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위성, 빅데이터가 지배하는 시대에도 정보전의 핵심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다. 바로 휴민트(HUMINT, Human Intelligence)다. 휴민트는 사람을 통해 수집하는 인적 정보를 의미하며, 기술 장비가 아닌 인간의 접촉과 관계를 기반으로 획득하는 정보 활동을 말한다.

정보 수집 방식은 크게 여러 갈래로 나뉜다. 통신을 감청하는 신호정보(SIGINT), 위성이나 항공 촬영을 활용하는 영상정보(IMINT), 언론과 인터넷 자료를 활용하는 공개정보(OSINT)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내부 회의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졌는지, 특정 조직이 어떤 의도를 갖고 움직이는지, 지도자의 심리 상태가 어떤지와 같은 ‘보이지 않는 정보’는 결국 사람을 통해서만 확보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휴민트의 가치가 드러난다.
대표적인 정보기관인 Central Intelligence Agency(CIA)는 해외 정보원 네트워크를 통해 각국의 정치·군사 동향을 파악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국가정보원 역시 대북 정보 수집과 해외 안보 위협 대응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중요한 축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 기관의 활동은 영화 속 첩보전처럼 극적이지는 않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오랜 시간에 걸친 신뢰 구축과 면담, 분석이 반복된다.
휴민트의 가장 큰 장점은 의도와 계획, 분위기 같은 정성적 정보를 포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위성사진으로는 군사기지의 차량 이동은 확인할 수 있어도, 그 이동이 훈련인지 실제 작전 준비인지는 내부자의 설명 없이는 판단하기 어렵다. 또 조직 내부의 갈등이나 리더십 변화와 같은 미묘한 흐름 역시 인적 정보망을 통해 구체화된다.
그러나 휴민트에는 위험도 따른다. 정보원의 신뢰성 문제, 이중 스파이 가능성, 왜곡된 진술의 위험 등은 항상 존재한다. 정보기관은 여러 출처를 교차 검증하며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기술 정보와 결합해 분석의 정확도를 높인다. 최근에는 휴민트와 신호정보, 사이버 정보가 통합된 ‘융합 정보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휴민트가 군사·안보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기업들도 현지 네트워크를 통해 시장 동향과 규제 변화, 소비자 심리를 파악한다. 외교 현장에서도 비공식 대화 채널을 통한 정보 교환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국 휴민트는 ‘관계’와 ‘신뢰’를 기반으로 한 정보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의 의도와 마음은 데이터만으로 완전히 읽어낼 수 없다”고 지적한다.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패턴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결정의 배경과 맥락, 인간의 감정은 여전히 인간의 언어와 표정, 경험 속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휴민트는 첩보영화 속 비밀 작전이 아니라, 인간 사회가 유지되는 한 사라지지 않을 정보의 본질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엇이 진짜인지 가려내는 힘, 그리고 관계를 통해 핵심을 읽어내는 능력. 그것이 바로 휴민트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