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부터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인상되고 국가의 연금 지급보장 의무가 법에 명시되는 등 국민연금 제도 전반에 걸친 변화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동시에 소득대체율 인상, 크레딧 제도 확대, 저소득층 지원 강화 등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는 내용도 함께 적용된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국민연금 기금운용 성과와 함께 2026년부터 달라지는 국민연금 제도 개편 내용을 공개했다. 이번 개편은 보험료 부담과 급여 수준, 제도 신뢰를 동시에 조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가장 큰 변화는 국민연금 보험료율 조정이다. 현행 9퍼센트인 보험료율은 내년부터 9.5퍼센트로 인상된다. 이는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보험료율 조정으로,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 번에 올리지 않고 0.5퍼센트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보험료율은 2033년까지 순차적으로 조정돼 최종적으로 13퍼센트에 도달할 예정이다.
월 평균소득이 309만 원인 가입자를 기준으로 하면, 사업장가입자는 월 약 7700원, 지역가입자는 약 1만5400원의 보험료 부담이 늘어난다. 이번 인상은 국민연금 재정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설명된다.
국가의 연금 지급보장 의무도 법률에 명확히 규정된다. 개정된 국민연금법에는 국가가 연금급여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지급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에 따라 향후 기금 소진 이후에도 연금이 지급될지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이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 세대 가입자의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는 조치도 포함됐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현행 41.5퍼센트에서 43퍼센트로 인상된다. 40년을 가입했을 경우 월 연금액은 약 9만 원 정도 늘어나게 된다. 다만 이미 연금을 받고 있는 수급자의 연금액에는 변화가 없고, 앞으로 보험료를 납부하는 가입자에게만 인상 효과가 적용된다.
출산과 군 복무에 따른 크레딧 제도도 확대된다. 출산 크레딧은 첫째 자녀부터 적용되며, 인정 기간의 상한이 폐지된다. 군 복무 크레딧은 최대 12개월까지 확대되고, 장기적으로는 실제 복무 기간 전체를 인정하는 방안도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덜기 위한 지원도 강화된다. 내년부터는 월 소득 80만 원 미만의 지역가입자라면 보험료 납부를 재개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보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보험료 지원 대상은 기존 약 19만 명에서 73만 명 수준으로 크게 늘어난다.
소득활동을 하는 연금 수급자에 대한 연금 감액 제도도 개선된다. 현재 감액 대상자가 집중돼 있는 1~2구간, 즉 월소득 509만 원 미만 구간에 대해서는 연금을 감액하지 않기로 했다. 이 개선된 제도는 내년 6월부터 시행된다.

이 같은 제도 개편의 배경에는 올해 국민연금 기금운용 성과가 있다. 올해 국민연금 기금수익률은 12월 잠정치 기준 약 20퍼센트로 예상되며, 이는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내외 주식 투자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전체 성과를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1473조 원으로 늘어났으며, 전년 말보다 약 260조 원 증가했다. 이는 올해 연금급여 지출액의 약 5.9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정부는 앞으로 보험료 수입 증가와 함께 자산배분체계 개선, 전문 운용인력 확충 등을 통해 기금운용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