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빅테크 규제가 멈춘 이유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리나 칸 의장은 빅테크 기업의 독점적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주목받는 인물로 떠올랐습니다. 그녀가 의장을 맡은 이후, 아마존, 구글, 메타, 애플 등 글로벌 IT 거인들의 시장 지배력을 견제하기 위한 중요한 법안들이 발의되었지만, 최근 미국 의회에서 발의된 6개의 주요 빅테크 규제 법안 중 5개가 최종적으로 폐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는 칸 의장이 추진해온 빅테크 독점 규제 노력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미국의 빅테크 규제가 예상치 못한 난항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입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의 수장으로 대담한 정책을 추진해온 리나 칸 의장은 빅테크의 독점적 관행을 규제하고 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광범위한 변화를 모색해왔습니다.
그녀는 빅테크 독점을 막기 위한 다양한 법안을 지지하고 추진했는데, 폐기된 법안들에는 반경쟁적 합병을 방지하는 조항, 플랫폼 기업들이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우대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 그리고 애플과 구글의 앱스토어 시장에서 경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 등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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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법안들은 통과될 경우 빅테크 기업의 사업 모델에 광범위하고 근본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결국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되는 결과를 맞이했습니다. 칸 의장은 특히 반독점법을 집행하는 새로운 방식과 공격적인 규제 접근법으로 규제의 최전선에 섰지만, 의회에서 과반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새로운 규제 법안 통과가 극도로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이러한 상황을 분석하며 "의회 과반수가 없는 상황에서, 칸 의장은 매번 기존 법률의 창의적 재해석과 법정 소송에 의존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칸 의장이 직면한 구조적 제약을 명확히 보여주는 평가로, 그녀의 권한이 실질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입법부의 지지 없이는 아무리 강력한 의지를 가진 규제 당국이라 할지라도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현실을 드러내는 대목입니다. 빅테크 규제 법안들이 의회에서 연이어 좌초된 배경에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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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기업들은 막강한 자본력과 조직화된 로비 활동을 통해 의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습니다. 아마존, 구글, 메타, 애플과 같은 거대 기술 기업들은 워싱턴 D.C.에서 가장 활발한 로비 활동을 펼치는 주체들 중 하나로,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법안 통과 여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또한 미국 의회 내에서는 자유시장 경제와 기업 활동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많은 의원들이 강력한 규제를 자유시장의 본질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업 로비스트들의 성공을 넘어, 미국 의회 자체가 가진 구조적 특성과 정치적 역학관계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규제 법안에 대한 찬반 논의가 단순히 정책의 효과성이나 공익성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 선거구 기업들의 이익, 그리고 이념적 입장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실을 반영합니다.
결과적으로 빅테크 규제라는 명백한 공익적 목표에도 불구하고, 의회는 이를 법제화하는 데 실패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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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칸 의장은 입법적 좌절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포기하지 않고 다른 경로를 통해 규제를 체계화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녀는 기존 반독점법을 최대한 활용하여 법적 소송과 행정 조치를 통해 직접적으로 빅테크 기업들을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FTC는 칸 의장 체제 하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반경쟁적 행위에 대해 보다 공격적인 조사와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법안 없이도 기존 법률의 틀 안에서 규제 강도를 높이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예측한 대로, 칸 의장은 앞으로도 기존 반독점법을 활용한 소송이나 행정 조치를 통해 빅테크 기업에 대한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의회의 입법 지원 없이도 일정 수준의 규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방식은 입법을 통한 강력하고 포괄적인 제도적 변화와 비교했을 때 명백한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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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C는 행정부 산하 독립 기구로서 입법 권한을 가진 의회나 사법부의 최종 판단 없이는 독자적으로 강력한 규제를 장기적으로 관철시키기 어렵습니다.
