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패권 경쟁과 글로벌 경제
기술의 진보는 우리의 생활 방식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 기술 발전이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우리는 일상생활 곳곳에서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기술 발전 때문만은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많은 변화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라는 큰 흐름에서 나오는 결과입니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기술 강국의 위치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 경쟁이 우리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패권 경쟁과 글로벌 경제: 엇갈린 해외 시각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은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팅 등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확산되며 글로벌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쟁을 바라보는 해외 주요 매체들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립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대중국 기술 수출 규제가 동맹국들에게도 유사한 압박을 가해 '탈동조화'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혁신의 속도를 둔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합니다.
NYT는 특히 중국의 기술 감시 체제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인권 문제를 전면에 내세웁니다. 신장 위구르 지역의 안면인식 기술 활용이나 대규모 감시 시스템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기술이 권위주의 체제 강화에 악용되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더 나아가 NYT는 기술 민족주의가 확산되면서 민주주의적 가치와 개방적 혁신 생태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글로벌 공급망의 분절은 단기적 안보 이익을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 발전의 속도를 늦추고 소비자 비용을 증가시키며, 국제 협력의 틀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기술 굴기가 서방 국가들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강조하며, 미국의 강경한 정책을 옹호합니다.
WSJ는 중국 공산당의 기술 정책이 군사적 목적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합니다.
중국이 민간 기술 기업들로부터 확보한 첨단 기술들이 인민해방군의 현대화 프로그램에 직접 활용되고 있으며, AI 기술이 군사 감시와 무기 시스템 개발에 적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WSJ는 이러한 '군민융합(Military-Civil Fusion)' 전략이 서방의 안보에 실질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이 핵심 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장기적으로 더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경제 질서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역설합니다.
WSJ는 단기적인 경제적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민주주의 국가들이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고 국가 안보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이처럼 두 매체는 미중 기술 경쟁의 본질과 대응 방향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른 시각을 제시합니다. NYT가 인권과 개방성, 글로벌 협력의 가치를 강조한다면, WSJ는 안보와 경제적 실리, 체제 경쟁의 현실을 우선시합니다.
이러한 논쟁은 단순히 미국 내 정치적 스펙트럼의 차이를 넘어서, 기술 시대의 국제 질서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적 차이를 드러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기술 패권 경쟁은 세계 경제 질서를 재편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산업혁명 이래로 큰 발명과 기술 발전들은 각국의 경제력 뿐만 아니라 군사적 패권을 결정지어 왔습니다.
19세기 영국의 증기기관 독점, 20세기 미국의 반도체 혁명, 그리고 21세기 디지털 기술의 부상은 모두 국가 간 힘의 균형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과거의 사례를 볼 때,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그것의 전략적 활용은 각국의 발전 방향을 크게 바꾸어왔고, 이는 이번 미중경쟁에서도 그 예외가 아닙니다. 다만 오늘날의 기술 경쟁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과 상호의존성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차원의 도전을 제기합니다.
한국의 전략적 선택과 도전 한국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중간자적 국가로서,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두 매체 모두 한국과 같은 국가들이 이러한 경쟁 속에서 딜레마에 직면해 있음을 지적합니다. 한국의 경제는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과 중국 두 국가와의 관계 관리에 있어 신중함을 요구합니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며, 중국은 한국 반도체 수출의 핵심 시장 중 하나입니다. 동시에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첨단 장비와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가 강화될 때마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 시장 접근 제한과 미국과의 기술 협력 강화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손익의 문제를 넘어 국가 안보와 외교 전략의 문제로 확대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 정부는 다각화된 공급망을 구축하여 위험성을 분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경제안보'라는 새로운 개념 아래 핵심 기술의 자립도를 높이고, 동시에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파트너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단기간 내에 실현될 수 없는 목표입니다. 수십 년간 구축된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며, 이 과정에서 불가피한 경제적 충격이 예상됩니다.
한국의 전략적 선택과 도전
전문가들은 한국이 직면한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기술 자립도의 향상과 독자적인 기술 개발에 주력해야 할 때라고 조언합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해외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적인 기술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강자들도 비메모리 반도체와 차세대 기술 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장기적 전략의 일환입니다. 또한 한국은 미중 갈등의 틈새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도 있습니다.
양국 모두와 협력이 가능한 분야를 발굴하고, 중립적 기술 표준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제3국과의 다자간 협력을 강화하는 등 창의적인 외교 전략이 필요합니다. 한국의 기술 역량과 외교적 입지를 활용하여 글로벌 기술 거버넌스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의 영향력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업계 동향 및 경쟁 현황 분석
현재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치열합니다. 양국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AI, 양자 컴퓨팅, 5G/6G 통신, 바이오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앞서 나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선도적인 AI 연구와 실리콘밸리의 활발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바탕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있습니다.
