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와 채권을 넘어서는 '인간다움'

출처:www.unsplash.com


24년 8월에 드린 편지에도 말씀드렸듯, 제 업무 중 하나인 미수채권 관리는 감정 소모가 큰 편입니다. 어떤때는 ‘인간애 상실’을 떠올렸을 정도로 지치기도 합니다. 그러다 도저히 받을 방도가 없으면 결국 채권추심 전문 업체에 위임합니다. 


지난 화요일 악성 채무로 분류된 채권을 정리하여 채권추심업체 담당자와 미팅을 가졌습니다. 그는 건설, 화학, 철강 등의 근간 산업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면서 요즘 “IMF 이래로”라는 표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20여년 근무기간 중 요즘이 가장 바쁘다고 귀뜸을 해주더군요. 불경기일수록 채무 문제는 늘어나고, 그만큼 채권 추심 건수가 늘어나겠죠. 사회 전반적으로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미팅 말미에 추심 담당자의 멘트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은 채무자가 살기 너무 좋은 나라예요. 오히려 채권자보다 더 떵떵 거리며 살아요.“


이 말을 듣는데, ‘물에 빠진 놈 건져 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라 한다’는 속담과 함께, 상반된 두 가지 장면이 떠오르더군요.


하나는, 집주인에게 ‘공과금 밀려 죄송합니다.’라는 메모를 남기고 자살한 세 모녀 사건입니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없도록 조용히 감당하려 했던 사람들입니다. 1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그때의 아픔은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정부가 추경안 중 수천억원을 빚 탕감에 사용하겠다는 소식입니다. 이런 악성채무탕감 정책은 보수-진보 정권과 상관없이 시행됩니다.


대출이나 빚을 성실하게 상환하고 있는 이들을 탄식하게 만드는 이런 정책은 왜 집행하는 걸까요.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고 빚지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는 시민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걸 알면서도 말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들을 방치한다면 다중 채무로 인해 더 큰 금융 위험으로 번질 수 있으며, 한 번의 실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김찬호 교수의 <모멸감>에서 “모멸감은 인간관계를 무너뜨리고 사회를 분열시킨다.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침묵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고립되어 간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제도-정책은 ‘감정’으로 볼 게 아니라 ‘국가 전체의 복원력’을 위한 것임을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정부의 빚탕감 정책과는 별개로, 불필요한 빚을 지지 않도록 하고, 빚을 졌다면 최선을 다해 갚고자 하는 마음과 행동이 일어야 하는 게 도리라고 여깁니다.


<논어> 이인편에 ‘군자는 의를 따르고 소인은 이익을 따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건 ‘인간다움’. ‘참 인간’에 다가가고자 하는 발버둥일지도 모릅니다. 


눈앞의 이익에 휘둘리지 않고, 더 멀리 내다보며 오늘을 살아가고자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아 보는 목요일 아침 되시길 기원합니다. 



케이피플 포커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 표기 의무

■ 제보

▷ 전화 : 02-732-3717

▷ 이메일 : ueber35@naver.com

▷홈페이지 : www.kpeoplefocus.co.kr 


김진혁 칼럼니스트 기자 hyogy82@naver.com
작성 2025.06.25 21:26 수정 2025.06.26 13:59

RSS피드 기사제공처 : K People Focus (케이피플포커스) / 등록기자: 김진혁 칼럼니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