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차인 못 빼면 거래 무산” 믿었는데 법원 “105억 계약 성사됐으면 중개수수료 내야”
서울중앙지법, 105억 건물 매매 분쟁서 공인중개사 손 들어줘
“잔금 미지급만으로 중개 업무 미완료 아냐” 연 12% 지연이자까지 인정
부동산 거래가 최종 잔금 단계에서 무산됐더라도, 매매계약이 체결됐다면 공인중개사에게 중개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거래 현장에서는 통상 잔금까지 모두 치러져야 계약이 완전히 끝난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법원은 “매매계약 체결 자체만으로도 중개 업무는 완료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공인중개사 A씨가 부동산 소유 법인 B사를 상대로 제기한 중개보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B사가 A씨에게 중개보수 1억395만원과 함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연손해금은 2025년 6월 19일부터 완납 시까지 연 12% 비율로 계산하도록 했다.
이번 사건은 서울 중구 소재 토지와 건물 매매 과정에서 불거졌다. B사는 2024년 10월 공인중개사 A씨의 중개를 통해 매수인 C씨와 105억원 규모의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10억5000만원, 중도금은 15억5000만원, 잔금은 84억원으로 정해졌다.
계약 과정에서는 핵심 특약도 포함됐다. B사가 건물 내 모든 임차인을 퇴거시킨 뒤 건물을 인도하기로 약정한 것이다. 이후 당사자들은 잔금 지급일을 2025년 5월 1일에서 같은 달 16일로 연기했다.
하지만 문제는 임차인 퇴거였다. 연기된 잔금일이 지나도록 임차인들이 건물을 비우지 않았고, 이에 매수인 C씨는 잔금 지급을 보류했다. 결국 B사는 “거래가 최종적으로 완료되지 않았다”며 공인중개사에게 지급해야 할 중개보수를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공인중개사 A씨는 중개보수와 지연이자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B사는 “공인중개사가 잔금일을 연기했고, 연기된 날에도 잔금이 지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중개수수료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계약서 특약에 ‘잔금일은 상호 협의 아래 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고, B사 역시 잔금일 연기에 동의했다고 봤다. 따라서 잔금일 변경 책임을 공인중개사에게 돌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법원은 거래 무산의 핵심 원인이 공인중개사의 업무 미비가 아니라 매도인의 의무 불이행에 있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매도인은 임차인을 모두 퇴거시킨 뒤 부동산을 인도하기로 했지만, 변론 종결 시점까지도 임차인들이 해당 건물을 점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매수인이 잔금 지급을 보류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공인중개사의 중개 업무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부동산 거래 현장에서 관행처럼 여겨졌던 ‘잔금 완료 후 수수료 지급’ 인식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잔금 지급 여부보다 매매계약 체결 자체를 중개 업무 완성의 기준으로 본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향후 유사 분쟁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변선보 법무법인 지음 변호사는 “많은 사람이 잔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계약 자체가 끝나지 않은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법적으로는 매매계약서가 작성되는 순간 계약은 성립하고, 공인중개사의 중개 업무도 완료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거래 무산의 원인이 매도인 또는 매수인의 의무 불이행에 있다면, 이를 이유로 중개수수료 지급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