OpenAI, Google DeepMind, Anthropic 등의 기업들이 생성형 AI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는 CHIPS Act를 통해 반도체 제조 기반을 자국 내로 되돌리는 데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습니다. 또한 동맹국들과의 기술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여 중국을 배제하는 '기술 동맹' 구축에 힘쓰고 있습니다.
중국은 정부의 막대한 투자와 인공 지능 연구개발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 전략을 통해 핵심 기술의 자급률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Baidu, Alibaba, Tencent 같은 거대 기술 기업들이 AI와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AI 관련 특허 출원 수에서 미국을 앞지르고 있으며, 얼굴 인식과 감시 기술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접근이 제한되면서 중국의 기술 발전은 일부 병목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도 기술 연구 개발에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대대적인 연구개발 투자는 글로벌 기술 경쟁의 흐름 속에서 생존과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대응 방안이 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목표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더 광범위한 기술 생태계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의 일환입니다.
한국 시장/사회에 미치는 구체적 영향 한국의 많은 산업들이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경쟁으로 인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한국 경제의 중추로서 미중 갈등 속에서 가장 민감한 분야 중 하나로 꼽힙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확보는 국가 경제 성장과 직결되며, 따라서 기업들은 첨단 기술 개발과 더불어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시키고자 합니다. 미국의 수출 규제로 인해 일부 한국 기업들은 중국 내 최첨단 반도체 생산 시설 확장에 제약을 받고 있으며, 이는 단기적인 매출 감소와 투자 계획 조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미국 내 생산 시설 구축 압력도 증가하고 있어, 기업들은 글로벌 생산 전략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미래 전망과 우리의 과제
또한, 미중 기술 경쟁은 한국의 IT 및 제조업 전반에 걸쳐 혁신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디스플레이, 배터리, 전기차, 로봇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은 기술 독립성을 높이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의 기업들은 보다 빠르고 혁신적인 솔루션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반 소비자들도 이러한 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노트북, 가전제품 등의 가격 상승 압력이 증가하고 있으며, 일부 최신 기술 제품의 출시가 지연되거나 특정 시장에서만 제공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술 공급망의 분절은 결국 소비자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한국 사회는 디지털 주권과 데이터 보안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 사이버 안보, 핵심 인프라의 기술 독립성 등이 사회적 의제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는 정부 정책과 기업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미중 기술 경쟁이 단순히 경제적 차원을 넘어 사회 전반의 가치와 제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입니다.
향후 전망 및 시사점 글로벌 기술 경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AI와 양자 컴퓨팅 분야는 그 중심에 있을 것입니다.
생성형 AI의 급속한 발전은 산업 구조와 노동 시장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양자 컴퓨팅이 상용화되면 현재의 암호화 체계와 계산 패러다임 자체가 바뀔 수 있습니다.
이는 전 세계 국가들이 기술 혁신과 경제 발전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한국은 이러한 경쟁 국면 속에서 독자적인 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국제적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기술 주권을 확보해야 합니다.
한국의 미래 성장과 번영은 이러한 기술 경쟁 속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을 어떻게 수립하고 실행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자체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정부는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를 확대해야 하며, 대학과 연구기관의 역량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인재 양성과 국제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지속 가능한 기술 생태계 조성이 필요합니다. 우수한 연구 인력을 유치하고 육성하는 것은 기술 경쟁력의 핵심이며, 이를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의 혁신과 연구 환경 개선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NYT와 WSJ가 제시하는 서로 다른 관점은 한국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한편으로는 인권과 민주적 가치, 개방적 혁신을 지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 안보와 경제적 실리를 확보해야 하는 복합적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는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이분법적 접근이 아니라, 양쪽의 가치를 모두 고려하는 균형잡힌 전략을 필요로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기술경쟁 속에서 한국이 직면한 과제들은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기반으로 해야 합니다. 국가 정책은 물론, 기술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업들은 단기 실적에 급급하기보다는 미래 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지속해야 하며, 정부는 예측 가능하고 일관된 정책 환경을 제공해야 합니다. 시민사회 역시 기술 변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민주적 논의를 통해 기술 발전의 방향을 함께 모색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제는 이러한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우리가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국은 작지만 기술적으로 진보한 국가로서, 미중 경쟁의 희생양이 되기보다는 새로운 기술 질서 형성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이는 정부, 기업, 학계, 시민사회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국가적 과제입니다.
김도현 기자
[참고자료]
https://www.nytimes.com/section/opinion
https://www.wsj.com/opin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