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약품 공급망 재편의 필요성
유럽연합(EU) 이사회와 유럽의회는 필수 의약품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의약품법(Critical Medicines Act, CMA)' 제정안에 잠정 합의했다. 이 법안은 항생제, 인슐린, 진통제와 같은 필수 의약품의 공급 안정성을 보장하고, 다양한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U가 이러한 법안을 추진한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의약품 공급 불안정성이 있었다.
특히 원료 의약품 생산이 중국과 인도에 집중된 현실이 공급망 취약성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번 잠정 합의는 EU 집행위원회가 2025년 3월에 법안 초안을 발표한 이후 이사회와 의회 간 협상 끝에 도출됐다.
법안 자체는 2023년 벨기에 정부가 처음 제안한 것으로, 원료 의약품의 과도한 역외 의존도를 줄이고 EU 회원국 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법안의 핵심 내용은 의약품 공급망의 다변화와 EU 내 생산 역량 강화다.
회원국 간 협력을 통해 보다 원활한 의약품 조달을 지향하며, 공공 조달 과정에서는 유럽산 제품을 우대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다. 구체적으로는 공급업체가 EU 내에서 생산하는 의약품 및 원료의약품 비중을 기준으로 보상을 제공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기존에는 의약품 입찰 시 '최저 가격'이 핵심 선정 기준이었으나, 향후 핵심 의약품의 경우 공급 안정성, 생산 지역 등 가격 외 다양한 기준이 새로 마련될 예정이다. 법안의 적용 범위는 희귀 의약품까지 확대됐다.
희귀 의약품은 시장성이 작아 공급이 불안정한 경우가 많았으나, EU 차원에서 전략적 관리 방안을 마련해 희귀 질환 치료제의 안정적 공급을 도모한다. 이를 통해 희귀 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게 보다 안정적인 치료 환경이 제공될 것으로 전망된다.
핵심 의약품법의 주요 내용
유럽의약품청(EMA)은 EU 핵심 의약품 목록에 포함된 270개 품목을 대상으로 공급망 취약성 평가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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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평가 결과는 향후 법안 적용 우선순위와 지원 규모를 결정하는 근거로 활용될 예정이다. 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 간 협력과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의약품 자급률과 생산 역량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번 법안은 한국 제약산업에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닌다. EU의 공공 조달 제도에서 유럽산 제품을 우대하는 방향이 강화될 경우, 한국 기업이 직접 혜택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EU 내 생산 기지를 보유한 유럽 기업과의 기술 이전, 공동 생산, 원료 공급 계약 등 간접적 협력 경로는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 국내 제약업계로서는 새로운 입찰 기준과 공공 조달 제도의 세부 사항을 면밀히 분석해 유럽 파트너와의 협력 전략을 재설계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 방향이다. 가격 문제도 쟁점으로 떠오른다.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최저 가격 이외의 기준이 의약품 선정에 반영되면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공급 안정성과 생산 지역을 우선시하는 새로운 입찰 방식이 단기적으로는 환자 부담을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U 역시 이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법안 시행 과정에서 가격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보완 장치를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제약업계에 미치는 영향
희귀 의약품 공급 강화 측면에서는 국내 희귀 질환 연구기관과 제약기업에 협력 기회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 EU가 희귀 질환 치료제에 대한 전략적 관리를 강화하면, 관련 임상 데이터 협력이나 공동 연구개발 수요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바이오·제약기업들은 이 흐름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유럽 파트너 발굴에 나설 필요가 있다. EU의 핵심 의약품법은 포스트 팬데믹 시대 글로벌 보건 안보 재편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의약품 공급망을 단순한 비용 효율 논리가 아닌, 전략적 안보 자산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유럽에서 제도적 토대를 갖추게 된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제약업계는 이 흐름을 면밀히 추적해 자국 보건 정책과 시장 전략을 점검해야 할 시점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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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Q
Q. 유럽연합의 핵심 의약품법이 실제로 어떤 변화를 가져오나.
A. 이 법은 필수 의약품의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U 내 생산 역량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 공공 조달 기준이 최저 가격 중심에서 공급 안정성·생산 지역 등 다원적 기준으로 전환되며, 희귀 의약품에 대한 전략적 관리도 강화된다. 유럽의약품청(EMA)이 핵심 의약품 270개 품목의 공급망 취약성 평가를 진행 중인 만큼, 평가 결과에 따라 지원 우선순위와 규제 적용 방식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Q. 한국 제약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A. EU 공공 조달에서 유럽산 제품 우대가 강화되면 한국 기업이 직접 수혜를 받기는 어렵다. 그러나 EU 역내 생산 기지를 갖춘 기업과의 원료 공급·기술 이전·공동 생산 계약 등 간접 협력 경로는 오히려 넓어질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은 새로운 입찰 기준의 세부 내용을 분석하고, 유럽 파트너십 발굴을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이다. 희귀 의약품 분야에서는 공동 연구개발과 임상 협력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Q. 새로운 입찰 기준이 의약품 가격에 어떤 영향을 주나.
A. 가격 외에 공급 안정성과 생산 지역을 중시하는 새로운 기준이 도입되면, 단기적으로는 조달 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 EU는 이 문제를 인식하고 가격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보완 장치 마련을 검토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안정적 공급 기반이 구축되면서 의약품 부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지만, 시행 초기 단계에서는 환자 부담 증가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알림] 본 기사는 의약품 정책 및 산업 동향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할 수 없다. 건강 문제가 있을 경우 반드시 의사 등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