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자퇴가 남긴 질문

1만 8천 명의 선택

그들은 몰랐을까

변화는 어디서부터

 

사진출처 : 프리픽


1만 8천 명의 선택


지난 해 고등학생 학업중단 학생이 1만 8천명으로 22년만에 최고치라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더욱이 학업중단 규모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연합뉴스, 2025. 6.10). 뉴스에 따르면 이러한 증가세는 전통적인 자퇴 이유인 학교 부적응, 해외 유학 때문이 아닌 대입 준비의 불리함이라는 새로운 이유 때문이라고 합니다. 구체적인 이유를 알기는 어렵지만, 교육부의 학업중단 통계에 따르면 학교부적응등 사유보다 기타 사유로 자퇴하는 학생의 비율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10년 전이지만 제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상위권 친구 여럿이 여기서는 대입이 어려울 것 같다며, 고등학교 2학년 때 과감히 자퇴한 일이 있었죠. 전교생이 백 명도 채 안되는 작은 학교다 보니, 상대평가에서 좋은 내신을 얻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 어린 저로서는 전략적인 자퇴는 꽤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교사이신 부모님이 강조했듯 학교는 내신 성적을 위한 곳 뿐만은 아니며,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을 기르는 곳, 다양한 소질과 적성을 탐색하고 기르는 곳이라고 평소 생각했기 때문이죠. 성적만을 위한 곳이라면, 그 친구들의 선택이 옳을 수 있지만, 그들이 무언가를 놓치고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그들은 몰랐을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렇게 단순히 생각할 문제는 아님을 알게 됐습니다. 그 친구들이 제게 이야기하지 않은 자퇴 이유가 더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령, 친구들이 지금까지 학교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이 왜 중요한지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다면, 적성 탐색이 왜 중요한지 배우지 못했다면 어땠을까요.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인성이나 사회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평소 대화할 때는 성적만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평소 보는 SNS나 미디어로부터 배운 사회상이 학벌이나 연봉 등 보여지는 것만 강조하고 있었다면, 그 친구들의 선택에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의 저는 그 똑똑한 친구들이 학교가 단순히 성적만을 위한 공간이 아님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봅니다. 다만, 학교의 목적인 그 "다른 것"들이 왜 중요한지는 배우지 못했고, 실제 어른들이나 SNS가 이야기하는 바람직한 삶은 성적만 강조했기에 그 선택을 했다고 봅니다. 당시 선생님이 자퇴를 다시 고민해 보라며 학교가 무엇을 위한 곳인지 얘기했지만, 그건 이미 늦은 일이었습니다. 친구들 마음에 와 닿지 않을 게 뻔했죠.  


변화는 어디서부터


'전략적 자퇴'라는 말은 참 날카롭게 우리나라의 현실을 포착하는 것 같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한국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중고등학생 때부터 전략을 세워야 하고, 때론 학업중단 마저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이 구조적인 문제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결정을 몇 주간 미루는 학업중단숙려제나 고등학교 재학생에게 혜택을 주는 입시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정말 배우고 싶은 것을 가르치고, 아이들이 실제로 생각하는 바람직한 삶이 무엇인지, 경쟁사회 같은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사회 문제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토론을 해야한다고 봅니다. 우리도 해결책을 잘 모르지만, 함께 해결해보자고 손을 내미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학업성취도는 1등이지만, 호기심은 꼴찌인 나라로 불려왔습니다. 남을 이기기 위해 공부를 했으니, 호기심이 낮은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교육방식이 미래에도 유효한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부정적입니다. 그러나 알면서도 대안이 없으니 다시 경쟁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죠. 언젠가는 이를 바꿀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 친구들이 학교를 떠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오기를 바랍니다.



K People Focus 아사달97 칼럼니스트 

대화하는 개인주의를 공부하는 청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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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5.07.07 20:49 수정 2025.07.07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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