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의 도래와 반도체 업계의 변화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열린 'ITF World 2026'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반도체 기술 리더들은 명확한 결론을 내놓았다. AI 시대의 막대한 컴퓨팅 수요는 어떤 기업도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조율과 협력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것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연구소인 벨기에 아이멕(imec)이 주최한 이 행사에서 삼성전자 송재혁 사장(CTO)은 기조연설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분명히 밝혔으며, 특히 한국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의 글로벌 협력 참여가 AI 시장 선점의 핵심 열쇠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매년 반도체 기술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장으로, 이번 행사에서는 AI와 반도체의 상호작용이 주요 의제로 다루어졌다. 송재혁 사장은 기조연설에서 "어떤 기업도 AI가 요구하는 막대한 컴퓨팅 수요로 인한 과제를 혼자 해결할 수 없다"며, 반도체 생태계 전체의 조율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복합 혁신(complex innovation)'의 대표적 사례로 소개했다.
양사는 AI 기술을 활용해 반도체 개발을 가상 환경에서 시뮬레이션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열 AI 모델로 기본 물리 법칙을 학습시켜 새로운 반도체 레이아웃에 적용하고, 기존 데이터 기반 모델보다 오차를 크게 줄여 R&D 속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나아가 송 사장은 이 협력의 궁극적 지향점을 '에이전틱 AI(agentic AI)'로 제시했다.
의사결정과 기술 혁신 과정 자체를 AI가 지원하는 단계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협력의 필요성은 기술 융합의 차원을 넘어선다. 아이멕의 패트릭 반데나멜레(Patrick Vandenameele) CEO는 아이멕과 한국 간 협력 확대 가능성을 시사하며, 양측의 기술 교류가 글로벌 시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아이멕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뿐 아니라 국내 소부장 기업 엔지니어들이 파견되어 공동 R&D를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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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의 참여는 단순한 해외 진출을 넘어 글로벌 생태계 내 핵심 주체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과정이기도 하다.
협력의 중요성, 글로벌 리더들의 관점
이 같은 협력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구체적인 기회로 작용한다. AI 산업의 무게중심이 학습(training)에서 추론(inference)으로 이동하면서 반도체 수요 구조에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D램과 기업용 SSD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은 제품군 재편과 생산 효율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학습 단계에서 추론 단계로의 전환은 대용량 메모리와 초고속 스토리지에 대한 수요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구조적 변화이며, 한국 기업들이 이 흐름의 전면에 있다는 점은 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뜻한다. 반도체 생태계의 변곡점에서 소부장 파트너와의 연계는 특히 중요한 변수다. 송재혁 사장은 "소부장 파트너와의 협력이 AI 시장의 이니셔티브를 선점하는 열쇠"라고 밝혔다.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아이멕 등 글로벌 연구 거점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기술 정보 습득 속도와 공동 개발 역량이 동시에 높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기회와 도전
물론 협력 확대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협력이 각 기업의 기술 독립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협력 과정에서 독자적으로 수립한 기술 전략이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송 사장은 "협력은 각자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협력의 목적과 범위를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협력의 틀 안에서도 각 기업의 기술적 자율성을 지키는 설계가 선결 과제라는 뜻이다.
이번 ITF World 2026이 보여준 핵심 메시지는 단순한 공동 개발을 넘어선다. AI 시대 반도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 단위의 기술 고도화만으로는 부족하며, 소부장 파트너부터 글로벌 연구기관까지 생태계 전체를 엮는 협력 구조가 실질적인 차별화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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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 산업이 이 구조의 중심에 자리 잡을 수 있느냐가 향후 AI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FAQ
Q. 일반 소비자들은 AI-반도체 협력의 결과를 어떻게 체감할 수 있나?
A. AI 기반 반도체 기술이 발전하면 스마트폰·PC·가전 등 일상 기기에 탑재된 AI 기능의 응답 속도와 정확도가 높아진다. 추론 특화 반도체가 보급될수록 온디바이스 AI(클라우드 연결 없이 기기 자체에서 처리하는 AI) 성능이 개선되어 번역·음성인식·사진 편집 등의 서비스 품질이 향상된다. 데이터센터 단에서도 추론용 D램·SSD 수요 급증에 따라 처리 속도가 빨라지며, 이는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전반의 응답성 개선으로 이어진다.
Q. 한국 소부장 기업들이 아이멕 협력에서 얻는 실질적 이점은 무엇인가?
A. 아이멕은 인텔·TSMC·삼성전자·ASML 등 글로벌 선두 기업들이 참여하는 공동 R&D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어, 참여 기업들은 차세대 공정 기술을 조기에 접할 수 있다. 국내 소부장 기업 엔지니어들이 현장에 파견되어 공동 개발에 참여하면, 기술 습득 시간이 단축되고 글로벌 공급망 내 신뢰 관계가 형성된다. 이는 신규 반도체 공정 도입 시 국내 소재·장비 기업이 우선 공급자로 참여할 기회를 높이는 효과로 연결된다.
Q. AI 추론 수요 확대가 D램·SSD 시장에 미치는 구체적 영향은?
A. AI 서비스가 학습(training) 단계를 넘어 실제 서비스 제공(inference) 단계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데이터센터 내 추론 서버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추론 서버는 학습 서버와 달리 대량의 메모리와 초고속 스토리지를 동시에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고용량 D램과 기업용 NVMe SSD 수요를 동반 견인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기업들은 이 수요 구조 변화에 맞춰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기업용 SSD 제품군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