리나 칸 의장의 도전 과제와 독점 규제 노력
개별 소송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 결과가 불확실하며, 설령 승소하더라도 그 효과가 특정 사안에 국한될 수 있습니다. 또한 법원의 판결은 정치적 환경이나 판사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규제 체계를 구축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결국 근본적이고 지속가능한 빅테크 규제를 위해서는 의회의 입법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칸 의장이 직면한 도전은 여전히 험난합니다. 이러한 미국의 난관은 유럽연합(EU)의 상황과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EU는 디지털 시장법(DMA)과 디지털 서비스법(DSA)를 통해 빅테크 기업에 대한 강력하고 포괄적인 규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이 유럽연합과 같은 강력한 빅테크 규제를 실제로 시행하는 데 상당한 난항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EU의 디지털 시장법은 시장 지배적 지위를 가진 '게이트키퍼' 플랫폼 기업들에게 엄격한 의무를 부과하며,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소규모 IT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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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의 규제는 플랫폼 기업들이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제3자 개발자들에게 공정한 접근 기회를 보장하며, 사용자 데이터의 이동성을 강화하는 등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조항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서비스법은 온라인 플랫폼의 불법 콘텐츠 유통 책임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제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처럼 EU가 규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앞서가고 있는 것은 미국의 입법 정체와 뚜렷한 대비를 이룹니다. 많은 국제 전문가들은 미국이 현재의 입법 난항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글로벌 빅테크 규제의 표준을 EU가 주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합니다.
이는 단순히 규제 정책의 차이를 넘어, 글로벌 디지털 경제 질서에서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규제는 EU에서 먼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 빅테크 규제의 난항은 단순히 미국 국내 문제로 그치지 않고, 글로벌 IT 생태계 전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칩니다.
전 세계 IT 시장에서 미국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을 고려할 때, 미국의 규제 정책 방향은 다른 국가들의 정책 결정에도 중요한 참고점이 됩니다. 미국이 빅테크 규제에서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는 동안, 각국 정부는 자국의 디지털 경제 생태계를 어떻게 관리하고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독자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특히 빅테크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상황에서, 중소규모 스타트업들과 혁신적인 신생 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역동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각국 정부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과도한 독점은 혁신을 저해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며, 장기적으로는 경제 전체의 역동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 IT산업 및 규제에 주는 시사점
리나 칸 의장의 도전과 좌절은 현대 디지털 경제에서 규제와 혁신, 경쟁과 성장이라는 상반되면서도 상호보완적인 가치들을 어떻게 조화롭게 통합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그녀의 노력은 비록 입법적 성과로는 아직 뚜렷한 결실을 맺지 못했지만, 빅테크 독점 문제를 공론화하고 규제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데는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향후 미국 의회가 정치적 교착 상태를 극복하고 실질적인 빅테크 규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지, 아니면 칸 의장이 기존 법률의 재해석과 소송이라는 제한적 수단에 계속 의존해야 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빅테크 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며,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디지털 경제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결론적으로, 미국에서 발의된 6개의 주요 빅테크 규제 법안 중 5개가 폐기된 사건은 단순히 특정 법안의 실패를 넘어, 현대 민주주의 체제에서 강력한 경제적 이해관계와 공익적 규제 필요성이 충돌할 때 어떤 역학이 작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리나 칸 의장의 지속적인 도전은 글로벌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고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 당국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재정의하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경험은 다른 국가들에게도 중요한 교훈을 제공합니다. 빅테크 규제는 단순히 기술적이거나 법률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의지, 사회적 합의, 그리고 장기적 비전이 모두 필요한 복합적 과제입니다. 각국은 자국의 정치·경제적 맥락에 맞는 규제 방안을 개발하면서도, 글로벌 표준과의 조화를 모색해야 하는 이중적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앞으로 미국이 이러한 난관을 어떻게 극복하고 빅테크 규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 아니면 EU가 제시한 규제 모델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게 될지 주목됩니다. [알림] 본 기사는 법률·규제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법률적 자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실제 법적 문제가 있을 경우 반드시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서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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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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