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하의 웰니스 치유] 자극과 반응 사이, 마음의 정원을 가꾸는 시간

 

서연하 | 웰니스 치유연구소 대표   ⓒ코리안포털뉴스

살다 보면 마음이 먼저 반응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거칠어지기도 하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합니다.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왜 나는 그렇게 반응했을까.’

 

우리의 하루는 수많은 자극 속에서 흘러갑니다. 아침 알람 소리로 시작해 출근길의 분주함,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오가는 말들, 그리고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하루의 사건들까지. 우리는 늘 어떤 자극 속에서 살아가고, 그 자극에 반응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은 인간의 삶을 설명하며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리고 인간의 자유는 바로 그 공간 안에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우리가 감정에 끌려 사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다만 그 선택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마음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뇌에는 감정을 빠르게 감지하는 편도체라는 기관이 있습니다. 편도체는 위험을 감지하면 즉각 반응하도록 만들어진 생존 장치입니다. 누군가의 말이 공격처럼 느껴지거나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면 편도체는 먼저 경보를 울립니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하기도 전에 화가 나거나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뇌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영역이 있습니다. 바로 전전두엽입니다. 전전두엽은 상황을 한 발 물러나 바라보고 감정을 조절하며 더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돕는 뇌의 사령탑입니다. 문제는 편도체의 반응 속도가 전전두엽보다 훨씬 빠르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생각하기도 전에 먼저 반응하게 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잠시 멈추는 시간입니다. 화가 올라오는 순간 바로 말하기보다 잠깐 숨을 고르는 것, 가슴 위에 손을 얹고 천천히 호흡을 하는 것. 단 몇 번의 깊은 호흡만으로도 몸의 긴장은 조금씩 풀리고 마음의 속도는 느려집니다. 이 짧은 멈춤의 순간이 바로 자극과 반응 사이의 공간을 만들어 줍니다.

 

명상은 거창한 수행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을 알아차리는 작은 연습입니다. 아침에 세수를 하며 손끝에 닿는 물의 온도를 느끼는 것, 걷는 동안 발바닥이 땅에 닿는 감각을 느끼는 것,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순간을 잠시 바라보는 것. 이런 작은 감각의 순간들이 우리의 마음을 다시 현재로 데려옵니다.

 

마음이 현재에 머무는 순간 편도체의 경보는 조금씩 잦아들고, 전전두엽은 다시 차분하게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몸을 움직이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복잡했던 생각도 가볍게 걷다 보면 조금씩 풀리는 경험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햇빛을 받으며 걷는 15분의 산책만으로도 우리의 뇌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우리가 자주 놓치기 쉬운 또 하나의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음식입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단순히 몸을 채우는 에너지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에도 영향을 줍니다. 정제된 당분이 많은 음식은 혈당을 급격히 변화시키며 감정의 기복을 키우기도 합니다. 반대로 자연에 가까운 음식은 뇌가 안정적인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먹느냐입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한 숟가락의 밥을 천천히 씹으며 음식의 맛과 향을 느껴보는 것. 이 단순한 행위는 몸과 마음을 동시에 돌보는 작은 명상이 됩니다.

 

자극과 반응 사이의 공간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잠시 멈추는 순간에서 시작됩니다. 숨을 고르고, 몸을 움직이고, 나를 돌보는 음식을 천천히 먹는 시간. 그런 작은 실천들이 쌓일 때 우리의 마음은 조금씩 균형을 되찾습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마음속 정원을 가꾸는 몇 번의 멈춤인지도 모릅니다. 그 고요한 공간 속에서 우리는 다시 나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작성 2026.03.10 23:28 수정 2026.03.10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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