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물이 소생하는 2026년의 이른 봄, 우리 전통무용의 유려한 곡선과 깊은 호흡이 무대 위에서 화려하게 피어난다. 오는 3월 24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문화공간 아이원에서 펼쳐지는 예술단체 월혼(月魂)의 기획 공연 ‘계절의 길을 걷는 춤’이다. 이번 무대는 ‘운당풍류-동행’ 시리즈의 일환으로, 한국 전통춤이 지닌 정적인 고요함과 동적인 에너지를 사계절의 순환이라는 거대한 서사 속에 녹여냈다.
◇ 자연의 섭리와 삶의 궤적, 춤으로 풀다
‘계절의 길을 걷는 춤’은 단순히 춤사위를 나열하는 나열식 공연을 지양한다. 봄의 따스한 생명력, 여름의 뜨거운 열정, 가을의 쓸쓸한 여운, 그리고 겨울의 단단한 인고를 한국적 선과 호흡으로 치환했다. 관객은 60분이라는 압축된 시간 동안 춤꾼들이 이끄는 시간의 여정을 함께 걷게 된다.
공연을 주관하는 예술단체 ‘월혼’은 달의 넋이라는 이름처럼, 은은하면서도 강인한 한국 춤의 정신을 계승하는 단체다. 이번 공연에는 대표 주연진을 필두로 한아름, 장민경, 김정호 등 전통 무용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온 젊은 춤꾼들이 대거 출연해 각 유파의 정수를 선보인다.
◇ 명무의 계보를 잇는 다채로운 프로그램
이번 무대는 한국 전통무용의 주요 맥락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종합예술의 장’이다. 공연은 자연스러운 몸짓이 돋보이는 ‘입춤(한아름)’으로 포문을 연다. 이어지는 무대는 한국 춤의 절제미를 보여주는 ‘한영숙류 태평무(장민경)’와 전율 돋는 한(恨)의 승화를 그려낸 ‘이매방류 살풀이(주연진)’로 이어진다.
궁중무용의 품격을 보여주는 ‘춘앵전(한아름)’과 역동적인 리듬감이 일품인 ‘장고춤(주연진)’은 관객의 시청각을 동시에 사로잡을 전망이다. 공연 후반부에는 민속춤의 투박하면서도 세련된 멋이 담긴 ‘서한우류 버꾸춤(김정호)’과 흥겨운 몰입감을 선사하는 ‘김묘선류 소고춤(주연진, 한아름)’이 배치되어 대미를 장식한다.
◇ 관객과의 호흡, 소극장 공연의 묘미
대규모 공연장에서 느끼기 힘든 ‘숨소리까지 들리는 거리감’은 이번 공연의 최대 강점이다. 문화공간 아이원의 아늑한 무대는 춤꾼의 미세한 떨림과 눈빛 하나까지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단순한 관람객을 넘어, 무대 위 흐르는 계절의 일부가 되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전석 2만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은 전통예술의 문턱을 낮추고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예술가들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예매는 NOL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가능하며, 관람일 전일까지 예매를 마쳐야 한다. 공연장 측은 주차 공간이 협소한 점을 고려해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하고 있다.
본 공연은 2026년 봄,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에서 우리 춤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각기 다른 유파의 춤을 한 무대에서 조망함으로써 전통예술의 다양성을 알리고, 젊은 예술가들의 열정을 통해 한국 무용의 미래를 엿보는 교육적·예술적 효과가 기대된다.
자연의 순환과 삶의 흐름을 춤으로 풀어낸 ‘계절의 길을 걷는 춤’은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깊은 여운과 위로를 건넬 것이다. 3월의 어느 저녁, 월혼의 춤꾼들이 그려내는 계절의 길 위에서 우리 문화의 향취에 젖어보길 권한다.










