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게네스의 등불과 니체의 불꽃

이동용 (수필가/철학자)


니체는 디오게네스를 자주 언급했습니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에서도 디오게네스는 독특한 공간을 점유합니다. 이것이 르네상스의 시선이며 관점이라고 보면 됩니다. 디오게네스는 독보적입니다. 계단에 비스듬히 누운 듯이 앉아 있습니다. 편안하면서도 긴장된 상태입니다. 그의 시선은 종이로 향해 있습니다. 생각은 어느 특정한 사안으로 집중해 있습니다.


폐허로 변한 로마의 들판 어느 지점에 앉아서 쉬고 있는 괴테의 모습을 그려 고전주의의 이념을 표현해 냈던 티쉬바인도 디오게네스를 주인공으로 한 그림을 남겼습니다. ‘대낮에 광장에서 등불을 들고 인간을 찾고 있었다’는 유명한 일화를 바탕으로 한 그림입니다.


등불을 들고 인간을 찾고 있는 철학자의 모습은 모순에 모순이 겹친 대표적인 철학적 비유입니다. 대낮에 등불은 필요 없습니다. 광장에서 사람을 찾고 있다는 것도 말이 안 됩니다. 


철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대낮의 햇빛으로는 사물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다는 것이고, 광장을 채운 사람들은 제대로 된 사람들이 아니라는 비판적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니체는 디오게네스를 주목했습니다. 라파엘로가 그를 르네상스의 주인공으로 그려 냈듯이, 철학자는 그에게서 남다른 이념을 도출해 냈습니다. 


그는 인간을 찾고 있습니다. ‘찾을 수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우리는 니체의 허무주의 사상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면, 그 가치를 창출해 내야 하는 것입니다.


니체의 초인은 가치를 창출하는 자입니다. 


니체의 초인은 천재입니다. 천재로 번역되는 라틴어는 ‘게니우스’이고, 그 단어의 의미는 ‘만들다’입니다. 


만들 수 있는가? 만들 줄 아는가? 만들 능력이 있는가? 무엇을 만들고 싶은가? 이런 질문들은 천재의 능력과 의미로 집결됩니다. 무엇이 되었든 간에 만들 능력이 있다면, 그것을 천재의 면모로 이해하면 됩니다.


천재를 압니까? 


질문 앞에서 함부로 이동하지 않아야 합니다. 깨달음이 올 때까지 머무르려는 집요함이 요구되는 지점입니다. 


천재는 인간의 문제입니다. 인간의 문제! 한계가 정해졌습니다. 


천재는 인문학적 개념이고 숙제입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아직도 모르겠다면, 다음과 같은 노골적인 반대말을 귓구멍에 박아 넣어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은 천재가 아니다!


하나님이 천재여서 천지를 창조한 것은 아닙니다. 그에게는 운명이 문제되지 않습니다. 그는 그저 전지전능합니다. 우리는 중세 천 년 동안 이런 소리에 너무 익숙해졌습니다. 다른 생각은 거의 불가능한 지경에 처해지고 만 것입니다. 


이제 신적인 너무나 신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사고방식으로 전환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신학에서 인문학으로! 


학에서 학으로! 이 이동이 이토록 어렵습니다. 


기존의 기준이 다 쓸모없는 지경에 처해지고 나서야 마침내 허무주의가 보일 것입니다. 신학적 기준에서 벗어나야 급기야 인문학적 기준이 시야 안으로 한계를 드러내며 등장해 줄 것입니다. 


선을 넘으면 죽을 것 같지만, 겁낼 필요는 없습니다. 그 선 너머에도 새로운 지평이 펼쳐질 것입니다.


“나는 불꽃임에 틀림없다.” 니체는 이 사람을 보라라는 시를 남겼고, 그 마지막 구절에 이런 말을 새겨 놓았습니다. 


니체는 이 사람이었고, 이 사람은 불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을 보라로 번역된 원문은 ‘에케 호모’였고, 이 말을 한 주인공은 빌라도였으며, 그가 지칭한 이 사람은 법정에 선 예수였습니다. 사람은 신이었습니다. 결국 신을 보라는 말입니다.


늘 긴 과정을 무시하고 나면 ‘나는 신이다’라는 주장 앞에서 당황합니다. ‘신은 죽었다’고 말하는 철학자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독자의 반감과 반항이 그때 시작됩니다. 다 쓸데없는 짓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까지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그것이 인간의 의무입니다

작성 2025.07.07 10:03 수정 2025.07.0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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