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로봇’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아마도 대부분은 금속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차가운 기계의 모습을 상상할 거예요.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동물의 움직임을 흉내 낸 로봇을 만들 때도 주로 이런 인공적인 재료를 사용해 왔답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는 신기한 로봇이 등장했어요!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교(EPFL) 연구팀이 금속 대신‘진짜 랍스터(바닷가재) 껍질’을 몸체로 사용한 로봇을 만든 거예요.식탁 위에서 맛있게 먹고 남은 껍질이 어떻게 첨단 로봇의 부품이 될 수 있었을까요?
랍스터 꼬리로 만든 로봇
랍스터의 꼬리는 아주 특별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겉은 적의 공격을 막아낼 만큼 단단한 갑옷 같지만, 여러 개의 마디로 나뉘어 있어 아주 부드럽게 구부러질 수 있죠. 랍스터가 이렇게 단단하면서도 가벼운 몸통을 가질 수 있는 건 껍질에 있는 ‘키틴’이라는 성분 덕분이에요.
키틴은 자연이 만든 천연 플라스틱이라고 불릴 만큼 튼튼하고 질긴 성질을 가지고 있어요. 랍스터뿐만 아니라 게, 새우 같은 갑각류나 곤충의 겉모양을 유지해주는 아주 중요한 재료죠.
연구팀은 이 키틴 성분이 포함된 랍스터 껍질이 로봇의 뼈대 역할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인공적인 플라스틱 대신, 자연이 이미 완벽하게 설계해 놓은 단단한 구조물을 그대로 가져다 쓰기로 했죠.
연구팀은 식당에서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진 노르웨이 바닷가재의 꼬리를 모았어요. 그리고 꼬리 껍질 마디 사이에 부드러운 실리콘을 채워 넣었죠. 그런 다음 공기를 불어 넣고 압력을 조절하는 방식을 이용해,마치 살아있는 랍스터처럼 굽혀졌다 펴졌다 유연하게 움직이는 ‘로봇 팔’을 만들었답니다.
이 로봇 팔은 힘도 세요.자기 몸보다 무거운 500g짜리 물건을 쓱쓱 밀어낼 수 있고, 집게 모양으로 만들면 아주 작은 물건부터 큰 물건까지 척척 집어 올릴 수 있지요. 토마토, 버섯, 형광펜 등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물건을 집을 수 있었답니다.
랍스터 껍질의 변신은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연구팀은 이 껍질을 물고기의 지느러미처럼 달아 ‘수영 로봇’도 만들었어요. 이 로봇은 물속에서 헤엄치며 1초에 11cm나 나아갈 수 있었어요.
쓰레기를 다시 쓰는 친환경 로봇
우리가 흔히 쓰는 로봇 부품은 플라스틱이나 금속으로 만들어져서 나중에 버려지면 환경을 오염시키기도 해요. 하지만 랍스터 껍질로 만든 로봇은 자연에서 온 재료라 환경을 해치지 않아요. 게다가 로봇을 다 쓴 뒤에는 부품을 따로 떼어내어 다시 사용할 수도 있죠. 연구에 참여한 김사름 EPFL 연구원은 “음식물 쓰레기를 로봇 부품으로 다시 쓰고, 그 부품을 또 재사용하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어요.
연구팀은 앞으로 이 기술을 더 발전시켜서 우리 몸 안에 이식하는 아주 작은 의료기기나, 바다 환경을 관찰하는 장치를 만들 계획이에요. 랍스터 껍질처럼 생체 친화적인 재료를 쓰면 우리 몸이나 자연환경에 훨씬 안전하기 때문이죠. 식탁 위 쓰레기라고 생각했던 랍스터 껍질이 미래 과학을 이끄는 핵심 부품이 된다니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앞으로 또 어떤 놀라운 재료들이 로봇으로 재탄생할지 기대해 봐요!
글: 오혜진 동아에스앤씨 기자/ 일러스트: 감쵸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