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성인 인구의 연초(일반담배) 흡연율은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를 대체하는 다양한 형태의 전자담배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국가 전체의 담배 소비 총량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와 30대 중심의 젊은 연령층과 여성 인구에서 전자담배 선호 현상이 뚜렷하게 관찰되고 있으며, 두 가지 이상의 담배 제품을 동시에 사용하는 복합 흡연자의 비중도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질병관리청(청장 임승관)은 5월 31일 세계금연의 날을 맞이하여 대한민국 성인의 흡연 행태를 추적한 「2025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 및 관련 지표 심층 분석 자료를 전격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보건소를 통해 선정한 19세 이상 성인 약 23만 명을 대상으로 가구 방문 면접 방식을 거쳐 집계됐다.
정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5년 기준 국내 성인의 연초 흡연율은 17.9%를 기록하며 전년도와 비교해 1.0%p 줄어들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궐련형 전자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의 현재사용률은 각각 6.3%와 4.5%로 조사되어 전년 대비 각각 0.3%p, 0.5%p 일제히 상승했다. 관련 통계 집계를 대대적으로 시작한 지난 2019년 이후 최근 7개년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7년간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무려 90.9% 폭증했으며,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 역시 73.1% 늘어나는 등 신종 담배 시장이 폭발적으로 팽창했다. 반면 최근 1년 동안 24시간 이상 담배를 끊으려고 시도했던 흡연자의 비율을 뜻하는 '금연시도율'은 40.6%에 그쳐 전년 대비 2.0%p 밀려났다. 담배를 끊으려는 실천력은 떨어지고 전자담배로의 유입은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전체 담배제품 사용자 중 무려 21.3%가 두 종류 이상의 담배를 섞어 피우는 ‘다중 담배 사용자(중복 흡연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다중 담배 사용자는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경향을 보여, 20대 담배 사용자 중 중복 흡연율은 8.8%, 30대는 7.5%, 40대는 6.1%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세대별, 성별 분석 결과에서는 신종 담배가 젊은 세대와 여성층을 중심으로 깊숙이 파고든 현상이 데이터로 증명됐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이용하는 20대의 비중은 지난 2019년 4.3%에서 2025년 8.8%로 104.7%라는 경이적인 상승률을 기록했다. 액상형 전자담배 역시 30대 사용률이 2019년 4.2%에서 2025년 7.2%로 71.4% 늘었고, 20대 사용률도 같은 기간 5.0%에서 7.9%로 58.0% 증가했다.
성별에 따른 증가 폭 역시 여성이 남성을 압도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우 남성 사용률이 최근 7년간 5.9%에서 9.0%로 52.5% 증가하는 사이, 여성 사용률은 0.5%에서 1.4%로 무려 180.0% 급증했다. 액상형 전자담배 또한 남성이 4.2%에서 5.9%로 40.5% 늘어날 때, 여성은 0.5%에서 1.2%로 140.0% 뛰어올랐다. 일반 담배 시장에선 남성 흡연율이 압도적이지만 전자담배 영역에선 여성 흡연자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 결과다. 실제로 20대 여성의 일반 담배 흡연율은 남성 대비 23.1%에 불과했으나, 궐련형 전자담배는 31.3%, 액상형 전자담배는 남성 대비 40.5% 수준까지 좁혀진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별로 소비되는 담배제품의 성격도 판이했다. 전체 담배제품 사용률이 가장 높은 광역지자체는 충북(24.7%)과 강원·충남(23.8%)인 반면, 가장 낮은 곳은 세종(17.3%)과 서울·전북(19.7%)으로 조사됐다. 세부 제품별로 보면 일반 담배는 충남과 충북이 높았고, 궐련형 전자담배는 경기와 세종이, 액상형 전자담배는 울산과 서울 지역이 강세를 보였다. 기초지자체(시·군·구) 단위 분석에서는 최근 3년 평균 통계를 바탕으로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률이 가장 높은 곳이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9.7%)로 나타났으며, 액상형 전자담배는 경기 포천시(7.3%)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구학적 특성을 연계해 분석한 결과, 일반 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에 비해 가구 소득 수준이 높고 평균 연령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일수록 궐련형 전자담배의 사용률이 높게 형성되는 상이한 행태를 보였다.
정부는 최근 개정된 담배사업법에 따라 연초의 잎뿐만 아니라 합성 니코틴 원료 제품까지 모두 법적 담배 범위에 포함시켜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 만큼 신종 전자담배의 확산 저지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심층 분석을 통해 전자담배가 청년층과 여성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흡연자의 21.3%가 혼용 흡연 행태를 보인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라며 “다중 담배 사용자는 니코틴 의존성이 고도로 높아 금연이 어렵고 복합적인 유해 물질 노출 위험이 크다”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각 지자체는 일반 담배 규제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전자담배를 아우르는 통합적 금연 정책을 수립하고, 지역 고유의 인구사회학적 특성을 반영한 정밀한 맞춤형 보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연초 흡연율 감소라는 외견상의 성과 뒤에는 전자담배와 다중 담배 사용이라는 신종 중독의 그늘이 짙게 깔려 있다. 니코틴 중독의 양상이 다변화되고 젊은 층과 여성의 건강권이 위협받고 있는 만큼, 단일적인 금연 홍보를 넘어 지역과 타깃의 특성을 세밀하게 저격하는 정밀한 방역 전략의 전면 재수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