슥삭 비벼주는 소리가 들리면 어느샌가 빈틈없이 주판알들이 자리를 잡습니다. 마지막에 주판대를 탁탁 털어주면 공정이 마무리되죠. 남들이 1시간 걸릴 일을 단 몇 초 만에 끝내는 셈입니다."
Q. 제작진이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까지 했지만, 여전히 그 원리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달인: "비결은 '마찰'과 '리듬'에 있습니다. 주판알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발생하는 미세한 진동이 주판대의 좁은 구멍을 찾아 들어가게 만드는 동력이 됩니다. 너무 세게 흔들면 알들이 튕겨 나가고, 너무 약하면 입구 근처에도 못 가요. 0.1초의 찰나에 손끝으로 전해지는 그 '확신'의 감각이 중요합니다. 수십 년간 수만 번 반복하며 몸이 기억하게 된 물리적인 감각이죠. 이건 인공지능이나 로봇도 흉내 내기 힘든 장인의 영역이라 자부합니다."
Chapter 2. 국산 주판의 자존심: 한 알 한 알에 담긴 정교함
Q. 요즘은 저가형 수입 주판도 많은데, 달인님이 고집하시는 '국산 주판'은 무엇이 다른가요?
달인: "주판은 단순히 계산 도구가 아니라 '악기'와 같습니다. 알을 튕길 때의 무게감, 알이 미끄러지는 매끄러움, 그리고 딱딱 끊어지는 손맛이 국산은 확실히 다릅니다. 제가 제작하는 주판은 내구성이 뛰어난 소재를 사용해 수십 년을 써도 알이 헐거워지거나 깨지지 않아요. 특히 조립 과정에서 제가 직접 손으로 비벼가며 알을 끼우기 때문에, 알과 대 사이의 유격이 가장 완벽한 상태를 유지합니다. 명품은 아주 작은 디테일에서 결정되는 법이죠."
Chapter 3. 두뇌 개발의 열쇠: 주산(珠算)이 만드는 기적
Q. 최근 주판이 아이들의 교육 도구로 다시 각광받고 있습니다. 주판이 두뇌 개발에 어떤 도움을 주나요?
달인: "요즘 아이들은 계산기나 스마트폰 앱 없이는 세 자리 숫자 덧셈도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판은 숫자를 추상적인 기호가 아니라 '구체적인 사물(알)'로 인식하게 만듭니다. 머릿속에 주판을 그려놓고 암산을 하는 '주산 암산'은 우뇌와 좌뇌를 동시에 자극하죠. 손가락 끝의 말초 신경을 정교하게 움직이는 행위 자체가 뇌의 전두엽을 활성화해 집중력과 인내심을 몰라보게 향상시킵니다. 주판을 배운 아이들은 수학에 대한 공포심이 없고, 문제 해결 능력이 탁월해집니다."
Chapter 4. 현대인의 병 '디지털 치매'와 시니어 건강
Q. 성인들에게도 주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흥미롭습니다. 특히 '디지털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요?
달인: "우리가 전화번호 하나 못 외우고, 길 찾기를 내비게이션에만 의존하면서 뇌가 점점 게을러지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디지털 치매죠. 주판은 이런 무뎌진 뇌를 다시 깨우는 최고의 훈련 도구입니다. 손가락을 복잡하게 움직여 알을 튕기는 동작은 뇌세포 간의 연결을 강화합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계산하는 습관을 되찾아주죠."
Q. 시니어 세대 사이에서도 주판 교실이 인기라고 들었습니다.
달인: "맞습니다. 치매 예방을 위해 가장 권장되는 것이 손을 많이 움직이는 것입니다. 주판은 숫자를 다루며 인지 기능을 유지하고, 알을 튕기는 반복적인 운동을 통해 소근육을 발달시킵니다. 어르신들께 주판은 추억의 도구이기도 해서 정서적인 안정감까지 줍니다.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뇌를 살리는 건강법이죠. 제가 만드는 이 주판들이 누군가의 기억력을 지키고 건강을 돕는다고 생각하면 한 알 한 알 끼우는 작업이 더 경건해집니다."
Chapter 5. 아날로그의 가치: 변하지 않는 것의 소중함
Q. 마지막으로, 주판과 함께해온 달인님의 인생 철학이 궁금합니다.
달인: "세상은 빨리 변하고 모든 게 자동화되지만, 사람의 손끝에서 나오는 진심은 변하지 않습니다. 제가 슥삭슥삭 주판알을 끼워 넣는 이 투박한 소리가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지혜의 소리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잊힌 기억을 되살리는 소리가 되길 바랍니다. 국산 주판의 명맥을 잇는다는 자부심으로, 앞으로도 최고의 주판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Editor’s Note: 왜 다시 주판인가?]
달인의 손길로 태어난 주판은 단순한 계산 도구를 넘어선다. 그것은 디지털 치매에 빠진 현대인의 뇌를 해방하는 탈출구이자, 성장기 어린이의 잠재력을 깨우는 마중물이다. 또한, 손끝의 자극을 통해 시니어의 활기찬 노후를 보장하는 동반자이기도 하다. '생활의 달인'이 보여준 보고도 믿기지 않는 기술은, 결국 우리가 잃어버렸던 '집중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생활의 달인 주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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