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베이성 바오딩시 리현으로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코를 찌른 것은 냄새였다. 공업지대에서 흔히 맡을 수 있는 화학약품 냄새와는 달랐다. 축축한 동물성 단백질이 분해되며 풍기는 특유의 매캐함, 여기에 습기와 연기가 뒤섞인 공기가 폐 깊숙이 스며들었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지난달, 하늘은 하루 종일 회색빛을 벗어나지 못했고, 미세먼지와 안개가 뒤엉킨 ‘우마이(雾霾)’는 태양의 윤곽조차 흐릿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곳 리현은 중국 피혁산업의 심장부 중 하나다. 특히 양가죽과 모피 가공 분야에서는 중국을 넘어 세계 시장의 중요한 공급 거점으로 꼽힌다. 명·청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수백 년의 가공 전통, 그리고 개혁·개방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산업 집적 효과가 이 작은 현급 도시를 세계 피혁 공급망의 한 축으로 만들었다.
리현 피혁산업단지로 들어서면 대형 공장과 함께 소규모 작업장이 골목마다 촘촘히 이어져 있다. 일부 공장은 최신 설비를 갖추고 자동화 라인을 돌리고 있었지만,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여전히 사람 손에 의존한 전통적인 가공 방식이 눈에 띈다. 작업자들은 고무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한 채, 물에 불린 가죽을 옮기고 다듬고 염색한다. 바닥에는 물과 약품이 뒤섞인 흔적이 남아 있고, 배수구 주변에서는 냄새가 더욱 짙어진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리현 전체로 보면 피혁 관련 기업과 작업장이 천 곳이 넘는다”며 “이 중 상당수는 가족 단위로 시작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곳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리현은 연간 1억 장 이상 가공 능력을 가진 양가죽 핵심 클러스터로 평가되며, 중국 전체 양가죽 가공량의 약 30%를 담당한다는 추정도 나온다.
리현에서 생산된 가죽은 중국 내 의류·신발·가구 산업으로 흘러갈 뿐 아니라 유럽, 북미, 동아시아로 수출된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러시아로 향하는 고급 피혁 원료, 미국과 캐나다의 의류 브랜드로 들어가는 반제품 가죽 상당수가 이곳을 거친다. 연간 수출액만 5억~7억 달러 수준으로 집계된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가는 이 산업의 이면에는 환경 부담이라는 무거운 비용이 남아 있다. 피혁 가공은 본질적으로 다량의 물과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산업이다. 과거에는 무단 방류와 저효율 처리로 인해 수질·대기 오염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돼 왔다.
2017년 이후 중국 정부가 환경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리현의 풍경도 달라졌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소규모 작업장의 약 30%가 문을 닫거나 통합됐다. 현지 공무원은 “그 시기에는 생산량이 눈에 띄게 줄었고, 지역 경제도 단기적인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생산량은 한때 약 15% 감소했다.
이번 방문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변화의 흔적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일부 대형 기업은 대규모 폐수 처리 시설을 구축하고, 국제 친환경 인증(LWG 등)을 획득해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있었다. 이들 기업의 수출 비중은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물량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환경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해외 거래 자체가 어렵습니다. 비용은 늘었지만, 살아남으려면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또 다른 변화는 완제품 비중 확대다. 과거 리현 피혁산업은 무두질된 반제품 원료 수출에 집중해 왔지만, 최근에는 의류·액세서리 등 고부가가치 완제품 비중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아직 전체의 30% 수준에 불과하지만, 디자인과 브랜드를 갖춘 기업들은 분명히 새로운 길을 모색 중이다.
리현의 하늘은 여전히 맑지 않았다. 매캐한 냄새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이곳은 중국 제조업이 직면한 전환의 현실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기도 하다. 전통 산업의 규모와 집적 효과, 환경 규제의 압박, 글로벌 시장의 기준 변화, 그리고 고부가가치로의 이동이라는 과제가 한 지역에 겹쳐 있다.
리현 피혁산업은 여전히 세계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그 지속 가능성은 더 이상 ‘양’이나 ‘가격’만으로 담보되지 않는다. 회색 하늘 아래에서 기자가 본 것은, 냄새를 줄이고 가치를 높이지 않으면 더 이상 세계로 나아갈 수 없다는 산업의 자각이었다.
이곳 리현의 선택과 속도는, 중국 전통 제조업 전반의 미래를 가늠하는 하나의 바로미터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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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