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역사] 21. “구스크(城), 오키나와 역사의 뿌리를 지탱한 성곽의 진실”

농경 사회와 함께 탄생한 성곽, 정치와 종교의 무대가 되다

군사 요새인가, 성역인가… 학계의 논쟁 이어져

유네스코가 인정한 류큐 왕국 구스쿠 유산군의 가치

나까구스크터ⓒOCVB

 

구스크(城)는 오키나와에서 성을 의미하는 고유 명칭으로, 류큐 왕국 성립 이전에 축조된 건축물과 유적지를 총칭한다. 구스크는 단순히 돌로 쌓은 성터를 넘어 정치·군사·종교의 기능이 뒤섞인 독특한 구조물로, 그 정의와 본질에 대해서는 지금도 학계에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구스크는 주로 오키나와 본도와 주변 섬들의 언덕 위에 돌담으로 둘러싸인 형태로 세워졌다. 오키나와에서는 성(城)을 ‘구스크’라고 읽으며, 구스크 시대는 일반적으로 12세기부터 16세기경까지로 본다. 이는 조개 무덤 시대(貝塚時代)가 막을 내리고 벼농사와 밭농사가 중심이 된 농경 사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와 겹친다.

 

농경 사회가 정착되면서 각 지역에서는 아지(按司)라 불린 권력자가 등장했다. 이들은 구스크를 거점으로 삼아 주변 마을을 통합하고 세력 다툼을 벌였다. 오키나와 전역에 분포했던 구스크는 300개 이상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구스크의 성격에 대한 해석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첫째, 지배자의 거성(居城)설은 구스크를 아지의 주거지이자 정치·경제의 중심지로 본다. 출토된 중국제 도자기, 철제품, 그리고 탄화된 곡물들은 단순한 거주지가 아닌 권력의 거점이었음을 보여준다.

 

둘째, 성역·묘소설은 구스크를 조상신을 모시는 묘역이나 배소(拝所, 기도처)로 본다. 실제로 세이화우타키(斎場御嶽)나 왕실 묘소 다마우둔(玉陵)과 같은 신성한 공간들이 함께 유산으로 남아 있다. 후기 구스크일수록 군사적 성격보다 종교적 공간으로 전환된 사례가 많다.

 

셋째, 고대 집락설은 구스크를 성벽으로 둘러싼 공동체 취락으로 본다. 농경지가 발달한 내륙으로 이동하면서 외부 위협에 대비해 언덕 위에 돌담을 쌓고 집단 거주를 했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구스크는 단순히 요새로만 규정할 수 없으며, 시대와 지역에 따라 정치 거점·군사 방어·종교 성역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14세기 초, 오키나와 본섬은 북산·중산·남산으로 분리된 삼산 시대(三山時代)에 접어들었다. 이 시기 구스크는 각 왕국의 중심 거성으로 기능했다.

가쓰렌 구스크(勝連グスク): 12~13세기경 축조되었으며, 중국·동남아와 교역을 통해 번영했다. 그러나 성주 아마와리(阿麻和利)가 국왕에게 반기를 들면서 몰락했고, 이후에는 신성한 장소로 변화했다.

 

나키진 구스크(今帰仁グスク): 북산왕의 거성으로, 오키나와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북산왕국이 멸망한 뒤에는 감시 시설로 쓰이다가 1609년 사쓰마 번의 침공으로 파괴되고 신앙의 장소로 전환됐다.

 

우라소에 구스크(浦添グスク): 중산왕국의 초기 수도였으나 수도가 슈리(首里)로 옮겨가면서 기능을 잃었다.

 

1429년, 쇼하시(尚巴志)가 삼산 시대를 통일하면서 류큐 왕국이 성립했다. 이후 슈리성은 국왕의 거성이자 정치·종교·군사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2000년, 슈리성터를 비롯한 아홉 개의 구스크 및 관련 유적이 ‘류큐 왕국의 구스크 및 관련 유산군’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되었다. 여기에는 왕실 묘소 다마우둔(玉陵), 소노향우타키시몽(園比屋武御嶽石門), 세이화우타키(斎場御嶽), 외국 사신 접대용 정원 시키나엔(識名園) 등이 포함된다.

 

구스크는 농경 사회의 시작, 지역 권력의 성장, 삼산 시대의 경쟁, 류큐 왕국의 통일과 발전까지 일련의 역사적 전환점을 증언한다. 단순한 돌 성곽이 아니라, 정치와 종교, 문화가 집약된 살아 있는 역사 기록으로 평가된다. 구스크는 단순한 성터가 아니라, 시대별로 정치·군사·종교적 기능을 모두 포괄한 복합 문화유산이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구스크 유적군은 오키나와가 독자적인 역사와 정체성을 유지해왔음을 보여주며, 현대에도 학문적·관광적 가치가 크다.

 

구스크는 류큐 왕국 이전부터 이어진 오키나와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유적이다. 군사 요새, 권력의 중심, 신성한 성역 등 다양한 의미를 지닌 구스크는 오키나와 역사의 축적된 흔적이자, 세계인과 공유할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남아 있다.

 

작성 2025.09.29 13:58 수정 2025.09.29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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