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신문사=김준연기자] 한국의 노인 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출범 16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 속도와 구조적 불균형이 맞물리면서 재정 악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현행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재정 구조의 균열, 누적 적자 1조원 돌파
건강보험공단이 관리하는 장기요양보험의 재정 상황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지출 증가율이 연평균 12%를 기록한 반면, 수입 증가율은 6%대에 그쳐 구조적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장기요양보험 적자는 1조원대를 넘어섰으며,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30년 전후 기금 고갈이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A교수는 "현재 구조는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역전 현상이 고착화된 상태"라며
"보험료율 인상, 국고 보조 확대, 서비스 효율화가 동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제도 자체의 존립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선진국과의 격차, '늦은 출발' 한계 드러나
OECD 통계를 보면 2025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한국 20.6%, 일본 29.1%, 독일 23.2%로
나타났다. 하지만 제도 운영 면에서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일본과 독일이 각각 2000년, 1995년
부터 장기요양보험을 도입해 안정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한 반면, 한국은 2008년 도입으로 상대적으로
늦은 출발을 했다.
주요 지표를 비교해보면 차이는 더욱 선명해진다. 보험료율의 경우 독일 3.4%, 일본 1.8%인 반면
한국은 0.91%에 그친다. 국고 지원 비중도 독일 35%, 일본 25%와 달리 한국은 20%로 낮다.
서비스 범위에서도 독일과 일본이 예방 서비스와 재가·시설 간 균형을 맞춘 반면, 한국은 시설
중심으로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문제를 '재정 투입 대비 관리 부실'로 진단한다.
독일은 매년 보험료율을 점진적으로 인상해 수입 기반을 안정화했고, 일본은 지역 밀착형 커뮤니티
케어를 통해 지출 효율성을 높였다. 반면 한국은 제도 도입 이후 보험료율 인상이 미미했고, 재정
건전성 논의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해 지속적으로 연기됐다.
수급자 급증 vs 공급 불균형, 구조적 모순 심화
장기요양보험 수급자는 2008년 21만명에서 2024년 110만명으로 5배 이상 폭증했다. 하지만 공급
체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재가 요양보호사 인력난과 시설 편중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2024년 기준 장기요양기관의 64%가 시설 중심으로 운영되며, 재가서비스는 높은 인건비
부담과 이직률로 인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B노인복지관 관계자는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집에서의 돌봄을 희망하지만, 제도는 여전히 시설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며 "재가서비스 확대 없이는 돌봄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개혁 과제, 선택의 시간
전문가들은 시급한 개혁 과제로 ▲ 보험료율의 단계적 현실화 ▲ 재가 돌봄 중심의 구조 개편
▲예방 중심 프로그램 강화 ▲국고 지원 확대 를 꼽는다. 특히 일본의 지역 사회 기반 통합 돌봄 시스템을
벤치마킹하지 않으면 한국의 장기요양보험이 '고비용·저효율' 구조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중요한 과제다. 보험료율 인상은 국민 부담 증가로 직결돼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의 논의와 조정이 없다면 미래 세대가 훨씬 더 큰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국의 노인 장기요양보험은 출범 16년 만에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급속한 고령화와 제도적 불균형 속에서
지속 가능한 돌봄 시스템으로 진화할 수 있을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