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쁘고 행복한 일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고?
보통 우리는 ‘스트레스’라고 하면 부정적인 상황부터 떠올린다. 과도한 업무, 경제적 어려움, 인간관계 갈등, 무더위, 수면 부족 같은 것들이다. 이러한 사건과 환경 변화는 우리에게 적응을 요구하고, 그 과정에서 심리적·신체적 부담을 안겨 준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런 부정적 스트레스를 ‘디스트레스(Distress)’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기쁘고 행복한 일은 어떨까? 우리는 흔히 결혼이나 승진, 출산, 새집 마련 같은 일들은 삶에 활력과 행복을 주는 일이기 때문에 스트레스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스트레스 연구의 선구자인 한스 셀리에는 이러한 긍정적 사건 역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고 설명하며 이를 ‘유스트레스(Eustress)’라고 불렀다.
유스트레스는 단순히 “좋은 결과를 만드는 스트레스”라는 뜻이 아니다. 긍정적인 사건이지만, 개인에게 새로운 적응과 변화를 요구하는 과정 자체를 의미한다.
왜 기쁜 일이 스트레스가 될까? 결혼만 보더라도 그렇다. 결혼 자체는 축하받을 일이다. 그러나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상견례를 준비하고, 예식장을 예약하고, 스드메 계약을 하고, 신혼여행지를 정하고, 함께 살 집을 알아봐야 한다. 준비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의견 충돌과 갈등도 생긴다. 행복한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지만 동시에 상당한 에너지와 적응을 요구하는 것이다.
승진 역시 마찬가지다. 승진 소식을 들으면 기쁘고 설레지만, 동시에 커지는 책임감과 주변의 기대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과연 내가 잘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 때문에 잠을 설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인이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감당할 수 있다고 느끼는가이다. 충분한 역량과 자신감을 가진 사람에게 승진은 성장과 발전의 기회가 된다. 반면 경험이나 능력에 비해 과도한 책임이 주어졌다고 느끼면 불안과 압박이 커진다. 부족함을 만회하기 위해 야근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직장생활은 물론 건강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결국 스트레스 자체는 무조건 나쁜 것도,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개인이 그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이다. 같은 사건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성장의 기회가 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소진(Burnout)의 원인이 된다.
유스트레스란 결국 개인이 도전 상황을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일 때 나타나는 긍정적 스트레스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10년 넘게 스트레스를 연구하면서 내린 결론이 무엇이냐”고. 다소 싱겁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결국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그게 말처럼 쉬운가?”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실제로 우리 모두는 고전이나 인생의 지혜를 통해 비슷한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어왔다. 문제는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얼마 전 TV 프로그램 ‘히든싱어8’에서 거북이 터틀맨 편을 보다가 오래된 노래 ‘빙고’의 가사 일부가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유난히 마음에 남았다.
“모든 게 마음먹기 달렸어 어떤 게 행복한 삶인가요?
사는 게 힘이 들다 하지만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
어쩌면 이 가사는 스트레스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말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